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청소

◐ 아해

입는 것만 입고, 먹는 것만 먹고, 쓰는 것만 쓴다. / 그렇게 나쁘지 않은 형태라고 생각되는데, 세상이 그다지 항상(恒常)하지 않은 것이 문제. / 쓰다가 안 쓰게 되는 것도 생기고, 새로 들어오는 것들도 생긴다. / 그런 것들이 그대로 차곡차곡 쌓여 내 공간을 가득 채운다. / 그래서 언제나 청소는 내 인생의 후순위.
후후후.

 

◐ 가원

유년기에 모친에게 늘 듣던 잔소리가 있었다. 뭐든 마무리를 안 한다는 게 요지였다. 특히 청소할 때 잔소리는 폭발했다. 먼지를 쓰레받기에 모은 뒤, 방 한구석에 가만히 두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어쩌면 끝보다는 여운을 즐기는 사람인 지도 모른다…….

 

◐ 

청소 시간을 사수하는 것은 쉬는 시간을 사수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유로운 날은 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2시간 동안 청소를 한다. 모든 창문을 다 열고, 냉장고와 싱크대를 닦고, 옥상에 올라가서 이불도 털고, 책장의 먼지도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한가득 설거지,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고양이 물을 갈아주고 나면 화장실 청소 시간. 희석한 구연산으로 타일 틈새를 구석구석 닦고 씻어내고, 베이킹 소다로 거울과 온갖 스텐 부위를 닦는 것에 열중하다보면 3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 청소가 끝나면 샤워하고 나와서 물 한잔 마시고 과일을 먹고 고양이랑 뽀송한 새 패드가 펼쳐진 침대에 누워서 낮잠…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 민선

사무실 이사할 때 나온 <버리고 사는 법>이라는 책을 챙겨갔었어요. 전 청소를 큰 맘 먹고 비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청소와 저란 사람은 거리가 매우 멀답니다. 이사는 짐정리의 기회라는데, 그간 몇 번의 이사를 했어도 미처 정리 못해 데리고 온 짐 박스 몇 개가 있어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아 차마 짐을 풀 엄두를 내지 않게 되네요. 그냥 버리고 나면 있었던 건지도 모를 거 같긴 한데, 수년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냥 버리는 건 못하겠고 일일이 살펴봐야 할 것 같거든요. 언젠가 해야지는 안한다는 거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다음 이사 때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버리고 사는 삶을 살고 싶지만, 이번 생에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 정록

청소, 하기 전에는 너무 하기 싫지만 하고 나면 개운하다. 오해는 마시길, 샤워하는 건 좋아한다.

 

◐ 어쓰

미뤄서 쌓일수록 더 힘들어지니 조금씩 바로 한다. 청소의 기술이지만 인생 많은 일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말처럼만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 세주

내 인생의 청소라는 것을 딱 들었을 때 초등학교 때 엎드려서 바닥에 초칠하고 손걸레로 닦던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쳐갔다. 흠 뭔가 그때는 당연히 했던 건데 지금 이런 거 하라고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청소 했던 건 그때 이후로 있었을까. 요즘에는 보이면 치우고 버리고 닦고. 쌓아놓아야 되겠다 싶은 건 쌓아놓고 하는 것 같다. ‘일요일은 대청소 하는 날’ 이런 게 없다. ^0^ 다음 주거지로 옮기는 것이 이제 일년 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마 많은 것을 버리고 가게 될 듯 하다. 이 이야기는 곧 지금 거의 청소가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 매번 버릴 것들에 대해 마음으로 리스트업 중이다. 곧 청소 할 것이다.

 

◐ 디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방 청소 좀 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방문을 닫고 “청소 끝!”을 외치던 사람으로서 민망하지만, 이제는 청소가 싫지 않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던 먼지가 신경 쓰이고, 머리카락이 싫어졌다. 여전히 청소를 안 한다고 못 살겠다는 타입은 아니지만, 청소하는 만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