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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공동성명] 성폭력 가해자 <시민의신문> 전 사장 이형모의 거듭되는 2차가해를 규탄한다!

[인권단체 공동성명]

성폭력 가해자 <시민의신문> 전 사장 이형모의 거듭되는 2차가해를 규탄한다!


성폭력 가해자 이형모의 거듭되는 2차가해가 극에 달했다. 이형모는 지난해 9월 <시민의신문> 사장 직위를 이용해 한 시민단체 활동가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 사장 자리에서 사퇴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해자가 보인 행태는 성폭력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시민운동 진영에 몸담았던 사람의 것으로 보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시민의신문> 새 사장 선임과정에 개입하는 등 매체 운영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지금까지 가해자 이형모가 보인 행보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자신의 행위를 감추고 문제 제기자들의 비판을 꺾으려는 2차가해의 연속이었다. 가해자는 사건이 드러난 직후 사과문을 통해 사장직을 사퇴하고 다른 단체의 직책도 사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해자는 주주총회에 나타나 “성희롱 한 걸 본적이 있느냐”, “직원들이 음모로 사장을 내몰았다”며 성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사과문에서 스스로 밝힌 입장을 뒤집었다.

그도 모자라 가해자는 올해 초 성폭력 사건 보도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시민의신문> 노동자들을 상대로 1억 8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까지 했다. 이는 가해자가 자기 입으로 인정한 사실관계마저 뒤집고 사건의 본질을 자신의 성폭력이 아니라 노사갈등으로 몰아가려는 뻔뻔스러운 시도이다. 명예를 훼손당한 쪽은 성폭력 가해자인 이형모가 아니라 피해자의 편에 서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의신문>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가해자의 이런 시도가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의신문>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면서 성폭력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는 명백한 2차가해로 규정한다. 가해자는 사과문에서 밝힌 모든 약속을 당장 이행함은 물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가해자는 <시민의신문> 사장직을 사퇴한 후에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다. 가해자는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열린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자신의 주식지분과 우호지분 40%를 이용해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내정자를 거부했다. 이후 지금까지 비상체제로 운영된 <시민의신문>은 차입금 등 부채가 6억원에 이르고 몇 달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체불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가해자가 지분을 무기로 자신의 꼭두각시를 <시민의신문> 사장직에 앉힌다면 이는 가해자가 애초 사과문을 통해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힌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동안 운동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는 조직 논리로 가해자를 옹호하며 성폭력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2차가해를 당해왔다. 이러한 2차가해는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낸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더 큰 고통을 가했으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이러다보니 가해자는 사건이 드러나면 잠시 몸을 웅크리다가도 잊혀질만 하면 활동을 재개했고 피해자는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활동을 그만두는 악순환이 거듭된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시도가 성공해 <시민의신문> 운영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게 된다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시민운동진영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일부 인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가해자의 복귀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시민운동 명망가들로 구성된 <시민의신문> 이사회는 사건이 처음 알려지자 ‘사표를 수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와 표결을 통해 사표를 반려’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또 일부 이사들은 가해자가 지지하는 사람을 새 대표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의 우려가 단순한 상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여러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가해자가 처음 약속과는 달리 사임하지 않고 있는데도 이들 단체가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단순한 방조를 넘어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운동사회 내부에서 이번 사건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나 노동조합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갈등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면 사건에 대한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가해자와 적극적으로 공모해 성폭력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운동사회를 성폭력과 무관한 공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사회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성폭력과 무관하다는 ‘오해’를 받기 쉬운 공간이다. 그동안 운동사회는 조직을 보호한다는 헛된 핑계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외면하고 성폭력 사건을 주변적이고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하면서 가해자를 비호했던 부당한 사례를 여럿 가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이번 사건부터라도 더 이상 용납되거나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운동사회의 성폭력 척결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지만 특히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시민운동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운동진영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자기 운동을 쇄신시켜 나갈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시민운동 활동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소속 단체의 태도를 돌아보고 그 안에 혹시 권위적인 운동문화나 부당한 ‘동업자 의식’이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2007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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