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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물구나무] 안보신권? ‘국민인권’부터 연마하시지~

공공연한 민간사찰을 선포하는 국정원 홍보이벤트

날마다 터지는 국정원표 이벤트~

‘안.보.신.권.’-취권도 아니고 복권도 아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전수하는 대한민국 수호권법이란다. 안보신권은 국가정보원의 제59주년 6·25 계기 안보 홍보 이벤트로, 플래쉬 게임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잘 연마하면 경품도 준다. 안보신권 필살기를 엿보기 위해 국정원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기가 차고 숨도 차서 헛웃음만 나왔다. 이미 나의 수준은 권법의 달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기쁘기는커녕, 안보신권을 연마하며 밀려드는 깝깝함과 씁쓸함은 넷북, 닌텐도, 디카, 영화표 등의 엄청난 경품으로도 상쇄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안보신권 필살기 전파, 이 극한의 유치찬란함과 코믹스러움이란... 후덜덜. 최근 가장 인상 깊은 블랙코미디이다. 비웃다가 분노하다가 지쳐(?) 경품 응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품을 타려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을 입력해야한다. 혹시나 경품 대신 감시와 통제의 올가미라도 날라오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 이미 감시당하구 있을 거라구요? 크헉...)


안보신권의 그물망에서 벗어나는 슬픈 비법

안보신권은 적을 찾고 제압하는 거라고 한다. 근데 왜 나와 나의 친구를 찾는 기분이 들었을까?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적’이 되지 않고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비법을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PC방이나 외진 곳에서 등지고 PC작업하지 마세요. 황급히 그 자리를 뜨지 마시고요. 통일이나 이산가족 상봉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누구와 이야기 할 때든지 얼굴에 손을 대거나 은밀하게 말을 하는 건 위험합니다. 지인과 이야기 할 때는 일정간격을 유지해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막대기를 들고 다니시면 안 될 것 같아요. 혹시 길을 가다 어떤 노인분이 효자손을 들고 가신다면, 등은 집에서만 긁으시라며 말려주세요. 아, ‘김일성’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은 특히 조심하시고요. 연인분의 이름이 김일성이라면 LOVE 이벤트를 할 때 만전을 기하세요. 갑자기 잡혀갈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모두 카메라 사용할 때 주의를 잘 살피시고요. 몰래 찍는다는 느낌을 풍기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낚일 수도 있답니다.

한 가지 더, 독감 무서워 마스크를 모자와 함께 착용하실 때에는 진단서를 꼭 지참하고 다니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서적을 들고 다니실 때 컴퓨터 관련서적은 특히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MB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니 국가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누명을 쓸 수도 있어요. 조심하세요.


국민감시, 누굴 위한 안보활동인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가 원훈이었고, 이름과 위상이 국정원으로 바뀐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정보는 국력’이 원훈이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두 공력을 합쳐 ‘국민감시를 국력으로’ 여겨 서서히 양지인 우리 곁으로 다가설 모양이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었기는 하다. 매우 섬뜩하다. 제발 ‘자유와 진리를 위해 헌신’(현재의 원훈)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이 계속해서 이름을 가면처럼 바꿔 쓴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공안탄압과 공작정치의 실세라는 점이다. ‘안보신권’의 적은 ‘그들의 눈에 가시’인 수많은 국정원의 표적들이다. 국가안보를 가장한 광범위한 감시와 민간사찰,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덮으려는 활동을 공공연하게 하겠다는 듯 플래시게임을 내놓은 그들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귀신같은 스피드로 ‘국민인권’이나 연마하라고!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인 국가안보와 국익증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을 섬기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겠다며 각오도 대단하다. 그들이 말하는 안보와 국익은 무엇이며 누굴 위한 것인가. 아무도 안전하지 않은 공안정권 시대에서 그들은 누굴 섬기고 있는 것일까?

‘국민’과 ‘안보’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하고, 국민과 적을 식별하는 능력부터 키워야할 것 같다. 더불어 국민을 향한 감시와 만행을 그만두길 바란다. 이런 바람을 담아, 안보신권 필살기의 고수로서 한마디 던져주겠다.

국정원아, 안보신권 전파 말고, 스피디하게 ‘국민인권’ 연마하지 않으련?!
덧붙임

정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