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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자원/돋움활동가 멤버십을 정리하며

문득 ‘사랑방’이라는 단체명이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넓은 공간이 아닌데도,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나’ 싶게 회의실로 쓰는 모든 방이 꽉 찼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사랑방스럽다’고 생각되는 그 장면에는 상임/돋움/자원활동가라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가 조직’의 지향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인권영화제로 사랑방을 접하고 자원활동을 하면서 사랑방과의 인연이 시작됐는데요, 90년대 중후반 인권침해 대응 과정에서 만난 당사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사랑방을 오갔었다고 해요. 국가폭력 피해자, 불심검문 거부 대응을 함께 한 대학생, 인권영화제를 통해 만난 관객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랑방을 오가면서 그때그때 사랑방에 필요한 일손을 보태줬대요. 그러다가 98년 자원봉사자 모임 ‘인사동’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으로 자원활동이 사랑방의 조직체계 안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2000년대 팀 체계 속에서 자원활동가들은 사랑방의 운동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또 2006년에는 돋움활동가 멤버십을 도입하게 됩니다. ‘생활의 중심은 사랑방이 아니지만, 사랑방을 함께 책임지는 돋움활동가’ 제도는 전업활동가를 탈피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랑방이 초기부터 내걸었던 인권운동의 대중화를 실천하는 경로라는 의미 속에서 자원/돋움활동가는 사랑방을 구성하는 멤버십으로서 운영되어 왔습니다.

2013년 20주년을 계기로 사랑방은 다시 운동전략을 세우며 조직적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자는 운동전략의 방향 속에 사랑방 논의와 활동의 중심을 두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직체계에 대한 점검과 개편 논의는 오랜 숙제였습니다. 20주년 이후 달라진 활동방식 속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체계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진 시간도 있었습니다. 자원활동가 모임의 부침을 겪기도 하고, 돋움활동가들과도 일상적으로 함께 활동을 만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 2019년 조직구조에 대한 활동가 인터뷰를 시작으로, 작년과 올해 본격적으로 조직체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사랑방에서 자원/돋움활동가 멤버십에 부여해온 의미와 위상이 무엇이었는지, 사랑방 안팎의 변화를 함께 살피며 지금의 사랑방 운동에서 이러한 의미와 위상은 여전한지 등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논의 끝에 사랑방은 자원활동가와 돋움활동가 멤버십 운영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자원활동 모임을 운영해갈 것이지만, 사랑방을 구성하는 ‘다양한 활동가 멤버십’은 정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사랑방의 운동 방향,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어떤 방향으로 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랑방이 펼치고자 하는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는 운동, 그럴 때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운동의 흐름과 힘을 조직해가는 것을 우리가 해야 할 역할로 보다 분명히 확인하게 되면서, 기존의 멤버십으로 수렴하고 확인해온 것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어요. 이러한 멤버십 제도의 정리가 다양한 삶의 형태와 조건 속에서 누구나 인권운동을 함께 하길 바라는 사랑방의 지향을 달리 하는 것은 아닙니다. 멤버십 정리 후 상임활동가로만 조직을 구성할 때 폐쇄성과 경직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향과 한계를 어떻게 구성하고 극복해갈 것인지, 앞으로 새로운 조직구조에 대한 논의 속에 담아가려고 합니다.

조직체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원활동가, 돋움활동가로 사랑방의 운동을 함께 만들며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참 많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랑방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리적 제약 속에서도 늘 든든한 곁이 되어주면서 그간의 조직체계 논의를 함께 하며 매듭을 지은 돋움활동가 세주와 아해, 정말 고마웠어요. 사랑방 활동가로, 인권운동의 동료로 함께 나누고 쌓았던 뿌듯함을 기억하면서 새로운 전환을 준비해가겠습니다. 그 전환이 이전과는 다른 버전의 ‘사랑방스러움’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