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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경산의 인권이야기] 낯설지만... 중요한, 식량주권을 아십니까?

밥상위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 시대!
당신의 밥상은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 아침은 잘 드셨나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1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에서 20.3%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20대는 37.4%라고 하니 오늘도 10명 중에 4명은 식사를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네요. 밥심이라는 말도 있는데 주린 배로 어딘가로 향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얼마 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 유행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인즉슨 잘 ‘먹고’ 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인 조건이 만들어져 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아침을 먹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실로 밥상 위의 안부를 묻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걷고 몸을 움직여도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줄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현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들, 세 끼니를 다 챙겨 먹을 수 없는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밥상을 차려야 하는 농민들의 안부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의 안부만큼 걱정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농민들입니다. 지난 해 말 국회에서 농민들이 하룻밤을 지새웠습니다. 거칠게 국회로 들어가 강력하게 항의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뉴스에서는 좀처럼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잘 다뤄주지 않아 답답할 따름입니다.

‘쌀 목표가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쌀소득보전직불금’이라고 하여 정부가 실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쌀값 하락분의 일부를 지급하는 보조금인데 정부는 목표로 정한 쌀 1가마니(80kg) 가격을 설정하고 현지의 시세와 차액이 나면 85%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 목표가격이 지난 8년 동안 17만 83원이었습니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밥 한 공기에 160원이라는 말입니다. 삼각 김밥 하나로 아침을 때우지 않는 이상 찌개 하나에 반찬 몇 개라도 식당에서 시켜 먹으려면 6천 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는데 밥 한 공기가 160원이라니 놀랍습니다. 밥 한 공기에 담긴 농민의 구슬땀을 생각하면 가치가 낮아도 너무 낮은 것 같아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2013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br />

▲ 2013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


그래서 농민들은 이번 국회에서 목표가격을 그 동안 세월이 지나면서 올라간 물가상승률도 반영하고, 농사지으면서 들어간 농민들의 노동비 등을 감안하여 적정한 가격을 23만원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1월 1일 국회에서는 188,000원에 목표가격을 결정한다고 방망이를 두드렸습니다. 올 해도 계속 쌀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의 안부가 실로 절망스러울 뿐입니다.

쌀도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지난 2012년 23.6%이었습니다. 전국의 농민들이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리기 힘든데 농민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자, 우리 농민들의 안부를 같이 물어야 하는 시대가 바로 지금입니다.

‘식량주권’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인류의 기본적인 권리로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을 실현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과 질을 갖춘, 그리고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식량주권’입니다. 나아가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문화적으로도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또한 민중들이 그들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생산 체계를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참 어렵죠? 풀어 말한다면 먹거리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먹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돈 많고 없음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걱정 없이 농사 지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국가는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질문해 봅니다.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 식량주권이 있습니까? 당신은 먹을 걱정 없이 살고 있으며, 농민들은 살맛나는 농사를 짓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식량주권을 지키는 여성농민들, 모두가 안녕한 미래를 위해!

옛날 이맘때쯤이면 농촌은 농한기였을 것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농사지어 말려둔 나물이며 수확한 곡식들로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농사를 지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시기입니다. 옆집에 마실 가서 풍년 농사의 꿈을 키우며 따뜻한 아랫목에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허나 지금 농촌은 농번기와 농한기가 따로 없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겨울 내도록 생산을 해대도 농사지을수록 커지는 빚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뼈 빠지게 일 년 내도록 농사를 짓는데도 가난해 지기만 하는 걸까?” 그래서 질문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것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는 해답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 <br />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도 여성농민들은 쉼 없이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자꾸만 어려워지는 농촌의 현실이 ‘우리 농민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가 뭔가 문제가 있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농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을에서부터 여성농민들은 공동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빼앗긴 종자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한 토종씨앗 지키기, 농업과 먹거리를 통해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내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도전으로 시작했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씨앗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농민시인 이중기 님의 시집 제목
덧붙임

김황경산 님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