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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의 인권이야기] ‘함께’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2011년 7월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던 희망버스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었죠. 잠시 즐거웠던 그 기억을 나누겠습니다. 당시 장애인활동가들에게 희망버스에 함께 탑승하자고 제안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제안과 동시에, 장애운동에 생소한 사람들과 희망버스를 함께 타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다양한 부분 역시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만들어냈었죠.

예를 들어 장애인활동가들이 일반버스를 타고 간다면 그 수많은 전동휠체어를 어떻게 이동시켜야 할까? (트럭을 빌려 휠체어를 싣고 함께 내려갔습니다~) 버스 타고 내려가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럼 장애인활동가들은 휠체어를 다시 내렸다 타야 하나, 장애인활동가만 버스 안에서 먹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장애인활동가들이 탑승한 버스 3대의 탑승객이 함께 김밥을 먹는 것으로... ^^;) 장애인편의시설이 되어 있는 화장실은 있나? (이동식화장실 대여를 알아보다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근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 병원 등을 함께 물색했습니다~)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사진: 2011년 7월 9일 재능농성장 앞 희망버스 탑승을 위해 트럭에 휠체어 싣는 중(출처: 비마이너)]<br />

▲ [사진: 2011년 7월 9일 재능농성장 앞 희망버스 탑승을 위해 트럭에 휠체어 싣는 중(출처: 비마이너)]


저에게 6월의 희망버스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고민 역시 함께 하고 방법을 찾아냈었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부터 ‘함께’ 했던 감동의 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함께 무엇인가 할 때 이런 훈훈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닙니다.
범국민***, ***공동***, 희망*** 등의 이름으로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주최하는 회의나 행사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여전히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또 전국적 규모의 집회나 문화제 등에서 수화통역과 문자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죠. 당연히 부러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 안타깝고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장애운동만이 아니겠죠.
나이가 어려 보인다 싶으면 대뜸 말을 놔버리는 활동가들을 볼 때, 청소년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에 청소년이 꼭 참여해야 하는 일정을 잡을 때, 소위 정상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집회 발언을 들을 때, 이주민들의 언어를 고려하지 않은데다 군사용어로 즐비한 집회 메인유인물을 볼 때 등등 모두가 함께 하자고 했지만, 누군가는 소외되는 우리 안의 모습들이 아직 많을 것 같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함께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운동이라면 그 시작은 우리 안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가 같이 무엇을 하기 전에,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고 듣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 2013년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에서(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카톡방)]

▲ [사진: 2013년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에서(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카톡방)]


그런 취지로 (어쩌면 사실은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가 먼저 말해볼게요.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는 회의, 행사, 집회 등을 준비하시게 될 분들은 아래 사항 ‘정도는’ 기획하실 때 같이 고려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아래 사항들이 모두 충족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럴 때는 홍보 웹포스터 아래에 작은 자막으로 요런 요런 건 준비가 안 되었다는 알림공지를 해준다면 참여하는 이들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자체적으로 미리 준비할 것들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함께, 잘 해보아요!

∘ 회의・행사 장소는 건물 입구부터 진행 장소까지 휠체어를 탄 사람도 접근이 될까?
∘ 행사・집회의 무대 위에도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나?
∘ 행사・집회에 수화통역사 섭외를 했나?
∘ 행사・집회 장소에서 휠체어 등의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고 이동을 위한 통로가 충분한가?
∘ 행사・집회의 규모가 크다면 무대 앞쪽에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 자리를 미리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 행사・집회 장소 근처에 장애인편의시설이 되어있는 화장실이 있나?
덧붙임

윤경 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