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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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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내 인생의 한파’를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아해

최근 한파에 사랑방 부엌 수도꼭지가 꽁꽁 얼어서 터져버렸습니다. 바깥으로 내려가는 하수구도 얼어붙어서 물바다가 된 부엌바닥에서 물을 퍼내야했습니다. 부엌에서 아무 것도 못하니, 참 불편하더군요. 사랑방 올라오는 언덕길엔, 땅이 꽝꽝 얼어붙어서인지 아스팔트가 깨져서 불뚝불뚝 솟았습니다. 그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스마트폰이니 트위터니 하면서 뭔가 '첨단'시대에 살고 있다고 거들먹거리다가 날씨가 조금 추워지니까 꼼짝도 못하는 우리 꼴이 뭔가 조금 고소했답니다.

은진

한파보다는 내인생의 폭설이라고 해야할까요?(주제를 맘대로 바꾸는 능력자 ㅋㅋ)
고등학교 때 무릎까지 눈이 와서 온 동네가 마비되었던 적이 있어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버스도 멈춰버려서 친구들과 일렬로 찻길을 걸어 집으로 갔죠.
거짓말 안하고 버스로 5분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1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오는 중에 담임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래도 내일 학교를 안쉴거냐며 따졌던 기억이;;;;

돌진

내 인생 최고의 한파는 2004년 연말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앞 농성 때. 안그래도 가장 추울 때 여의도에선 한강바람이 그냥! 그것도 밤마다 이어지던 촛불집회에서는 오들오들 떨면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난 농성장에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은 아직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 나 원 참. 2005년 겨울 전용철 열사에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지면서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찰은 물대포를 쐈는데, 사람 몸에 맞은 물대포 물이 그대로 얼어 고드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춥다!

미루

지난달 사람사랑에 새해 소망을 적었는데 사라졌엉 ㅜ,ㅜ 그때 나는 너무 추워서 걱정이라고, 올해는 걱정 안하고 사는 게 소망이라는 ㅋ 얘기를 적었는데, 으, 지금도 너무 춥다.
나는 제주도에서도 유난히 추위를 타는 편이었다. 그러니 겨울은 늘 춥고, 특히 서울 올라온 첫해 겨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떠나는 딸을 걱정하며 엄마는 겨울 코트를 한 벌 사주셨다. 당시로서는 큰 돈을 들여 사주신 옷이었는데, 서울에서 처음 맞은 겨울, 그해 12월에 꺼내입지도 못했다!!! ㅜ,ㅜ 그 코트는 늦가을과 초봄의 옷이 됐고, 나는 근처 할인매장에서 디자인이고 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검정색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샀다. 아, 겨울...

바람소리

집이 산꼭대기 근처에 있다보니 춥다. 그래도 수도가 얼어본적은 없는데..살고있는 빌라 전체가 물이 얼었다. 하루는 할수 없이 목욕탕에 가서 해결하고, 다음날은 출근을 위해 사둔 수 2병을 사다 세수했다.
생수를 사서 세수하는 완전 사치스런 생활(^)을 올 겨울에 했다. 그래도 올해는 인권활동가들이 하는 노숙농성이 없어 다행이네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홍대청소경비노동자들, 대우비정규노동자들, 재능교육노동자, 쌍용차해고노동자들, 발레오공조코리아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추운 곳에 있어서 마음한켠이 여전히 춥지만 말이다.노숙농성하는 한파는 언제쯤 사라질까?

손발이 잘 언다. 수족냉한증인가 뭔가 한의원에서 그랬었는데, 겨울에 손발이 어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요즘 같은 한파 때는 밖에서 조금만 있어도 똑 하면 정말 분질러나갈듯 아플 때가 많다.
손이 잘 트기도 하고 물 묻힌 손을 잘 안말렸다가 밖에서 맨손으로 좀 있다보면 피도 난다. 그래서 노인네 손같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몇 겹 끼워입으면서 버틴 세월이 오래, 갈수록 겨울날씨가 매서워지는데
올해는 기필코 몇 년을 입을 수 있는 이중거위털점퍼를 마련하고 싶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