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헌법 개정, 필요하신가요?

정치권에는 개헌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헌은 잊혀질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화두입니다. 임기 내내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도 최순실 게이트를 돌파하기 위해서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선언했지만 바로 다음날 JTBC 태블릿 보도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헌 논의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1월에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특위가 활동을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가 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사회운동 진영이나 학계, 언론 등에서도 87년에 개정된 헌법을 30년 만에 바꿀 기회라며 모두 개헌 논의에 뛰어드는 분위기입니다.

 

사랑방 활동가들도 개헌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단체 메일에는 개헌동향을 알려주는 소식들도 들어오고, 개헌이나 헌법을 주제로 한 대중강좌 소식도 있습니다. 다들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은 이 분위기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누가 시작했든 내년 6월까지 정세로서 열린 개헌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사랑방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

 

우리가 살아가면서 헌법의 힘을 의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개헌은 언제나 권력구조 개편의 다른 말이었기에 한국사회를 요동치게 했습니다. 당장 올 3월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판결도 국가권력, 주권의 문제에 대해 헌법에 기초해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이때 권력구조 개편이란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정부구성형태를 주로 가리키지만, 국회 구성방법,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사법부 구성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이 국가를 통치하는 데 기틀이 되는 내용이라면, 정부-의회-사법부와 같은 권력기구의 구성 원리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 기본권의 주체는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이승만의 독재에 맞선 4.19 혁명 이후 의원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졌고, 박정희는 유신헌법으로 영구독재를 하려고 했습니다. 현행 헌법인 87년 헌법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구호와 함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것입니다.

 

그럼 이번 개헌정국에서는 어떤 권력구조 개편이 이루어질까요? 매번 개헌주장이 제기되었다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도 정치세력마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는 합의가 어렵다면 기본권 강화나 지방분권 정도만이라도 개헌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권력구조 개편은 합의가 매우 어렵기도 하지만 제적의원 2/3 찬성, 국민투표라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개헌을 추진하게끔 하는 동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헌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는 시민사회운동에서도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있는 그들만의 문제라는 세간의 인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헌법 전문이나 기본권 강화 조항에 대한 관심에 비추면 더욱 그렇습니다. 권력이 우리에게 없고, 저들에게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더욱 그들만의 리그를 깨부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국회의원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것인지, 기대보다 기본권 강화와 관련된 여야 합의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어떤 가치와 인권이 한국사회를 틀 짓는 규범이 되어야 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인권을 현실에서 실현시켜나갈 주권-권력구조의 문제는 더욱 중요합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을 하려는 것은 자신들의 권력지분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그 결과는 대다수 시민들의 정치배제, 권리주체, 권력주체 배제로 이어집니다. 선거개혁, 정치개혁이 개헌정국의 중심에 떠올라야 하지 않을까요?

 

개헌정국, 길 잃지 않기 위해

 

개헌은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의제입니다. 말 그대로 한 사회를 틀 짓는 가치부터 주권 형성 원리까지 근간이 되는 틀이 헌법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개헌을 헌법 개정 그 자체가 아닌, 정세로서 읽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복잡하고 큰 이야기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하는 지점이 어디이고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열어낸 정세지만 두 눈 뜨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함께 궁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