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分斷:나누고 가르다

2016년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북한 핵실험 등으로 조성된 최근 한반도 긴장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이후 야당의 필리버스터, 시민·사회의 반대가 지속되었지만, 결국 3월 2일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었다. 그리고 3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북의 해킹시도를 이유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조속한 국회상정을 촉구했다.

 

실질적 테러가 한국에 발생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테러가 일어날 징조가 보였는지도 궁금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남북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건 테러가 아닌 전쟁일 텐데, 테러방지법으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건 당연했다. 또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 인권오름에 사랑방 활동가들이 쓴 “인권으로 읽는 세상”만 봐도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박근혜 정부 이후에 몇 번이고 존재했다. 과연 이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 긴장인지, 무늬만 긴장인지, 긴장을 의도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의심은 차치하고라도, 분단이라는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전 국민을 테러 용의자로 감시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의심할 수 없었다.

 

사랑방, 분단된 한반도를 만나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유는 사랑방이 분단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북의 실존하는 위협’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이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인권문제를 만나왔다.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역사,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독재. 이와 같은 역사는 87년 항쟁이후에도 반복되었다.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시기에도 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처벌받았고,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에 언제나 전쟁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 이뿐만이 아닐 거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한, 그리고 이게 분단 때문인가 라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있었을 거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분단이라는 조건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2000년대 들어 남북화해 국면에 접어들며 노골적인 방식으로 분단문제가 작동되지 않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또한 분단문제를 놓쳐왔다. 하지만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은 우리에게 분단이라는 장벽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틀을 손쉽게 훼손할 수 있는 힘이라는 점을 느끼게 했다. 정당이 해산 되었고, 종북 프레임은 손쉽게 운동사회와 대중을 옥죄었다. 남북평화를 이야기하려면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기 힘들었고, 북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프레임에서 모든 논쟁은 차단되었다. 사회는 매우 보수화 되었고, 우리는 공안세력에 의해 핸드폰 추적을 당하고 있다. 이처럼 집권세력에 의해 ‘분단’이라는 실존하는 힘이 인권을 억압하는데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이야기하는 과정은 너무나 험난한 상황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또한 이 과정을 느끼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남북의 군사적 긴장, 미국·중국·일본·러시아라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간의 군사·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은 우리가 이야기 해온 인권,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연결해서 이야기하기에는 우리는 분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분단과 인권이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우리의 존엄성을 훼손해선 안 되라는 구호는 너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북으로부터 지켜 줄테니 양보해 라는 이야기에 쉽게 밀려났다. 그곳에서 인권운동사랑방의 이야기는 막히기 시작했다.

 

 

분단 워크숍?? 분단과 인권을 이야기 해보다.

 

2015년 사랑방에서는 한반도 분단과 인권을 고민하였다. 이 과정에서 근 현대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공부하고, 분단체제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리고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에서 분단과 마주친 지점을 살펴보며 인권운동사랑방과 분단이 맞물리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2016년 2월 진행한 워크숍은 이와 같은 논의과정이 활동가들이 함께 돌아보는 자리였다. 국가보안법폐지투쟁,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 평택미군기지반대운동은 사랑방이 분단과 맞물린 운동이었다.

 

국가보안법폐지투쟁은 당시 통일운동의 맥락에서 이야기되어온 국보법 폐지의 언어가 더 이상 사회에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의 사상과 양심에 자유를 이야기하며 국보법을 반인권 악법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보법과 분단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랑방의 고민은 점차 사라졌다. 분단이라는 배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살아있는 국가보안법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 또한 당시 남북관계가 매우 호전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북과 연관된 사안은 국보법으로 처벌을 받았다. 사랑방은 초기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국보법이 어떤 형식으로든 사문화 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시기에도 여전히 북과 관련된 사안은 국보법으로 처벌을 받았던 점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다시 이어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은 한국 인권운동의 대표적 사안이었다. 장기수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당하며 열악한 처우에 놓인 장기수 송환운동은 분단으로 인해 한 인간이 국가에 의해 얼마나 존엄성을 훼손당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안이었다. 인권운동은 그 과정에서 장기수들도 인간임을 사회에 호소하였고, 많은 장기수들이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들이 왜 장기수가 되어야 했는지 이야기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나의 국가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사상과 양심을 조금 더 분단과 연관 지어 이야기 했다면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리 했을 때 그들이 여전히 감옥에 있었을 수도 있다. 워크숍에서 우리는 이를 평가하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평택미군기지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전략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안이었다. 사랑방도 당연히 이를 인식하고, 활동을 전개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에 대한 고민이 사랑방에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지속되고 심화되었지만, 이를 인권운동의 말들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현재적 상황이기도 한 군사적 긴장을 우리는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20주년 논의에 분단과 국제관계를 더하기

 

인권운동사랑방은 20주년 논의를 진행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와 사회운동의 변화를 더 바라보며 인권운동을 만들어보자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중을 변혁적으로 조직해보자 이야기 했다. 분단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이것에 분단과 국제관계를 더해보려 한다.

 

한일 위안부 협상, 테러방지법, 개성공단 철수, 한반도 사드도입 등은 인권운동에 또 다른 질문을 던져주었다. 한일 위안부 협상은 피해자의 인권을 국제관계에 따라 국가가 얼마나 쉽게 놓아버릴 수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이를 어떻게 더해서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둘을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만은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 지으며 더 많은 이야기하는 게 무엇일지 조금은 어려운 문제이다.

 

테러방지법, 개성공단 철수, 한반도 사드도입 등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에서 이어지는 여러 문제는 국제관계의 변화와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전쟁이 나면 민중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전쟁위협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형성한다를 넘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직 그 너머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 너머의 이야기를 찾는 게 2016년 인권운동사랑방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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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은 2016년에도 분단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려 한다. 워크숍에서 고민했던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봐보려 한다. 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인간 존엄성을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현재를 너머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