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사랑방 소식지를 빠짐없이 읽고 있는

주영 님을 만났어요

저에겐 오랜 친구이면서 동시에 사랑방 후원인인 친구에게 발송한 <사람사랑>이 반송되었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하고 연락해봤더니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근데 다음 소식지 보내줄 때 꼭 반송된 소식지도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왜냐고 물으니 후원 시작하면서 사랑방 소식지 빠뜨리지 않고 모으고 있으니 꼭 전해달라고 당부를 하더군요. 왠지 모를 고마운 마음에 후원인 인터뷰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권해보았더니 흔쾌히 답해주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평범한 월급쟁이 주영입니다. 자기소개할 내용이 별로 없네요. 항상 사랑방 소식지를 보면 인터뷰하는 분들이 어디선가 활동을 하고 계시거나 사랑방과 오랜 인연을 맺은분들이라 오늘 이 인터뷰 자리에서 별로 할말이 없을까봐 조금 긴장되네요.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게된 계기는? 활동을 지켜보시면서 눈에 띄는 활동은?

시작은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서 후원하게 되었는데요. 처음부터 했던 것은 아니고 그 친구가 활동 시작하고 몇년 뒤에 활동하면서 후원할만 하다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자기 활동하는 곳을 후원 할만하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당황했지만 믿고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앗, 제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었나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사실 요즘은 일이 너무 바빠서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관심들이 다 달아날 판입니다. 언젠가부터 일상 속에서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똑같아”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모두가 한번에 이해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원래는 어떤 관심들이 많으셨어요?

자수, 뜨개질 등 손으로 만드는 것들을 좋아해요. 근데 원래 여기저기 잡다하게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관심이 생기면 적당히라는건 잘 몰라요. 항상 끝까지 가봐야 해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만큼의 정보는 다 찾고 뭔가 배움이 필요하면 배움에 돈 쓰는 것도 기꺼이 하는 편입니다. 한국어로 찾는 정보가 부족할 땐 외국어를 배워가면서 새로운 정보를 찾으러 다녔어요. 잘하진 않지만 이것저것 조금씩 배워가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관심사들을 전혀 돌보지 못하고 있네요. 관심이 사그라들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까요? 요즘은 옛날만큼 열정을 가질만한 분야를 쉽게 못 찾고 있어요.

회사 일이 정말 바쁘신가 봐요. 그래도 혹시 관심 있는 사회문제가 있으시다면 어떤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계실까요?

솔직히 관심이 많다고 할 만큼은 아닌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이슈나 주제라기보다는 그래도 요즘 장애인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고있어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불현듯 제가 속한 생활공간 안에서는 장애인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뉴스같은 것을 보다보면 대통령 후보들이 나와서 토론을 해도 장애인 문제는 비중도 적은 것 같고. 그나마도 내가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오직 뉴스인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관심이 없어서 일수도 있긴 하지만요. 정말 장애인은 많을 텐데 잘 보이지 않아서 이게 왜 그런지 조금 더 관심을 둬보려고 하고는 있어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네요.

당연히 회사일도 있으시겠지만 왜 꾸준한 관심을 두기 어렵다고 느끼세요?

정말 현실적으로 회사 생활이 정신이 없는게 가장 크긴 한데요. 또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잘 나누게 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여성인 친구들과 페미니즘 문제는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긴한데 코로나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얼굴보고 만나는 것도 줄어들면서 더 그래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갈등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니까 더 그렇더라고요.

사회문제를 이야기 나누다가 생기는 갈등이라고 하면 어떤 갈등을 겪으세요?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갈등의 종류는 다양한데, 제가 콘텐츠 관련된 일을 계속 해오고 있거든요. 일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기에 유해하다고 느껴지는 콘텐츠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어요. 여성혐오적인 가사가 섞인 노래라든가, 혐오발언이 섞인 자극적인 발언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영상들 종류도 다양해요. 이런 콘텐츠들이 조회수가 잘 나오고 잘 팔리는 내용이라면 그냥 더 많이 밀어주고 돈 벌면 되는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창작자는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일부 창작자는 이런 사회 이슈를 지적하기 위해서 그런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음원이 소비되는 구조만 보아도 그렇고, 실제로 소비시키기 위해 타겟팅하는 대상도 그렇지는 않거든요. 일개 직원인 저에겐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성혐오 가사로 이미 문제가 된 곡은 우리도 내리자고 말하고 곡을 내린적이 있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누가 저에게 메갈이냐고 묻기도 하던데, 이게 메갈이면 하고 말겠다고 답해버렸죠.

그리고 사적인 관계에서는 더 어렵더라고요. 드러나는 갈등까지는 아니고 갈등하게 될까봐 말을 아끼는 장면이 더 많은데요. 가령, <82년생 김지영> 소설이 이슈될 때도 우리보다 윗세대 이야기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저는 여성이라서 겪는 문제를 다룬 이야기가 세대의 문제로 이야기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도 생각했거든요. 저와 제일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집단에서 제 경험담을 이야기해도 개인에게 일어난 안타까운 일로 치부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른 집단에서는 또 동의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텐데 그럴 수록 ‘내가 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논리를 만들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더 심해지면서 말하기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에너지 써가면서 설명하기도 힘들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이야기하기 편한 사람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네요.

예전에 일하실 때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갈등이 일을 옮기는 계기가 되었을까요?

전혀 그렇지는 않고요. 만약 저 개인과 직결되는 문제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나쁜 콘텐츠를 만난다는 이유로는 아닙니다. 지금 일하는 곳도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는 환경이에요. 어딜가나 이런 문제는 많은데 회사를 옮기는 문제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사회가 바뀌어야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 사실 무척 놀랐는데 사랑방 소식지를 꼼꼼하게 모아두신다고 하셨잖아요. 다 모아 두신다고 하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도 드는데, 어떤 마음으로 모아 두실지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나름 뿌듯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다 읽어봅니다. 아그대다그대에서 “내 인생의 처음 먹어본 전자제품”이라는 오타도 제가 첫 번째 제보 아니었나요?(웃음) 그런데 사실 소식지를 모으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저는 수집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후원하는 동안은 꾸준히 보내주실테고, 의지를 내서 모아보겠다고 하면 모으는 것도 가능하니까 차근히 읽어보고 한권씩 모아두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사람사랑>은 저에게는 제가 모르는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온라인 영역을 중심으로 일하는 제가 일상에서 체감하기 힘든 이슈를 알게되는 통로랄까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저희 SNS에도 들어와서 보셨을까요? 보셨다면 조언 한마디만 해주세요.

사랑방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는 들어가봤는데, 사실 저는 페이스북 자체를 잘 안들어가긴 하는데요. 저에게 페이스북은 더 이상 어떤 내용이 널리 퍼지는 데 적극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메신저로서 기능이 남아있다고나 할까요. 사랑방에서는 활자 컨텐츠를 주로 생산-공유하시니까 목표로 하는 바나 타겟팅하는 집단이 다를거 같아요. 저는 음원이나 영상을 주로 다루다보니 조언까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뭔가 활자화된 컨텐츠나 진지한 내용의 컨텐츠가 잘 안퍼지는 시대인 것도 같고요.

그래도 SNS활용을 아예 안할 수도 없기도하고, 이왕이면 사랑방이 전하고 싶은이야기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제가 느낀점은 조금 더 널리 퍼지기 위한 고민이 함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활용할 매체의 선택부터, 어떤 방식의 컨텐츠를 제작하고, 누구를 타겟으로, 실제 포스팅하고 홍보를 시작하는 과정의 꼼꼼함까지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는 있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하는 사업이 그렇게 잘 설계되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랑방에서 이런 종류의 사업을 기획하시면 꼭 이런 고민을 잘 해보셨으면 좋겠고, 저에게 연락주시면 저도 도울 수 있는 만큼은 돕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방 후원인으로서 바라는 점?

사랑방이라는 단체에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잘 하시리라 믿기에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사랑방에 바란다기보다는 사랑방 활동가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은 덜 하면서 즐겁게 활동하셨으면 좋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