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다시보는 인권하루소식] 상상이 현실로 ?철도 노조 파업과 철도 공공성

상상하기

철도나 지하철, 발전산업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이런 저런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나 개인도 왠지 마음이 바쁘다. 그리고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듯이 생각이 된다. 특히 조중동 등의 신문 헤드에 00대란, 00대책, 비상00 등이 깔리면 더 급해진다. 아마도 이런 것을 노리는 것이겠지만... 이번 철도파업 때 역시 실제는 별다른 불편이 없었는데도, 출퇴근시간에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그러다 문득, 철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전기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파업 때문이지만 나중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쓸 수 없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별로 생각해 본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는 가끔 병원비가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한다거나 치료를 못 받는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살고 있다. 아니 이런 경우는 널렸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 판이라도..
그러니 이동하고, 따뜻하게 지내고, 누군가와 연락하는 등의 일들은 어찌 보면 더 쉽게 무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의 개념이 깨지고, 그 놈의 ‘돈’이 들어오면 가능한 상황이 아닐까? ‘일시적 정지, 혹은 불편에는 이처럼 마음이 바쁘면서도 그런 무서운 상황에 대해서 무방비한 것 아닌가, 누군가의 말대로 파업지지를 위해 철도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텐데, 아니,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출근하던 전철 1호선(철도청 소속) 속에서 머리가 마구 복잡해졌다. 마지막에 떠오른 건,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 ‘맞아, 맞아! 철이가 탄 999열찬 찻삯이 무지 비쌌다니까… 그렇게 된다니까~’

철도 개혁의 속내

지난달 30이 국회를 통과한 철도관련법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이다. 이 법들은 철도를 운영과 시설로 분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자가 처음 철도관련법을 보고, 취재를 시작할 때는 이번 철도개혁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설 법 자체가 민영화 특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공단?공사 법이라는 점이 우선 눈에 들어왔고, 철도노조 역시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의 박하순 소장이 알려 준 ‘철도사업법(안)’-건교부 지난 3월 제출-을 보고, 이번 철도개혁법이 허울만 공단?공사인 ‘민영화’법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철도민영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철도사업법(안)은 철도를 운송(여객, 화물)과 차량?정비사업 등 여러 사업영역으로 분리하고, 각 영역에 사업자를 둘 수 있도록 하는데, 이것은 철도업무에 여러 사업자들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정부의 철도개혁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부터 시작하고, 이 법은 철도사업을 운영과 시설로만 분리하고 있지만, 뒤에 오는 철도사업법(안)은 8개 영역으로 사업을 분리, 사업자를 둘 수 있게 하고 있다. 분리된 사업에, 여러 사업자들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극히 당연하다. 또 이러한 사업의 분리가 민영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민영화된 한국통신이나 통신산업의 예에서 확인한 것이다. ‘경쟁적 상업 기업의 철도’ ‘대중교통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철도’... 나만의 우려인가?

철도 파업의 정당성

그러나 어쨌든 이번 국회 통과 법은 겉으로는 철도가 공단과 공사로 나누고, 정부가 99년부터 시도했던 철도 민영화를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는 있지 않았고, 파업초기에는 ‘철도 공공성 파괴’라는 구호도 약했다.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것 역시 ‘4?20 합의 파기’였다.
철도 노조는 정부가 4월20일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합의 내용은 ‘철도 개혁은 철도의 공공성 감안하여 민영화를 철회하고,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노조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갖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관련법은 6월 2일 철도노조가 참석하지 않은 한 번의 공청회 외에는 4?20합의 따른 노조와의 충분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6월 9일 이호웅(민주당)의원의 발의 이후, 6월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상정, 27일 법사위 통과,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 등 국회법을 어겨가며 강행처리 되었고, 이를 ‘합의 파기’라고 하는 철도노조의 주장은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 철도노조의 주장과 행동에 대한 대가는 참으로 가혹하다. 구속 14명, 직위해제 657명, 고소고발 1045, 중징계 8648, 게다가 90억이 넘는 손배소송까지..
기자가 더 놀랍고도 안타까운 것은 정부는 잘못한 것이 없고 노조만 죽일 놈이 됐다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중징계 방침이 연일 보도되던 어느 날 라디오 뉴스에서 ‘그간 정부가 노조 측에 기울어져 있었는데 이번 파업에 대한 조치는 정부에서 노조의 불법행위를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 주는 본보기가 될 것’ 이라는 논평이 흘러나왔다.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 하던가.

아쉬움

이번 철도파업에서 철도기본법, 공단?공사법, 철도사업법으로 이어지는 철도개혁이 철도의 공공성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점이 기자는 가장 아쉽다. 물론 이번 파업에 따른 중징계 등으로 철도노조가 위태롭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철도관련법이 개악이라는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