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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국회


국회 안에 크으으으은 나무가 많아서 좋다.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전망이 좋다. 국회 안 식당 밥이 맛있다. 국회에 좋은 점을 떠올리니... 이것 뿐인 것 같다는 씁쓸한 마음. 국회야, 2021년에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민선
수년 전 국회 갔다 나오는 길 잔디를 가로지르는데 동행했던 활동가가 곳곳 떨어진 감을 줍더니 나눠줬다. 잘 익은 홍시였는데 엄청 달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국회 갈 때마다 두리번거리게 된다.

가원
국회 칭찬 한번 해보고 싶다. 대체 할 일 안하고 뭐하냐고 호통만 쳐봐서. 대체 그날은 언제오냐고요.

어쓰
국회 안보다는 국회 정문 앞에 더 자주 간다. 주로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거나 1인시위를 진행하기 위해서인데, 언제 가더라도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억울해하거나 분노하거나 결의에 차서 무언가 외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데 국회는 무엇에 얼마나 응답하고 있나. 국회를 떠올리면 한숨이 나오거나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이유다.

정록
국회에 대한 기억은 토론회, 농성장, 집회다. 정당이나 의원들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게 별로 없지만, 그 장소는 그래도 늘 그런 북적임과 모임들로 기억된다. 얼마 전에 세종시장이 국회 이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걸 봤다. 지방 분권이고 뭐고 별로인 것 같다. 국회는 가장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곳에 있어야 한다.

세주
국회의사당 앞에 처음 가본 게 20여년 전 쯤인것 같다. 지나가면서야 저게 국회의사당이다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뭐 가볼일이 없었으니까. 학교에서 이라크전쟁 반대행진을 한다고 지하철 통해서 국회까지 갔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최근접으로 국회를 접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필이면 그때 또 뉴스 영상에 잡혀서 누가 알아보고 전화와서 세주 그런 짓(?) 하고 다닌다고. 조심해서 다니라고 그랬다고 전해들은 기억이 있다. 헐~ 정작 나는 그 영상을 못봤다. 근데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 청와대, 법원, 이런 것들은 친근하지 않다. 아마도 영원히 그렇겠지?

아해
국회는 마치 음험한 성(城)과 같았다. 다가가기만 해도 병사들이 막아서고, 벽을 넘기위해 온몸을 던져야하는. 성문 앞, 성벽 아래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 듯 그 주변에서 움막을 짓고 밤을 새워야 하는.
언젠가, "볼일"이 있어 국회를 "방문"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잡으러오는 사람이 없는 평범한 풍경이 내게는 오히려 붕~ 뜬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다. 국회가 여전히 그들만의 성이기 때문일까.



다슬
대학생 때 현장실습을 하게 되면서 약 2주동안 국회 정론관에 머물렀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와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생각보다 국회는 바쁘게 돌아가고 많은 일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당시에 국민의당 이언주의원이 급식조리노동자들에게 비하발언을 해서 문제가 됐다. 눈앞에서 급식조리노동자들이 이언주 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장면을 봤다. 제대로 된 사과보다는 변명이 전부였다. 지금의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자꾸만 멀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디요
국회에 대해서 참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분명하다. 하라는 거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거는 기어코 하고야 마는 국회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봐왔기 때문 아닐까. 그걸 다 국회 탓만 하고 있기에는 사회운동이 국회를 움직일 만큼의 힘을 모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지금의 국회 자체가 돌아가는 판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리 두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거리 두는 마음도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는 날 정도 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