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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둘러싼 북한인권 ②

한반도인권 뉴스레터
18호 | 2010년 2월 9일
제목 부제목
‘공개처형’ 아닌 ‘사형제도’가 철폐되어야

오늘날 우리가 흔히 ‘감옥’이라고 부르는 구금시설은, 서양에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에 걸쳐 자유형과 더불어 근대국가를 표상하는 주요한 제도로 자리잡은 시설이다(한인섭,『형벌과 사회통제』, 박영사, 2006년). 근대적인 감옥이 생기기 이전에는 지금과 같이 사람을 잡아가두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대, 처형대, 채찍, 수레바퀴 등을 이용하여 신체에 물리적 고통을 가하는 데에 초점을 둔 근대 이전의 형벌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감각 자체를 형벌의 타격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경향이 현저히 감퇴되었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확립과 함께 발전한 근대 형벌은 자유의 박탈과 시설 내 구금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자유형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미셸푸코 지음·오생근 옮김,『감시와 처벌』나남출판, 2003년).

그리하여, 1868년 영국의회의 ‘감옥 내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법률’ 통과에서 보듯이, 사형의 집행장소가 거리에서 감옥 앞으로, 마지막에는 감옥 내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법의 통과는 문명화의 순간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공개처형은 이제 ‘문명과 보편적 인도주의에 수치스러운 일’,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중세적 잔재’라고 비난받았다. 따라서 공개처형의 폐지가 ‘범죄자의 인도적 처우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교수형의 집행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형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마치 외과의사의 수술처럼 보이지 않은 영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로써 도시의 분위기와 국가의 체면은 고양되었지만, 사형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문명화의 과정이 야만적 제도를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배치하고 세탁하고 위장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제도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기반을 배경으로 감옥과 형벌제도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외형적으로 감옥이 현대화되고 형벌이 완화되는 등의 일련의 ‘변화’를 죄수에 대한 권력의 인간적 처벌이나 처벌방법의 근대화라고 단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것은 권력의 전략이 바뀐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단지 그 집행이 ‘공개’적이라는 것만을 물고늘어져 반인권적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행위에는 인권의 본질적인 무언가가 빠진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인권에서의 ‘공개처형’ 문제를 생명권을 유린하는 대표적인 행위인 ‘사형제도’ 일반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가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만이 북한은 물론 남한의 인권문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결국 남북한은 공히 사형을 불가피한 제도로 고집하는 사고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공개사형’의 폐지 요구는 사형 그 자체가 야만적이고 반인권적 제도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 사형집행의 ‘비공개화’만으로 그 사회를 ‘문명화된 사회’, ‘인권이 잘 보장되는 사회’라고 판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사형제도와 관련하여, 북한은 자유권규약 제2차 정기보고서를 통해 국가전복음모죄(제59조), 테로죄(제60조), 조국반역죄(제62조), 간첩죄(제63조), 민족반역죄(제67조) 등 극히 심각한 5가지 범죄에 대해서만 형법에 엄격히 의거하여 사형이 부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형선고는 오직 중앙법원과 도법원에 의해서만 선고되는 등 비사법적 처형이 없으며, 사형선고를 받은 자와 그의 변호인은 상급법원에 상소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17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서는 사형을 선고할 수 없고, 임신여성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하여, 북한은 궁극적으로 사형의 완전폐지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법정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5가지 범죄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범죄에 해당하고, 그 규율내용이 내용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며 포괄적이어서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같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따라서 그 적용에 있어서도 편파적이고 자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

더욱이, 그 사형집행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사법적으로, 또는 즉결 심판에 의해, 또는 자의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사형제도의 폐해는 극대화된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사형집행이 행해지는 ‘공개처형’이 사형수와 그 가족에게 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갖게 될 증오와 분노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동원되어 지켜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충격과 두려움, 인간성의 파괴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12월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에 대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과정에서 북한대표단은 탈북자에 대한 과중한 처벌, 사법권 종속, 정치범 수용소 등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제기한 인권유린 현상에 대해서 “진정한 인권과 무관한 목적과 동기에 의한 문제제기”라며 인정하기를 거부했고, 공개처형 논란에 대해서도 “처형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흉악범의 경우 피해자나 가족들이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 한두건 공개처형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라고 이례적으로 ‘공개처형’ 사실을 인정하였다(연합뉴스, “北 주민 영양상태 개선..문제 없다”, 2009년 12월 8일자). 북한정부는 사형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대해 투명하게 답을 하고, 사형의 완전 폐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에 대한 북한정부의 해결노력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언급하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한 역할을 자임할 때에는 이같은 기본 전제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북한의 인권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수밖에 없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정치공세가 아닌, 북한의 구금절차와 구금시설의 인권문제에 대해 차분히 접근해야 하고, 또한 ‘공개적인’ 처형은 물론 반인권적인 ‘사형'제도 자체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당국의 자체적인 노력은 물론 남한사회의 똑같은 노력이 필요하며, 북한당국에게는 국제인권공동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조선인권연구협회의 초청으로 국제앰네스티 조사단이 방북한 것처럼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반’(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비사법적, 즉결 혹은 자의적 처형에 대한 유엔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extrajudicial, summary or arbitrary executions),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등 주제별 특별보고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정부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

*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둘러싼 북한인권>은 ①,② 2회로 나누어 발행됩니다.



참고자료

1) 미셸린 이샤이 지음·조효제 옮김,『세계인권사상사』도서출판 길, 2005년.
2) 미셸푸코 지음·오생근 옮김,『감시와 처벌』나남출판, 2003년.
3) 한인섭,『형벌과 사회통제』, 박영사, 2006년.
4) 좋은벗들,『오늘의 북한소식』, 107호, 2008.01.30.
5) 통일연구원,『북한인권백서 2009』
6) 미 국무부,『2003년 국가별 인권현황보고서』, http://www.state.gov/g/drl/rls/hrrpt/2003/27775.htm
7) 연합뉴스, “北 주민 영양상태 개선..문제 없다”, 2009년 1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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