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 이야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함께합니다.”

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의 마음을 모으는 시간

지난 2월 27일은 한국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군인, 故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부당하게 전역처분을 받았지만 용기를 내어 군을 상대로 싸웠던 변희수 님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1주기를 맞아 변희수 님을 추모하고 남은 과제를 살피는 토론회와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image_1.jpg

전역처분 취소 판결의 의미와 과제

변희수 님의 1주기를 앞둔 2월 16일, 국회에서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진행하며 남은 과제를 살폈습니다. 발제자인 김보라미 변호사와 박한희 변호사는 이번 전역처분 취소 판결과 이전의 트랜스젠더 인권 관련 판례를 소개하며 그 의의를 짚었습니다. 변희수 님의 강제전역 처분 취소 소송 과정에서 육군 본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무지와 혐오로 가득 찬 논리를 펼쳤지만, 재판부는 “이미 여성인 변희수 하사에게 남성을 기준으로 한 복무규칙에 따라서 내린 강제전역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며 전역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또한 다른 성소수자 군인들에게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적, 행정적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군대의 특수성’을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외면해온 국방부와 국회의 책임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발제자는 설명했습니다.

부당한 전역처분은 법원의 판결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여전히 군 조직은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닐 것입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각 사법, 행정, 의료, 트랜스젠더 노동권, 군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전역처분 취소 판결을 돌아봤습니다. 변희수 님의 부고가 전해진 이후 국방부는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국국방연구원이 해당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의 목표는 단순히 ‘트랜스젠더 군 복무 허용’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존중하는 군 조직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군대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서 트랜스젠더는 비가시화되어 있다는 평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의료 체계와 노동권 보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image_2.jpg


추모의 마음을 모으며, 함께 만들 변화를 다짐하는 시간

변희수 님이, 또 변희수 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온 변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년 전역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던 때,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소송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후원을 모아서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정의로운 판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지하철 광고 게시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광고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로 광고 게시를 불승인했습니다. 공대위는 추모조차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가로막는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활동을 이어왔고, 지속적으로 광고 게시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올해 2월, 서울교통공사는 공대위가 신청한 광고 게시를 승인했고 서울 지하철 3개 역사에 변희수 님의 1주기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시되었습니다. 부당한 전역처분 취소와 마찬가지로 변희수 님이 만든 변화입니다.

1주기 당일인 2월 27일에는 변희수 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남은 싸움에 마음을 모으는 추모제가 신촌역 인근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환하게 웃고 있는 변희수 님의 사진 앞에 꽃을 올리고 묵념했으며, 포스트 잇에 꾹꾹 눌러쓴 메시지를 남기고, “우리가 변희수다!”라고 함께 외쳤습니다. 부당한 전역처분을 내린 육군 본부와 국방부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기는커녕, 변희수 님의 순직 처리를 피하기 위해 고인의 사망일조차 부정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변희수 님의 순직 인정을 통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하도록 만드는 일, 토론회에서 짚은 대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과 같이 앞으로 만들어야 할 변화 또한 적지 않습니다. 추모제에서 함께 모은 추모의 마음만큼, 앞으로 남은 싸움에도 함께 하자는 다짐을 나눴습니다. 함께 모은 마음을 기억하며, 국방부와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싸움을 이어가겠습니다.

제목 없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