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메르스 유행이 종식됐다는 공식 발표를 듣게 되면 가장 행복할 듯

황승식 님을 만났어요

6월은 메르스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전염병은 인권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인데 사랑방에서 별로 고민을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마침 후원인 중에 메르스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황승식 님이 있어 이야기를 청해 들었습니다. 한국사회가 ‘질병’에 대한 관심만큼 ‘건강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메르스 유행이 종식됐다는 공식 발표를 듣게 되면 가장 행복할 듯”하다는 말에서 그동안의 긴장과 노고가 짐작됩니다. 부디 건강합시다! 

◇ 안녕하세요.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예방의학을 전공한 후 국립암센터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기관에서 일하다 2008년부터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질병의 시간과 공간 분포를 주로 연구하고 있고, 질병 위험을 숫자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 어떻게 사랑방과 인연을 맺고 후원을 하게 되셨나요?

사랑방의 한 활동가와 학부 시절 교지편집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졸업 후 사랑방 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지 않은 액수지만 재정적 후원을 약속하게 됐습니다.

◇ 사랑방에서 전하는 소식 중 특히 더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환자나 의료인의 인권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이 급격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기관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노인 인구도 상당합니다. 정신 건강에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격리로 대표되는 기존 방식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랑방에서도 인권의 중요한 일부인 건강권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 지금 하시는 일이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메르스 사태로 많이 바쁘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일인지 설명해주세요.

메르스 유행은 한국이 의료 수준은 높지만 보건 수준은 낮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 달부터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역학조사위원회에 참여하여 메르스 감염 경로와 환자 예후 분석 등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 전염병은 인권에서도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데요, 메르스 사태를 겪는 동안 한국사회가 놓쳤거나 주목해야 할 인권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일정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접촉을 통해 유행이 확산됨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신용카드 사용내역, CCTV 화면분석 등 개인의 사생활을 불가피하게 침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확진환자 접촉자의 경우 14일간 가택격리를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과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할 때 법률로 엄격하게 명시해야 하지만 일단 메르스 유행을 막기 위해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은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향후 눈여겨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외에도 메르스 환자 치료 의료진의 경우 유행이 길어지면서 감염되는 사례나 탈진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의료진에게는 일터입니다. 의료진 안전이 환자 안전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꼭 알았으면 합니다.

◇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모든 사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메르스 유행으로 병원이 병을 치료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병을 옮기기도 하는 공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듯합니다. 그동안 건강할 권리가 제한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로 좁게 해석됐다고 봅니다. 몸과 마음이 평소에 건강할 수 있도록 예방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면 쉬어야 합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도 잘 쉬어야 합니다. OECD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건강권 실현의 출발은 노동 시간의 단축이어야 합니다.

◇ 너무 머리 아픈 얘기만 했네요. 바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들은 언제인가요?

말괄량이 딸과 고집쟁이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합니다. 1기 어린이 회원부터 응원하고 있는 야구팀이 경기에 승리했을 때도 행복합니다. 지금은 메르스 유행이 종식됐다는 공식 발표를 듣게 되면 가장 행복할 듯합니다.

◇ 편치 않은 시대,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라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나 후원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메르스 유행이 끝나도 신종 외래 감염병이나 기존 감염병 위험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옷소매에 기침하기, 외출 후 손씻기, 병원 방문 삼가기 등 개인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메르스 유행과 같은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침착하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에 처합니다. 각자도생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지만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안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임을 잘 알고 있지만 사랑방 활동가께서 더욱 관심을 갖고 많은 문제 제기를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