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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단체탐방 7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

80년대 람보시리즈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도대체 람보는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저리도 강력하게(?) 싸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람보에 대한 의문은 이 땅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미군은 사람을 죽이고도 구속도 안되고 처벌도 안받으면서 어떻게 이 땅에 계속 붙어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45년 미군주둔 이후 매년 2,200여건의 미군범죄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저질러졌지만 고작 0.7%만이 우리 법정에 올랐을 뿐이다. 살인범 미군은 그냥 본국으로 송환되면 그만이었고, 우리 민족의 피해자는 배상도 제대로 못받고 큰소리도 낼 수 없었다.

1년 전 주한미군이 한 한국여인을 자궁에 콜라병을 박고 항문에 우산대를 꽂아 넣는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그 여인의 이름은 윤 금 이! 동두천시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집회가 벌어지고 [주한미군의 윤금이 씨 살해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사건에 대한 분노와 충격, 그리고 지난 50여년간 우리는 무엇을 해왔는가 하는 반성으로 이 땅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동두천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시작된 운동은 규탄집회, 서명운동, 항의방문, 재판감시 등의 활동 속에서 여러 단체를 묶어내게 되었고, 10개월여간의 활동과정에서 '계속되는 미군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모아 93년 10월 26일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를 발족하게 된다.

성격이 다른 다양한 단체를 포괄하고 있으면서도 '한 목소리'를 내왔고, 이점이 운동본부로 전환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 윤금이공대위에 대한 평가이며, 공대위로 끝나지 않고 상설적 조직으로 발전했다는 점, 실제 지역에 뿌리를 둔 공대위의 성과를 바탕으로 반미운동의 대중화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데 긍지를 느끼고 있다.

운동본부는 현재 다비타의 집, 두레방, 동두천민주시민회 등 23개 단체와 6개 참관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기독교회관내에 사무실을 두고 상근간사 2인이 활동하고 있다.

운동본부의 사업은 각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각 위원회에는 '미군범죄 및 미군기지 실태조사위원회, 한미행정협정 개정위원회, 여성인권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재정위원회'가 있다. 각 위원회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미군범죄사례를 접수하고, 엄중처벌, 정당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한미행정협정 등 한미간의 불평등한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 기타 미군주둔으로 파생되는 폐해를 없애나가고, 평등한 한미관계를 이루는 것이 운동본부의 소명이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과제는 윤금이 사건에 대한 마무리를 잘하는 것, 우선 미군의 횡포와 피해사례를 조사 연구하는 것이다. 중앙에 전문조사역량을 확보하고 미군주둔지역과의 연계속에서 실질조사를 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6개지역(미군부대 주둔지역을 중심으로)에 미군범죄신고센타를 설치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간 일속에서 겪은 어려움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다음과 같다. 미군도 죄 값을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거부된다는 것이다. 미군범법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런 정도를 넘는 것이었다. 구속수사를 하지 않음으로 해서 증거확보를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며 범인은 으례 당당하게 범행부분을 부인하기 때문에 사건진상을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재판정에서도 당당하기만한 미군의 모습은 내국인 재판에서 볼 수 있는 광경과는 아주 다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금이 씨 살해미군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구속되지 않고 있으며, 1심 결과에 불복, 항소를 제기하여 15년으로 감형되어 사건의 잔악성에 비추어볼 때 너무 관대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리고 미군범죄는 여전히 이 땅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상처내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더이상 국민의 생명을 내던진 한미우호관계는 있을 수 없으며, 형사재판권과 피의자 구금권을 한국 측에서 가지기 어렵게 규정하는 등 미군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발부하는 제도적 장치인 한미행정협정 등은 당연히 바꿔져야 한다. 미군범죄를 단속할 우선적 책임을 지닌 미국이 끼고 있는 팔짱을 풀기 위하여, 그리고 자주적이지 못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민족적 자존심에 더이상 찬물을 끼얹지 못하도록 더 많은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운동본부의 사람들은 서울역에서 지난 12월에서 4월까지 서명운동을 하면서 시민들의 모습에서 받았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글씨는 모르지만 이 서명은 꼭 해야만 하겠다고 주민등록증을 내놓고 대신 써달라고 하던 분들, 오천원짜리 한장밖에 가진 것이 없는데 성금은 꼭 내야겠다고 오천원을 내놓고 차비만 받아서 가시던 아주머니, 깊숙한 주머니에서 꼭꼭 접은 쌈지돈을 내놓으시던 할아버지, 아무리 말려도 구걸한 돈을 계속 가져와서 통속에 붓던 거지 등 잊지 못할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감동을 바탕으로 하여 국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매개물을 찾아내고 현재 진행중인 미군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를 해내는 것이 운동본부의 힘찬 출발점이다.

<인권운동사랑방/류은숙>

110-470 서울 종로구 연지동 136-46 기독교회관 708호 전화:74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