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나만의 환대

최근에 조카가 생겼다. 처음엔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카가 생긴다는 것은 원래 그런 일이었다. 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 어떤 관계. 그래서인지 아직은 조카보다는 다른 가족들이 더 신경쓰이고 걱정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 자그만 생명을 직접 조우했을 때 느껴지는 마음은 관계와는 별개였다. 니가 누구든 어디서 어떻게 왔던 이 세계로 초대된 그 생명에게 축복이 깃들기 바라는 마음이었달까. 그래서 나의 방식으로 환대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책이 <엄마는 페미니스트>다.

추천을 통해 알게 된 책의 저자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여성으로 온라인 강연 플랫폼인 TED를 통해서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었고 다른 저작들로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추천을 믿고 덥석 <엄마는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얇은 문고판 사이즈의 이 책은 딸을 어떻게 하면 페미니스트로 키울 수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차근히 답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진지하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에 걸렸던 문장이 있다.

“충만한 사람이 될 것”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첫 번째로 제안한 내용이다. 엄마가 되는 친구에게 자신을 ‘엄마’로서만 규정하며 부족함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충만함이 먼저란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가 건강하기 위한 전제라고 생각한다. 불행을 찾는 사람이 행복을 전파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니까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 하는 것만큼 충만하게 산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다만 이제 막 태어난 아기만큼이나 이제 막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가족들이 너무 가혹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조금 걷어내고 육아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을 대하는 페미니스트의 자세 같은 것을 가족들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고작 책 한권 선물해놓고 거창한 말만 쏟아낸 것 같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얇은 책 속에 문장 하나, 문구 하나는 꼭 마음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장 하나, 문구 하나가 만들어 낼 사소함은 앞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갈 아기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변화이자 가난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축복이 되리란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