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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서로의 어깨를 토닥토닥

10회 전국 인권활동가대회를 다녀왔습니다

매년 겨울 전국 방방곳곳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인권운동의 전망을 논의하고 서로의 힘을 북돋아온 전국인권활동가대회가 올해로 10회가 되었습니다. 인권운동의 연대를 고민하며 시작된 1회 대회 이후 활동가대회는 인권운동의 전망을 고민하기도 하고, 반차별·평화운동과 인권운동이 만남을 가지기도 하며 11년 동안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10회 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인권활동가대회 10회 맞이 大방출”이란 주제로 진행된 인권활동가대회는 10회 대회여서 그런지 꽤 많은 풍파를 맞았습니다. 처음 기획된 2012년 2월에는 숙소 측과 문제가 생겨 첫 번째 연기가 되고 6월에는 계약한 리조트가 부도가 나는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또 한 번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 번 더 연기가 된 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준비한 결과 2012년 3월 28일에 2박3일간의 10회 활동가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10회 활동가대회를 기획하며 고민은 많이 했지만 정작 준비하며 아쉬움이 생긴 건 분과토론과 종합토론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활동가대회에서 무슨 이야기 하냐고 물어왔지만 뚜렷한 답을 하기 어려워 꽤 오랜 시간 비밀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권운동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을 나누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혼자 머리를 싸매다 다른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분과토론과 종합토론이 준비되었습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준비한 “인권단체연석회의, 설렘과 아쉬움을 만들어온 10년”, 인권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한 “인권활동, 이상과 현실”, 전체토론 “박근혜를 우습게 보는 우리의 자세”는 활동가대회 준비팀만의 기획이 아닌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논의한 토론이었습니다.

활동이야기에 세 가지 토론에서 이야기한 고민들을 나누는 것은 분량의 한계 때문에 힘들 것 같습니다. 토론이 하나의 내용으로 정리된 것보단 앞으로 더 나누려는 고민들을 풀어놓아서 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나누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토론을 기획하면서 고민을 나누었던 것이 활동가대회가 가진 의미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머리를 꽁꽁 싸매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나 혼자서는 너무 힘들다고 말을 할 때,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쉽게 고민을 늘여 놓고 우리 함께 힘을 북돋으며 한발씩 나가자고 말을 할 수 있는 그곳이 인권활동가대회이고 인권활동가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년 인권활동가대회에서 연대를 이야기 해온 것 같습니다. 혼자 산을 오르는 것보다 누군가 내 등을 밀어주고 손을 잡아 당겨주며 오를 때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고 싶은 어딘가를 혼자가 아닌 함께 가기 위해 손을 잡아 주는 곳, 매년 한번이지만 전국 방방곳곳의 활동가들이 2박3일간 밤을 꼴딱 새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우리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올해 10회 대회는 3월 30일로 끝났지만 내년 11회 대회가 있어 아쉬움이 아쉬움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준비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11회 대회 준비팀에게 인수인계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알찬 활동가대회가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나누어야 갰습니다. 그리고 작은 기대를 품어봅니다. 올해보다 더욱 많은 활동가들을 11회 대회에서 만나기를, 그땐 더 많은 고민을 품고 그 자리에 갈 수 있기를, 11회 뿐만 아니라 계속 인권활동가란 이름으로 그곳에 함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