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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창의 인권이야기] “공개 대상이 아닐 텐데……”?

청구는 쉬어졌으나 정보는 멀어져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중요한 권리이다. 1946년 유엔총회 결의안은 “정보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며, 유엔이 신성시하는 모든 자유의 초석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확한 공적 정보를 제공하여 알 권리를 보장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2006년 구축된 정보공개시스템(http://www.open.go.kr)은 과거 서류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확대되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청구방법이 편해지면 뭐하나

“청구하신 정보가 어떤 내용인 줄 알고 청구하신 건가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거 보면서 청구하는데요. 공개로 되어 있는 부분 공개해주시죠.”
“공개대상이 아닐 텐데……. 도대체 채증 관련된 정보는 왜 필요하시나요?”

경찰청에서는 2005년부터 2010년 봄까지 집회·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찍어 관리해온 채증정보가 2만 3천명에 이른다고 2010년 국정감사기간 동안 밝혔다. 하지만 그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하니, 안보와 관련 없는 채증 정보는 공개할 것이라 생각했다.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6월 중 채증계획과 채증활동내역보고는 공개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경찰청에 공개청구를 했더니 며칠이 지나 모두 비공개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고 담당자의 실수로 공개 표시되었다는 것이다. 채증계획, 채증활동 내역과 같은 공무원의 활동조차 국가 안보의 이름 속에 알 수 없었다.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뒤가 구리니 숨기는 것도 많아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 후퇴는 정보공개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실 등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은 2005~2007년 78~79%에서 2008년 68%, 2009년 67%로 하락했다. 경찰의 경우도 2006년, 2007년 각각 79.5%, 76.6%에서 2008년 63.1%, 2009년 58.9%로 떨어졌다. 또한 국가안보와 같은 법령상 비밀로 인한 비공개 건은 2007년 246건에서 2008년 815건, 2009년 1,801건으로 2007년에 비교하여 9배 증가하였다. 이 현상은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정보공개가 위축되고 비밀주의가 확대됨을 보여준다.

정보 비공개율이 증가하면 공공기관의 업무와 정보 활용에 대해 시민사회의 감시가 불가능해진다. 정부 관리자가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폐기하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아도, 유리한 정보만을 선별해 정치적 행태를 펼치더라도 시민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민들이 이야기 할 수도 없게 된다.


정보 공개, 인권과 민주주의의 지표

놀라운 정보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나치체제는 1939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 정보를 비밀화하였다. 정보기관에 수집된 개인들의 정보는 반나치세력에 대한 탄압을 위해 활용됐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알 수 없었고 활용 또한 알 수 없었다. 이를 보고 에르네스트 포스너(Ernest Posner)는 나치체제 독일에 대해 “훌륭한 정보 관리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하였다. 이는 나치체제의 ‘놀라운 성공’의 원인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한국사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채증과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공안사범에 대한 데이터 관리, 경찰의 정보수집 자료는 첨단시스템을 이용하여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채 축적되고만 있어 전체주의 사회에서 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하였던 것과 다를 바 없다.

공공기관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 있다. 숨긴다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알권리’와 인권,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보의 공유로부터 보장될 것이다.

덧붙임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