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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 남북대립만을 초래할 「북한인권법」을 철회하라

<성명> 남북대립만을 초래할 「북한인권법」을 철회하라


오늘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제16대 국회부터 줄곧 ‘북한인권’과 관련한 결의안과 법안들을 제출·채택하고자 했다. 한나라당은 과거 냉전적 사고에 기반하고 남북 대결을 조장하고 있는 반인권적 수구냉전세력의 지지를 업고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대결적인 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지지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북한인권법」은 전혀 인권적이지도, 또 북한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일단 이 법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실내용이 거의 없다. 이번에 통합·조정되기 전의 「북한인권법안」들이 규정하고 있던 내용들 중 △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제한 △ 남북 대립을 초래할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 대북 삐라 살포를 부추길 수 있는 대북 정보 유통과 관련 민간단체 지원 규정 등 인권적으로 문제가 돼 거센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던 조항들은 독자적인 조항으로는 대부분 삭제됐다. 현재 단일안으로 만들어진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자문위원회,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북한인권재단 등 조직의 신설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이를 제외하면 제8조 인도적 지원, 제9조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적 협력, 제14조 남북교류·협력의 강화 등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이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제9조 인도적 문제 해결, 제10조 북한에 대한 지원, 제7조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제8조 민족동질성 회복, 제11조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증진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의 내용에 따라 신설하고자 하는 북한인권자문위원회의 활동도 우려스럽다. 법안은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통일부에 두고 통일부장관이 북한인권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가 복잡한 남북관계와 정치적인 대북정책을 주관하는 주무부처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사안을 주도하다 보면, 북한인권 사안 역시 정치 상황에 휘말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인권 사안은 인권적 원칙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이다. ‘북한인권’ 사안이 정치 상황에 휘말리다보면, 인권개선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는 그 역할을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대사가 대화와 협력에 따라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기여하기는커녕,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북미간 대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의 핵심 내용은 ‘북한인권재단의 신설’로 보인다. 본 법안의 총 20개 조항 중 북한인권재단 관련한 조항만 무려 5개 조항이다. 이 법안에서 규정한 북한인권재단의 주요 사업은, △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 △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의 개발 및 대정부 정책 건의 △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 북한인권 관련 홍보·교육·출판 및 보급 △ 북한인권 관련 남북 접촉 및 교류협력 △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교류 및 협력 활동 등 매우 광범위하다. 이 법에 따른다면 북한인권재단이 실질적으로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및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수적 성향의 북한인권 관련 단체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북한인권재단이다. 논란이 되는 내용들은 법률에서 모두 삭제하고 그런 권한을 모두 북한인권재단으로 넘겨 결국 실행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북한인권법」의 최종 목표는 ‘인권’을 구실로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효과를 갖는 동시에 북한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도 2004년과 2006년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그 법들은 현재가지도 실효성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고 북한인권의 개선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역시 이 법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북한인권법」이 과연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남한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더욱 강한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고 북한의 반발 또한 더 클 것이다. 역사적으로 남북 관계를 고려해봤을 때, 북한인권 사안에 접근하는 지금 남한 정부의 역할은 대결과 압박을 통한 전략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전략이 더 적절해 보인다. 게다가 이러한 접근은 한반도 평화를 고려했을 때 더욱 절실한 접근법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함으로써 남북한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인권 논의는 근본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북한인권법」으로는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없다. 오히려 법 제정을 통해 ‘인권’을 구실로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만 갖게 될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에 해가 될 뿐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010년 2월 11일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