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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집회와 친해지는 중이에요

사랑방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집회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집회를 사랑방을 통해 처음 접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주 나가본 건 아니에요. 직접 참여한 것보다는 뉴스나 기사로 집회를 접하고는 했어요. 세월호 이후, 박근혜 탄핵 집회 때 돼서야 자주 나갔어요. 당시 집회를 나가는 게 당연한 분위기이기도 했고 뭔가를 한다는 느낌과 누군지는 모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슴 벅차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는 사실 집회참여가 뜸해지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2021년은 참여한 집회가 가장 많은 해예요. 다양한 의제의 집회를 경험한 한 해였어요. 주변 활동가들이 코로나19 이후로 집회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이야기했는데요. 집회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집회하고 싶다는 마음은 뭘까 궁금했어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참여하고 싶다까지는 해봤어도 집회를 하고 싶다고까지 나아간 적은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필요한 수단이 집회와 농성이라고 생각해서, 디폴트(기본설정값)라고 접근해본 적은 없어요. 사랑방 활동을 시작하고 참여한 집회가 이전에 참여한 집회보다 전투적(?)이었어요. 요런 상황 속에서 집회를 참여하게 됐어요.

2021년 8월 27일 멸종저항서울과 멸종반란 한국이 주최한 ‘탄소중립위원회 규탄의 날’에 탄소중립위원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때, 둘러싸고 있는 경찰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와중에도 노래 부르고 시끄럽게 소리를 내면서 구호도 같이 외쳤는데요. 경찰이 불법집회고,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며, 불편함을 준다고 경고한다고 계속 방송을 내보냈어요. 다들 겁을 먹기는커녕, 발언과 노래를 이어나갔어요. 그때부터 저는 속으로 당황했지요. 뭘까?? 이 상황이 어렵고 난감했어요. 집회를 한다는 게 이렇게 제재를 받아야 할 일인 건지. 처음보는 광경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경험해보니 속으로는 걱정도 되기도 했어요. 정말 잡아가려나, 뭔 일이 벌어지려나. 그 다음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2021년 10월 18일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탄중위해체공대위가 노들섬에서 “기후위기를 못 막는 2030 감축목표와 감축 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했어요. 그날 사랑방 활동가도 함께 합류했는데, 먼저 도착한 활동가에게 연락이 왔어요. 경찰이 따라붙고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전해줬어요. 노들섬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이 따라붙기 시작했어요. “어디 가세요? 일행인가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좀 이따 하는 집회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하면 이대로 끌려가는 건가. 일단 길에서 누구든 붙잡고 어디를 가는지 묻는 상황 자체가 믿기지 않기도 했어요. 21세기에 이게 무슨;;;

사랑방 활동 이후 참여했던 집회는 ‘행동한다’였어요. 그전에는 ‘참여한다’는 것에 가까웠거든요. 앞선 두 집회 이후에는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좀 다른 감정도 느꼈어요.

2021년 11월 8일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는데요. 그날 천막은 안된다는 경찰의 대응 때문에 활동가들이 천막을 지켜내느라 고생도 했어요. 경찰이 천막을 뺏어가려고 활동가들을 둘러싼 다음에 떼어냈어요. 결국 천막이 아닌 비닐로 농성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모두 추위와 싸워가면서 하는데, 알고 보니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도 농성장을 세워보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시행착오 끝에 농성장 형태로 만들었어요. 중간중간에 담요랑 필요한 물품을 나르는데도 어찌나 경찰이 붙어서 확인하려고 하던지 감시에 가까웠어요. 경찰에게 잘 협조하는 게 집회를 하는 데 있어서 편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경찰이 어느 정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날아가는 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아기 돼지삼형제의 첫째 집처럼 농성장이 날아갈까봐 걱정했는데요. 여러 활동가가 고치고 또 고치다 보니 튼튼하고 멋져지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농성장 문화제는 어떻게 기획하지도 걱정했는데,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하니까 어느 순간 '평등수크린' 사회를 보고, '차별금지법제정하고 싶다 댄스파티' 때 율동도 추고 있더라고요. 벌써 사랑방에 들어온 지 8개월이 되어가는데요, 사랑방 활동가라고 소개할 때 아직도 부담스럽기는 해요. 매번 새롭고 어색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쭈뼛쭈뼛 한발만 담그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점점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것들이 확장되는 걸 느껴요.

집회가 사회에 말 걸기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 말 건네는 게 어렵고 난감하게 느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이 먼저 들거든요. 그럴 때 집회에는 다양한 언어가 들어있어요. 언어를 만드는 게 부담스러운 저에게는 배움의 자리이기도 한 집회와 친해지며 2021년 한 해를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