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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황 선생님께

- 전범민중재판을 다녀와서 -

오늘 아침은 꽤나 쌀쌀하던걸요.
하지만 코끝까지 시린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반가운 하루였습니다. 오랜만에 쐰 겨울바람다운 바람이었기에 그랬겠지만 그래도 매서운 겨울바람이 반가웠던 건 내복에 장갑까지 칭칭 감싸고 따뜻하게 맞이한 추위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러자 문득 모포 한 장 없이 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는 이라크 아이들과 사람들을 이야기하던 살람 님의 증언이 생각나더군요. 거기도 지금 여기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죠.

네, 전에 말씀드리고 같이 가자고 했던 전범민중재판에 다녀왔습니다. 3일간의 3차 재판, 반딧불 영화제 및 선고재판과 문화제 - 모두 5일에 걸쳐 이루어졌어요. 물론 지금도 파병안 연장 반대 등 재판을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은 여전히 반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처음, 재판을 보러 갈 땐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재판? 재판이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피고인 한 명 없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를 가지고 있는 재판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참관한 재판. 하지만 1차 재판이 끝나갈 즈음엔 어느새 증인들의 이야기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변호인의 이야기엔 나름의 항변을 생각하며 재판에 푹 빠져있더라고요. 그렇게 전범민중재판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전범민중재판운동 사이트는 둘러보셔서 그곳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짐작하고 계실 거예요. 곳곳에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반전을 노래했던 풀뿌리들이 모여, 결코 외로운 싸움이 아님을, 쉬 사라지지 않을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 평화를 전쟁에 반대함을, 왜 계속 외쳐야 하는지도 더욱 확고해졌고 말입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에 대해 변론하는 변호인단의 이야기에도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힘의 논리에 의한, 슬픈 현실에 살고 있으며 슬픈 현실에서의 행복추구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어요. 물론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우리의 그것과 비교하며 간과하자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얽혀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내 상황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었죠. 전쟁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의 정당성만큼이나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득, 어쩌면 피고인들은 일종의 ?가케무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가진 자들의 편리와 안위를 위해 앞장서게 된 그림자 무사 말이죠. 그 그림자 안에는, 조금만 추워도 조금만 불편해도 불평하며 편함과 따뜻함만 찾는 저의 모습도 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 마음 한 켠에 무뎌져있던 무기력에 균열을 일으킨 건, 증인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은, 아무리 슬픈 현실이라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고결한 가치들을 떠올려주었답니다.
민중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온, 이라크인 살람(Salam H Gadhban) 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라크 상황과 뜨거운 눈물은 그 누구에게 전해 들을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월남 참전군인 김영만 님의 증언에서는 전쟁을 직접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한없이 무거운 짐이 느껴졌습니다. 20대의 아름다운 청년 김영만은 베트남에서 이미 죽고 없었다는, 한국으로 돌아온 건 그 아름다운 청년이 아닌 껍데기 - 유령이었다는 이야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음, 선고가 어떻게 났을지 모두 예상하시겠죠?
결국 결정은 내려놓은 게 아닌가 왜 이런 퍼포먼스(?!)를 여느냐,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어떤 퍼포먼스나 영화, 연설보다 증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우면서도 보다 진취적인 행동이 될 수 있었던 재판이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전쟁에 반대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냥 그래서는 안 되니까” 가 아니라 말이죠!
배심원 중 한 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에서도 그리고 그 옛날 혹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던 곳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이는 모두 우리의 망각과 무감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는...
우리가 직접 겪지 않는 일에 대해 계속 망각하며 무감각하게 지내야 하는가요?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님에게,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이번 전범민중재판 참관으로, 더욱 확고해진 건 연대에 대한 열망입니다. 더불어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분노를 나누고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하실 거죠?

오늘 아침은 꽤나 쌀쌀하던걸요.
하지만 코끝까지 시린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반가운 하루였습니다. 오랜만에 쐰 겨울바람다운 바람이었기에 그랬겠지만 그래도 매서운 겨울바람이 반가웠던 건 내복에 장갑까지 칭칭 감싸고 따뜻하게 맞이한 추위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러자 문득 모포 한 장 없이 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는 이라크 아이들과 사람들을 이야기하던 살람 님의 증언이 생각나더군요. 거기도 지금 여기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죠.

네, 전에 말씀드리고 같이 가자고 했던 전범민중재판에 다녀왔습니다. 3일간의 3차 재판, 반딧불 영화제 및 선고재판과 문화제 - 모두 5일에 걸쳐 이루어졌어요. 물론 지금도 파병안 연장 반대 등 재판을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은 여전히 반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처음, 재판을 보러 갈 땐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재판? 재판이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피고인 한 명 없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를 가지고 있는 재판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참관한 재판. 하지만 1차 재판이 끝나갈 즈음엔 어느새 증인들의 이야기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변호인의 이야기엔 나름의 항변을 생각하며 재판에 푹 빠져있더라고요. 그렇게 전범민중재판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전범민중재판운동 사이트는 둘러보셔서 그곳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짐작하고 계실 거예요. 곳곳에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반전을 노래했던 풀뿌리들이 모여, 결코 외로운 싸움이 아님을, 쉬 사라지지 않을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 평화를 전쟁에 반대함을, 왜 계속 외쳐야 하는지도 더욱 확고해졌고 말입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에 대해 변론하는 변호인단의 이야기에도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힘의 논리에 의한, 슬픈 현실에 살고 있으며 슬픈 현실에서의 행복추구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어요. 물론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우리의 그것과 비교하며 간과하자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얽혀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내 상황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었죠. 전쟁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의 정당성만큼이나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득, 어쩌면 피고인들은 일종의 ?가케무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가진 자들의 편리와 안위를 위해 앞장서게 된 그림자 무사 말이죠. 그 그림자 안에는, 조금만 추워도 조금만 불편해도 불평하며 편함과 따뜻함만 찾는 저의 모습도 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 마음 한 켠에 무뎌져있던 무기력에 균열을 일으킨 건, 증인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은, 아무리 슬픈 현실이라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고결한 가치들을 떠올려주었답니다.
민중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온, 이라크인 살람(Salam H Gadhban) 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라크 상황과 뜨거운 눈물은 그 누구에게 전해 들을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월남 참전군인 김영만 님의 증언에서는 전쟁을 직접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한없이 무거운 짐이 느껴졌습니다. 20대의 아름다운 청년 김영만은 베트남에서 이미 죽고 없었다는, 한국으로 돌아온 건 그 아름다운 청년이 아닌 껍데기 - 유령이었다는 이야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음, 선고가 어떻게 났을지 모두 예상하시겠죠?
결국 결정은 내려놓은 게 아닌가 왜 이런 퍼포먼스(?!)를 여느냐,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어떤 퍼포먼스나 영화, 연설보다 증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우면서도 보다 진취적인 행동이 될 수 있었던 재판이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전쟁에 반대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냥 그래서는 안 되니까” 가 아니라 말이죠!
배심원 중 한 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에서도 그리고 그 옛날 혹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던 곳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이는 모두 우리의 망각과 무감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는...
우리가 직접 겪지 않는 일에 대해 계속 망각하며 무감각하게 지내야 하는가요?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님에게,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이번 전범민중재판 참관으로, 더욱 확고해진 건 연대에 대한 열망입니다. 더불어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분노를 나누고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하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