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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새로운 한 발을 내딛을 두근두근 2010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요~

올해 또다시 새내기가 됩니다. 오랜만이네요, 새내기가 된다는 거. 2004년 사랑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랑방 새내기'라며 소개하던 때가 새삼스레 생각도 나고요. 갑자기 왜 또 '새내기'냐고요? 올해 3월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한국어교육대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이죠. 말하자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졸업하고 나면 대학 어학원 같은 곳졸업하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공부국내에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냵 혹은 외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좀 흥미로울 것 같기도 하고 좀 기대되기도 하는데, 그 일을 하기 위해서 2년이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비싼 등록금은... 어휴.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정말 대학원에 굳이 다녀야 하는 걸까 고민 많이 했어요. 대학 등록금 비싸다 비싸다 말만 들었지, 실제로 엄청나게(!) 비싸더라구요. 나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등록금이 이렇게까지 비싸진 않았던 것 같은데,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너무 많이 올랐더군요. 지금 대학생들, 졸업 후에 취직도 잘 안된다고 하던데 등록금 문제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대학 다닐 때 후배들 중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직접 등록금을 벌면서 생활비까지 벌던 녀석들도 있었는데, 지금 같으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내가 다니게 될 대학원 등록금은 더 비싸요. 무려 400만원이 넘으니까요. 거기다 입학할 때 입학금까지 합치면 5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대요. 나 원 참. 돈 없는 사람은 공부도 하지 말란 말인가. 아니면 요즘 학자금대출이란 게 있던데,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빌린 거 갚으면서 '노예' 생활을 하라는 건가. 졸업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돈 되지 않는 일은 꿈도 꿀 수 없겠지요. 그래도 올해 등록금 상환제가 좀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요. 바뀐 것 중 하나가, 기존에는 졸업과 동시에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아야 했나 보던데 이제는 졸업 후에도 취직을 해야 학자금 대출을 갚도록 한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요.(기본적인 이 원칙도, 또 이렇게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도 너무 당연!) 요즘엔 졸업을 해도 취직이 워낙 안되니까 졸업을 한다고 해도 취직이 안되면 빌린 돈을 갚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청년실업이 지금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학자금상환제는 청년'신용불량자'들을 양산하는 제도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대학원생은 이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도는 학부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더라구요. 왜 그런 건가...?(이 중 일부 이야기들은 내가 대학원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 주워들은 이야기들이니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대학원에 못 가게 하려는 방해공작?ㅋㅋ) 아무튼 요즘 대학생들의 처지는 완전 심란하네요.(가난한 대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실낱같은 희망의 축배를!) 나 역시 가난한 대학원생이 될 터. 이런 암울한 현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대학원에 가야할지...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대학원을 졸업해도 내가 될 수 있는 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 두둥~(졸업 후 그나마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하는 대학 어학당에서 운 좋게 일하게 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나마 가장 잘 나가는, 나의 장래희망입니다! 라니. 그렇게 되면 최대한 많이 벌었을 때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번다고 하더군요. 이 이상 강의를 해서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비정규직법에 의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절대로 일을 더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지난 해 비정규직법이 개정되면서 조건이 더 나빠져 강의시간이 줄어들어 벌 수 있는 돈도 더 줄어든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방학 동안에는 돈을 받을 수 없고요. 졸업 후에 '장래희망'을 이룬다고 해도 과연 대출받은 학자금이나 제대로 갚을 수 있을까요? 2년 동안 학자금 대출받으면 취직과 함께 갚아야 할 돈이 무려 2천만 원 정도 될 텐데요! 이런 상황을 죽 늘어놓고 보니, 웃기면서도 슬프네요. 근데 난 도대체 왜 하려고 하는 거지? -_-^(대학원에 멋있게 입학하겠다고 글을 시작한 이 순간에도,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말도 안되는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ㅠ)

돈만 생각했다면, 아마도 대학원에 가기를 포기했을 겁니다. 위에 견적이 다 나오잖아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게 된 이유를 대라면 수도 없이 많을 수도 있고, 또 하나도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중 하나를 말하라면, 뭔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왠지 지금 고여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 새로운 시도가 예상치 못한 어딘가에서 물꼬를 터줄 것만 같은 기대? 그 새로운 시도가 반드시 '한국어 교육'이어야 하지는 않았겠지만, 예전에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당시 너무 행복했었고, 또 중국어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저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기억을 통해 '한국어교육'이란 걸 생각해낸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어교육을 배우다 보면, 학교를 다니다 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졸업해서 새로운 일을 해보게 되면, 어디선가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또 한국어교육의 장점은 강의를 하면서 인권운동도 어느 정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이에요. 어차피 비정규직법에 의해 강의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투잡(두 가지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단점을 잘 활용해보자! 랄까...;;) 참,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국제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해외의 인민들을 조직하려고 할 때(^^;;), 폭넓은 경험이 필요할 때 등등. 벌써부터 재작년에 중국에서 못 다 이룬 프로젝트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한국어교육이 과연 새로운 기회의 물꼬를 터줄 수 있을까요?

사랑방 활동이요? 학교를 다니며 사랑방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치만 많이 걱정이 돼요. 지금도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며 하고 있는데, 학교까지 다니며 과연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닐 수 있는 걸까, 사랑방 일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가 두 마리 다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기도 해요. 둘 다 할 수 있겠냐고 말이지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대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으니 학교 다니고 공부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되는지 잘 모르는 거죠. 대충 일주일에 이틀 정도 학교에 나가고, 다른 시간에 수업 준비도 좀 해야 될 테고, 논문 학기에는 논문 쓰느라 좀 바빠지지 않을까,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학이라는 학문에 좀 더 매료된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될 수도 있겠고요. 어찌 되었건 사랑방 활동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그것의 정도가 문제일텐데...어쩌죠? 사랑방에서 맡겨진 올해 계획에서는 작년보다 오히려 일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니 말이죠. >ㅁ<

일단 한 발 내디뎌 볼랍니다. 수렁으로 내딛게 되는 것일지, 향기로운 풀밭으로 내딛게 되는 것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 발 내디뎌 볼라구요.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두고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 일이라면 또 신나게 잘 해나갈 수 있겠지요. 무언가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두근두근 2010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