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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인권운동사랑방 반성폭력운동 10년을 돌아보다

인권운동사랑방 반성폭력운동 10년을 돌아보다
훈창

인권운동사랑방이 2002년 2월 8일 상임활동가 총회를 통해 『성차별 금지 및 성폭력 사건해결을 위한 내규』(이하 내규)를 채택하고 반성폭력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10기 위원회에서는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2013년 지금, 인권운동사랑방이 내규와 위원회를 통해 반성폭력문제의식을 높이고 있으며, 공동체 여성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2013년 상반기 반성폭력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사회 내 반성폭력운동의 현재를 돌아보고자

10기 위원회에서는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을 준비하며 활동가의 변화, 조직 및 위원회 활동의 축소, 위원 이외의 활동가들과 위원회가 유기적으로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속에 과거의 문제의식을 한단계 넘어선 사랑방 반성폭력운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랑방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00년 시작된 “운동사회성폭력뿌리뽑기 100인위원회” 이후 많은 단체에서 반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2013년 현재에도 운동사회내 반성폭력운동은 엉켜 있습니다. 많은 곳에서 성폭력은 하나의 사건이나 개인 간의 것으로 치환되고, 탈정치화 되였으며 피해생존자에 대한 치유와 지지가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가해자들이 징계내용에 반발하고 약속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활동가들이 방관자의 위치를 취하거나 성폭력사건에 공동체의 사람들이 개입과 지지를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랑방이 현재 놓여 있는 상황이 온전히 사랑방만의 문제가 아니며 운동사회 내 반성폭력운동의 현재를 함께 볼 필요성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이 지난 6월 24일 창전동 사무실에서 20명의 활동가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은 자신이 공동체에서 어떤 곤충의 모습을 띄고 있는지 소개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개미” “배짱이” “사마귀” 등의 곤충으로 자신을 표현한 활동가들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곤충을 정말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 몸으로 곤충을 표현하며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보려 시도된 소개 시간이었지만 곤충을 모른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려버렸습니다.

사랑방 내규 제ㆍ개정 및 위원회 활동 과정, 현재의 문제의식

자기소개 시간이 끝난 후 유성활동가가 2000년 활동을 시작한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의 활동, 사랑방내 언어성폭력사건이 사건을 통해 인권운동사랑방이 어떻게 내규를 제정하게 되었는지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하였습니다. 10년 전에 진행된 활동들을 통해 당시 운동사회 안의 가부장성, 성폭력 상황을 돌아보고 지금의 문제의식들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뒤이어 최은아 활동가가 내규 개정과정, 위원회의 활동과 현재 반성폭력운동이 가진 문제의식에 대한 발제를 진행하였습니다. 4차례 개정된 반성폭력 내규는 사랑방 반성폭력운동의 내용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1차 개정을 통해 진정인과 피해자의 권리를 명확하게 구별했고, 2차 개정은 돋움활동가 제도 신설이후 내규 적용대상을 전체 활동가로 확대 적용하였습니다. 3차, 4차 개정은 2007년 총회들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성에 섹슈얼리티를 추가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지 지원을 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을 명시, 예방교육과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명시하고 사실조사와 사건의 공개절차를 신설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다양화 하였습니다. 연이어 내규를 통해 절차가 진행된 몇 가지 성폭력사건을 돌아보며 당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성폭력 교육 마지막 발제로 운동사회 내 반성폭력운동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통해 사랑방 반성폭력활동에 대해 점검해 보았습니다. 최근 운동사회 내 반성폭력운동에서는 성폭력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만 다루어지고 있으며 개별 성폭력사건으로만 이해되 근본적인 젠더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조직의 젠더 권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사건 처리 이후 공동체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은 사랑방에도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2007년 이후 ‘사건’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면 사랑방 반성폭력운동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지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은 내부 역량의 부족을 느끼게 했고 일상적인 긴장과 소통, 여성주의적 모색을 위해 위원회가 공동체에 말걸기 또한 잘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내부적으로 조직의 축소, 위원회의 역량 하락이라는 조건도 있었지만 위원회에서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모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공동체의 조직문화가 쉽게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랑방에서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고민이 들었습니다. 공동체에서 성폭력에 대해 누구나 이야기하기 위해선 성폭력감수성을 모든 활동가들이 가지고 있는지, 은연중에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고 있는지, 성폭력에 대한 인식보다 성폭력 낙인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지를 봐야 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를 이번 교육에서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반성폭력운동의 고민을 살펴봄으로서 위원회의 향후 과제를 도출해 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공동체의 조직문화와 반성폭력운동

교육의 마지막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조별로 나누어 몇 가지 사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조별토론에서 위원회가 함께 나누고 싶은 건 공동체의 조직문화가 반성폭력운동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용인하고 있는지,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나 친밀성을 나누는 언어와 행동등에 있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조직문화는 공동체의 젠더권력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러한 조직문화는 불편하고 억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고 감정이 쌓여 ‘사건’으로 촉발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각자의 의견을 통해 우리의 문제의식을 돌아보려 하였습니다. 교육이 장시간 지속되어 토론의 결과를 잘 정리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위원회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2013년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을 마치며 사랑방에서 여성주의 실천과 반성폭력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위원회의 말걸기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공동체에서 모두가 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떠한 모습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2013년 하반기 반성폭력위원회에서 진행해야할 활동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일 것 같습니다. 시작점에서 하나하나 출발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그 실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후원인 여러분도 한번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있는 공간, 조직에서 반성폭력문화는 어떻게 하면 만들어질 수 있을지, 평등한 관계는 무엇인지,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저희에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