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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기후위기 최전선에 선 우리가 대안이다, 우리가 희망이다

기후변화, 기후위기가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이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공효진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나와서 ‘탄소중립 캠핑’에 도전하는 설정이다. 쓰레기 줍기와 조깅을 합쳐서 ‘플로깅’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기업과 지자체들은 연일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광고를 쏟아낸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주식투자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채식과 전기차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필수 소비덕목처럼 권유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히 ‘탄소중립위 해체’를 내걸고 ‘기후정의 실현’을 선언한 공대위 활동은 10월에도 이어졌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온갖 기상이변의 경험들,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파괴적 결과들을 듣고 있자면, 한없이 작고 힘없는 나를 어쩔 수 없이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어서 절박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하려는 사람들에게, 정부와 기업은 달콤한 권유를 한다. 착한 소비를 하라고, 착한 기업에 투자하라고, 일상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개인’들에게 이웃과 동료와 연대해서 권력자들에게 맞서라고, 기업과 자본의 독재를 깨뜨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주범이니까. 자본이 권력과 이윤축적을 위해 인간과 자연을 착취하고 수탈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 결과가 기후위기/생태위기이고 불평등이다. 그걸 이제와서 ‘탄소중립’과 ‘공정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불타는 지구에 중립은 없다! 10.14 기후정의행동

그래서 ‘탄중위 해체 공대위’는 탄소중립위원회로 대표되는 정부와 자본의 기후위기 대응이 왜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를 밝히고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를,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기후정의 실현을 선언하는 10.14 기후정의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이 날 집회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 청소년/청년들, 반빈곤 운동 당사자들, 새만금 공항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우리가 기후위기 최전선에 선 당사자이며, 기후위기에 맞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것을 선언했다.

공대위가 전면에 내건 탄중위 해체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중장기 기후위기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개입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탄소중립 예능’과 같은 사례들은 앞으로 더 전면화될텐데 그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한국 제일의 화석연료기업인 SK 에너지는 얼마 전 ‘탄소중립 휘발유’ 출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탄소 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상쇄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실 온실가스는 생명체의 활동 결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것이고, 이를 생태계는 적정한 수준에서 흡수해왔다. 생태계 균형 상태의 활동을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 조성이라는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런데 조림과 같은 탄소흡수원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탄소배출을 지속하기 위한 면죄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상품 생산과 폐기 절대량을 줄여야 하지만, 탄소중립/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탄소중립 항공여행 상품도 오래 전에 개발됐다. 돈을 더 내면 그 돈으로 저개발국에 조림을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도 안되면 과학기술로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겠다는 미래 기술이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이다. 목적은 어떻게든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

이러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 게,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한 정부인사와 기업인들이 타고온 전용기 400여 대가 공항을 가득메운 모습이었다. 특히 기업인들은 소위 친환경 사업에 거금을 투자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자신들의 탄소발자국과 과소비는 이러한 투자로 모두 상쇄된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기존의 권력관계와 체제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 간판만 바꿔달면 되는 것이다. 친환경/탄소중립으로 말이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야 한다는 지구적 위기 앞에, 탄소는 흡수가능하다고 거짓 환상을 유포하면서 권력을 유지한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결코 탄소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다. 10.14 기후정의행동에 함께 한 이들은 ‘불타는 지구에 중립은 없다!’고 외치며 기후정의운동은 결국 체제변혁운동임을 선언했다.

10.18 노들섬 탄소중립위 전체회의

이런 ‘탄소중립’ 전략을 정부가 전면에 내걸고 기업들의 새로운 돈벌이를 지원하겠다는 게 ‘탄소중립위원회’이다. 지난 10월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노들섬에서 열어,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 날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에 따른 어려움을 기업 혼자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절약과 재활용 습관화,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줄이기와 같은 일상 속 실천으로 국민 누구나 탄소중립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바로 인류의 멸종 운운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저들이 선포한 전략이다.

이 날 노들섬에는 공대위를 비롯해 많은 기후활동가들이 기만적인 탄중위 회의를 규탄하는 집회와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이제 기업과 정부의 선의를 기대하고 잘하기를 요구하는 행동은 그만둘 때가 됐다. 기후위기야말로 이윤과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이 자행하는 체제의 폭력이며 기후위기 대응은 이러한 권력과 폭력에 맞선 투쟁에서 시작된다. 쓰레기 줍기가 아니라, 일터와 농토에서 쫓겨나는 노동자, 농민과 함께 연대하는 싸움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