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인권'운동이 아니라 인권'운동'을 하는 사랑방을 기대하며

강성윤 님을 만났어요

이번 후원인 인터뷰는 맑스주의 정치경제학 연구자이면서 다양한 곳에서 '자본론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강성윤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와 성공회대에서 맑스주의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전업 시간강사 강성윤입니다.

 

◇ 사랑방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후원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2002년 초에 서준식 선생님이 계셨던 사랑방 부설 인권운동연구소에서 한 학기 정도 자본론 1권 읽기를 함께 해 줄 수 있겠냐고 저에게 요청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첫 시간에 자본론은 1권만 읽어서는 안 되고 3권까지를 하나의 책으로 보고 다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1년 꼬박 걸려서 3권까지 다 읽었죠. 아마 저 때문에 당시 인권운동연구소 학습 계획이 좀 헝클어졌을 겁니다.^^ 그렇게 인권운동사랑방과 인연을 맺게 된 건데, 2006년 즈음 사랑방에서 첫 후원주점을 열었어요. 그 때 낮에 잠깐 얼굴 좀 비추고 후원인으로 가입도 하게 됐죠.

 

◇ 오랫동안 '자본론 읽기 모임'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자본론을 읽는 것과 다르게 ‘읽기 모임’을 진행하는 이유,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가 자본론 읽기 모임 첫 팀장을 맡은 게 2001년이니까 좀 있으면 20년 되겠네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제가 자본론을 왜 읽게 됐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처음 들어갔던 대학에서 얼치기 운동권이 되었는데, 학생운동과 별개로 공부를 워낙 못해서 학사경고를 3번이나 맞고 제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도 철이 덜 들었는지 여전히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내가 현장에서 사람을 조직할 깜냥은 안 되니까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운동권 학습이랍시고 좀 했던 공부 중에 경제학이 재미가 있었고, 다시 대입 시험을 보고 학교에 들어가서 나름 계획적으로 맑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거죠. 그 때부터 자본론 공부가 내 일이고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자본론을 공부해서 무슨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제가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걸 다른 이들과 공유해서 '자본주의가 정말 이런 체제다'라는 것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죠. 해가 갈수록 그런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많은 운동들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이 불충분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운동가들의 헌신성이나 운동에 대한 마음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거죠.

 

◇ 이 자리를 빌어, 평생에 한 번은 꼭 읽어볼 책으로 ‘자본론’을 홍보한다면?

 

자본론 강의나 세미나를 할 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자본론 자체가 혁명을 선동하거나 하는 책은 아니에요. 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분석하는 책인데 맑스가 그 지난한 연구를 왜 했을까를 생각해보자는 거죠. 자본주의가 이런 저런 문제가 있으니까 잘 고쳐 써보자는 게 아니라, 애초에 자본주의가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체제라는 게 맑스의 생각입니다. 그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자본론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거죠. 자본론 1권 서문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맑스는 이론가, 사상가이기 이전에 자본주의를 폐지하기 위해서 살았던 혁명가였고, 자본론도 그걸 목적으로 했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왜 이 모양이고 내 삶이 왜 이렇게 팍팍한가를 알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그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자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이슈 또는 연구주제가 있을까요?

 

제 박사논문 주제가 '디지털 정보 상품(또는 정보재)의 가치'에 대한 것입니다. 정보 상품의 이용과 관련해서 자본주의에서는 지적재산권이라는 형태로 지배계급의 이윤을 보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본가에게 독점권을 부여하고, 그 결과물의 사회적 이용을 철저하게 제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산력이 발전하며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 상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을 비롯해 갈수록 많은 재화나 서비스들에서, 처음 개발할 때 드는 비용보다 그것을 재생산(복제)할 때 드는 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이라는 국가의 법률적 강제를 통해 이 상품들의 자유로운 재생산과 이용을 금지하고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이것이 왜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서준식 선생님을 통해서 사랑방을 만났고, 제가 알기로 그 분의 관심은 인권이라는 것의 계급성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유일한 인권단체도 아니고, 설립 당시 이미 여러 인권단체들이 있었을 텐데 인권운동사랑방이 인권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인권의 계급성에 대한 연구나 운동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랑방이 그런 부분을 더 발전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같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까 반갑기도 하지만, 사랑방이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는 곳에 손 하나 보태는 것을 넘어서 그런 활동을 통해 사랑방이 지향하는 인권의 관점을 벼리고 그 성과가 운동사회에 확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권'운동이 아니라 인권'운동'을 하는, 인권으로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하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