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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엔데믹 선언 이후, 코로나19를 인권으로 이야기하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평가 집담회 후기

 

“마스크 안 쓰신 얼굴은 처음 뵙는 것 같아요. 못 알아볼 뻔 했잖아요.” 인권활동가들이 둘러앉아 서로 농담과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활동해온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의 활동평가 보고서 내용을 나누는 활동가 집담회 <코로나19, 인권으로 이야기하다> 자리였습니다. 3년 여를 함께 활동하면서도 주로 마스크를 쓰고 만나거나 온라인 회의를 진행해왔던지라, 맨 얼굴로 둘러앉은 자리가 낯설면서도 반가웠습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결성 초기에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 막바지에 결합한 사람들, 쭉 함께 해온 사람들까지, 익숙하거나 처음 보는 활동가들이 집담회에 참여했습니다.

어색하기만 했던 마스크와 불편했던 거리두기가 강제되었던 시기를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맨얼굴과 오프라인 행사가 당연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엔데믹 선언에 이어 지난 8월 31일,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4급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위상 역시 ‘전무후무한 감염병’에서 ‘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달라진 듯합니다. 마치 순식간에 코로나19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러나 감염병 등급 하향과 엔데믹 선언은 바이러스 전파를 관리하는 지침의 변화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보내온 지난 3년의 팬데믹 시기는 무엇이었으며,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9월 22일에 열린 활동가 집담회에서는 코인넷 평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남은 과제를 함께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어떻게 모여서 무엇을 해왔나

돌이켜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초에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이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대해서 그 누구도 아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권단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일같이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정부에서는 점점 방역 정책의 수위를 높여가는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막막했습니다. 공중 보건의 위기라는 불안함 속에서 공공의 안전이 가장 우선시되는 흐름에서 인권운동 역시 갈팡질팡 헷갈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격리와 통제 중심의 강제적 방역 조치, 동선 공개를 이유 삼아 과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했던 지자체 방침,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 장애인·이주민·홈리스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던 재난의 피해까지, 인권과 관련된 문제들은 여기저기에 산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단체들은 “일단 모여서 뭐라도 해보자”며 2020년 3월,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이하 ‘코인넷’)를 결성했습니다.

코인넷은 감염병과 관련된 법령과 조치를 정리하고, 전국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인권침해 사례를 분석하며, 각 영역별로 놓쳐서는 안 될 인권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자 2020년 6월에 발간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에는 한창 감염병 유행이 시작하던 시기 긴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정책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가 전환해야 할 방향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이후 코인넷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원칙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국회 토론회를 통해 입법기관에서 해당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으며,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행정명령 등 구체적인 법·정책에 개입하며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활동, 의료공백 실태조사, 비정규노동자 집단감염 실태조사 등 취약 집단의 어려움을 발굴하고 드러내는 활동, 한국 사회에 부재했던 애도와 기억을 위한 활동 등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2023년 8월 31일 발간한 코인넷 평가보고서에서는 3년에 걸친 코인넷 활동을 전체 활동 평가와 세부 활동 평가로 나누어서 살펴봤습니다. 전체 활동 평가에서는 가이드라인 발간을 중심으로 코인넷의 문제의식과 활동을 개괄했고, 세부 활동 평가에선 의료공백 대응, 백신 배분 우선 순위 대응, 정보인권, 애도와 기억의 권리, 평화적 집회의 권리, 행정조치와 범죄화, 이주민·장애인·홈리스·위중증 피해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한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22일 집담회에서는 평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나누며, 참여한 활동가 개개인에게 코로나19 대응 활동이 어떠했으며 무엇을 남겼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과와 과제, 앞으로

집담회에선 많은 참여자들이 한국 정부의 엔데믹 선언 이후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을 이야기했습니다. 방역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동선 공개나 집회 금지 같이 강력한 행정 조치가 당연하다거나, 감염병의 전파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회를 각자도생으로 몰아가고 감염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어렵게 만들었던 한국 정부의 감염병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에 따라 진행되었던 처벌 중심의 강제 조치 역시 비판적으로 평가되지 못했음은 물론입니다. 또한 팬데믹 시기 방역 정책이 시장 중심으로 구성되며 의료 산업, IT 산업 등이 막대한 공적 자원 투입을 통해 확대된 결과 비대면 진료 도입 시도, 빅테크를 통한 감시 기능의 강화 등이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의 사투, 팬데믹 시기 다양한 이유로 직장이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 역시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엔데믹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처럼 구는 정부에 충분히 대응하는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코인넷에서 함께 진행했던 활동을 돌아보며, 우리가 만들어온 변화들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초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확진자의 동선과 개인정보를 공개한 끝에 같은 해 이태원 집단 감염에서 성소수자들이 아웃팅과 혐오에 두려워했던 시기,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동선 공개 지침의 변화와 익명 검사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이 공적 마스크 배분에서 제외되고 차별적인 전수 검사의 대상이 되었을 때에도 문제제기와 대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격리 대상이 된 중증 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온 몸으로 메꾸는 활동, 시설 집단감염에 맞서 긴급 탈시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활동,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불러일으키는 활동 등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이 코인넷만의 활동은 아니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활동해온 사회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내가 감염될 수 있을뿐 아니라, 나로부터 새로운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감염병의 특성을 체감했습니다. 거리두기와 단절을 통해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연결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상호 연대와 호혜적 관계 맺기일 것입니다. 코인넷 활동을 통해서 배운 점입니다.

엔데믹 선언 이후 중앙 정부, 방역 당국,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팬데믹 시기에 대한 백서를 작성하는 중이며, 몇몇 백서는 이미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백서가 ‘힘든 시기에도 빛났던 방역 정책’을 자화자찬하며, ‘위기를 넘어선 지금의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인권의 관점으로 코로나19를 돌아보기 위해 코인넷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팬데믹을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지난 시기 고통의 나열을 넘어서 인권의 원칙과 사회구조적 관점의 진단을 시도”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 과제도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평가’ 보고서, 102p) 공중보건의 위기이자 동시에 사회적 재난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억하며, 또 다른 위기에 대응하는 인권운동의 출발점이자 참조점으로 코인넷 활동이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평가> 자료집은 사랑방 자료실(클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