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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태지역 인권워크샵 특집 3 :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 인권협과의 간담회

편집 주 : 제3차 아태 지역 인권워크샵 첫날인 18일 열린 호세 아얄라 라소 유엔 인권고등판무관과 인권협과의 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

7월20일자(209호)에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제도에 관한 내용을 싣는다.

「한국인권단체협의회(KOHRNET」(상임대표 고영구, 인권협)가 주선한 호세 아얄라 라소 유엔 인권고등판무관과의 간담회가 인권협 회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힐튼호델 국화실에서 열렸다.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 이루어진 이 간담회에서 인권협은 한국의 최근 인권침해상황을 설명하였고 라소 고등판무관은 이에 대한 관심표명과 함께 자신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설명하였다. 간담회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원래 예정된 30분을 넘겨 약 50분 가량 진행되었다.

라소 고등판무관은 인사말에서 “개인적으로 민간인권단체와의 만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권단체가 전반적인 인권증진 이외에도 인권고등판무관제도의 설립 등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여 지금 인권이 유엔의 사업에서 우선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인사말이 끝난 후 민변의 천정배 변호사는 최근 한국의 주요 인권단체가 한시적인 세계인권대회 공대위(KONUCH)에서 보다 항구적인 「한국인권단체협의회(KOHRNET)」로 조직적 발전을 이루었음을 설명하면서 “비록 한국정부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B규약)에 지난 90년 가입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에서 더 이상 인권탄압이 없다’라고 선언했지만 아직도 인권탄압의 주된 도구로 작용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보여주듯이 지금까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국제인권조약의 비준도 중요하지만 이의 구체적 실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천 변호사는 또한 헌법의 보장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의 관행에서 국제법의 요소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국내의 실정을 지적하였다.

이어서 민변의 조용환 변호사는 “새로 신설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비해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고등판무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난 91년에 비로소 유엔에 가입하여 민간단체의 유엔 인권기구에의 참여도 최근에 들어와 활성화되었다”고 말하였다. 조 변호사는 “‘국내에서 유엔 인권자료정보센터의 설립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조만 간에 실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라소 판무관과 인권센터의 대안에 대해 질문하였다.

라소 고등판무관은 답변에서 “민간단체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고등판무관의 역할은 민간단체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민간단체는 활동가로서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비난을 통한 압력으로 인권상황을 개선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유엔 총회로부터 정부와의 대화를 주요한 임무로 부여받았고 정부에게 인권존중이 최상의 일이라는 것을 설득하고자 한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민간단체의 활동에 대해 “민간단체는 많을 수록 좋지만 효과적 활동을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충고하면서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민간단체는 정부 등 외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자료정보센터와 같은 사업은 유엔 인권센터의 재정난으로 실질적 지원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부에 의지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민간단체 스스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선진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 나름대로의 인권침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경우 인권상황이 과거에 비해 점점 개선되고 있으며 민간단체는 보다 나은 인권상황을 위해 계속 요구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매우 민감한 주제”라고 인정하고 나서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법연의 곽노현 교수는 “사상문제로 44년 동안 감옥에 있는 최장기수 김선명 할아버지 이외에도 30년 이상 감옥에 있는 양심수의 수가 14명이나 된다”며 한국정부가 이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곽교수는 “감옥의 양심수 때문에 어머님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며 간담회에 참석한 민가협 어머니들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곽 교수는 또한 “지난 6월 2백여 명이 국가보안법과 노동악법에 의해 구속되었고 최근 김일성주석 조문시비와 관련하여 또 불법 구속사건이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장기수의 석방과 사상전향제도의 폐지가 중요한 인권문제다”고 말했다.

곽 교수의 발언에 대해 라소 고등판무관은 “생각할 권리(Right To Think)야 말로 다른 창조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성이다”고 말하면서 “자유로운 의견의 자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 그는 “자료와 보고서를 보내주면 자세하게 검토하여 가능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민가협 어머니들의 용기와 투신에 경의를 표하면서 “인권침해의 파수꾼으로서 계속 열심히 일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