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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네바 소식 > ②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 사무처장 티코노프 씨 인터뷰

위원회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 지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있어야

<편집자 주>인권협을 대표하여 제51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이성훈 씨가 보내오는 51차 유엔인권위 소식 등 제네바 현지의 소식을 매주 수요일에 싣겠습니다. 국제인권소식은 당분간 금요일로 자리를 옮깁니다.

올해 5월 1-19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12차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A규약위원회)는 한국정부의 보고서를 심의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약 9개 인권단체는 이미 작년 6월말 민간단체 반박보고서를 작성하여 A규약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제51차 유엔인권위를 모니터하고 있는 이성훈 씨가 A규약 위원회 사무처장 알렉산더 티코노프 씨를 만나 규약 가입에 따른 한국정부 최초보고서 심의에 대해 알아보았다. 티코노프 씨는 모스크바 출신으로 지난 87년부터 A규약위원회에서 일하였고 유엔인권센타에서 14년간 활동했다.


■문: 한국정부 보고서 심의 과정은?

□답: 한국정부는 90년 4월 A규약에 가입했고, 이에 따라 93년 10월 최초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정부 보고서는 94년 12월 11차 회기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정부가 연기를 요청하여 95년 5월 12차 회기에서 심의될 것이다.


■문: 12차 회기가 5월 1-19일까지 3주간 열리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한국 보고서의 심의 일정을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답: 첫날 5월 1일 오전 의장선출과 의제, 일정 확정 등 운영에 관한 안건을 처리하고 오후에 민간단체의 발언을 듣는다. 다음날 오전부터 나라별 보고서 심의를 하는데 한 나라의 경우 9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6개국 보고서를 심의하는데 꼬박 2주가 걸리고 마지막 주는 심의를 토대로 권고안을 해당 정부에게 제시한다.


■문: 작년 6월말 사전준비(pre-sessional)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현재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올해 5월 심의를 대비해 보다 자세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에 조언을 한다면?

□답: 국제인권단체가 아닌 해당 국가의 민간단체가 그처럼 성의 있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12차 회기에서 심의되는 6개국 정부보고서 가운데 지금까지 한국 민간단체가 유일하게 반박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 보고서의 심의는 호주 출신의 필립 알스톤 교수가 담당하는데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미 질문지가 한국정부에게 배포되었고 곧 한국정부가 서면으로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물론 민간단체는 지금이라도 보다 자세한 추가자료와 정보를 보고서로 제출할 수 있다. 3월 중순까지 3-5쪽 요약문을 제출하면 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유엔공식문서에 포함된다. 앞서 말했듯이 첫날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문: 지난 주에 열린 아동권리위원회 정부 보고서 심의에 민간단체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상대적으로 A규약위원회에 민간단체의 참여가 저조한 듯하다. 왜 그런가?

□답: 사실 나도 이에 대해 민간단체들에게 많은 불만과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최근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지만 87년 제1차 회기는 민간단체 대표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인권단체가 전통적으로 시민․정치적 권리에 집중하여 상대 적으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인권문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별다른 비용부담 없이 경우에 따라서는 즉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시민․정치적 권리에 비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는 이의 실현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일반 시민보다는 전문가의 참여가 요청되기 때문이다.


■문: 혹시 A규약위원회가 자체 홍보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답: A규약위원회는 민간단체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기 첫날 일반토론시간에 민간단체의 공개적 발언을 허용하고 민간단체의 요약문을 유엔공식문서로 포함시켰다. 또한 과거에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자격을 가진 국제민간단체만 반박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협의자격이 없는 각 나라의 민간단체 누구나 반박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민간단체의 참여가 가장 저조하다. 역설적으로 위원회는 가장 진보적이고 민간단체는 가장 보수적이다. 아동의 권리위원회처럼 각 나라의 민간단체와 A규약위원회를 연결시켜주는 국제민간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혹시 한국 인권단체가 이번을 계기로 주도적으로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문: 민간단체가 A규약에 관해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답: 민간단체의 참여와 협조 특히 반박보고서 없이 위원회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보고서만으로는 해당나라에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가 A규약에 규정한 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반박보고서의 내용은 실질적(substantial)이고 정확(precise)해야 한다. A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적인 구속력을 지닌다.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다음 보고서(보통 5년 후)의 실시여부를 분명히 보고해야 한다. 보고가 불충분할 경우 A규약위원회는 추가 정보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해당정부에게 법적인 요구이외에도 도덕적, 정치적 압력으로 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민간 인권단체가 이러한 권고안을 국내에서 적극 활용한다면 그 효과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문: 만약 정부 보고서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답: 일단 의문이 들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서 위원회는 추가로 정부의 보고서를 요청할 수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진상조사단(fact-finding mission)을 현지에 파견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문: 3월 WSSD가 열린다. WSSD의 준비과정을 어떻게 평가하고 본회의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답: 비엔나세계인권대회와 마찬가지로 WSSD도 선언문과 행동강령을 채택하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문서에 불과하다. A규약위원회는 그러한 문서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도록 사회발전의 후속사업 모니터를 A규약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제안을 제출했는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1백3십여개국이 가입했고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구체적 모니터 체제를 갖춘 A규약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사회발전을 앞당기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