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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왜 인권운동이냐고 묻는다면…

첫 문장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 고민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대신해 봅니다. ‘자원활동가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 주제가 되는 지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는 저는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새내기 자원활동가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전역을 하면 반드시 인권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그렇게 전역하고 보름도 되지 않아 사랑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서너 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반성폭력 교육도 받고, 집회나 캠페인에도 두어 번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막상 기여한 일은 별로 없었죠. 그런데도 얻어간 것은 많은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왜 인권운동이냐?” 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조금씩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지나간 삶을 돌이켜보면 ‘인권’, ‘운동’ 이런 것들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거든요. 그래도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사실 제게는 그냥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 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다만 그 과정이 남들보다 약간 돌아온 길이었다고나 할까요, 조금 더 일찍 생각하지 못한 것이 때때로 아쉬울 뿐입니다. 변명 같은 말이지만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조차 빼앗고 있는 시대 논리를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계기가 된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많은 분들이 용산 문제로 고생하고 계실 때 저는 군대에서 편안히 지내며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돌아가신 분들 중 한 분이 운영하시던 가게가 자주 들르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이 문제가 피부에 와 닿고, 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개인문제로 환원되기 전까지 그렇게 심각했던 문제에 공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휴가를 나와 들른 추모현장에서, 오히려 군인 신분인 제 안위를 걱정해주시던 유족 분들께 죄송함과 무력감, 부끄러움이 겹쳐 더는 아무 말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즈음에서야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행동 없이는 어떤 깨달음도 얻기 힘들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인권에 대한 관념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하다보니 팀을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생각해오던 문제들이 사회권팀과 관계된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지만 정작 그런 주제들에 대해서마저도 전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이 끊임없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 같습니다. 긴 시간동안 사회문제와 담을 쌓고는 책상 앞에서, 혹은 거리에서 놀고 소비하며 보낸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느끼지만, 이 답답함을 어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의욕적이고, 참여하는 일마다 제게 무척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그동안 삶 속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는 느낌입니다. 

소탈하게 무언가를 털어놓고 나누는 글을 쓰고 싶지만, 왠지 제 안에는 아직 내놓을 만한 이야기보다 걱정과 질문들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많은 분들과 그것들을 나누고, 앞으로 활동을 통해 해답에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정리하다보니 길었던 글이 매우 짧아졌는데, 여기서 못한 얘기 활동하며 더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