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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숙의 인권이야기] MB 감성통치에 맞장구치지 않기

이명박 1년.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거리만큼 사람들은 울분을 토해야 했고 촛불 집회 거리 시위, 기자회견, 토론장을 뛰어다니며 궤도를 벗어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악간 힘을 써야 했다. 그러나 그 노력의 성과는 보이지 않은 채 진공상태에 머물러 있고, 민주주의를 향한 표현의 자유는 파편이 되어 공중분해 되었다.

정권의 위기, 감성의 통치

그러니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높을 일이 없고, 향후 국정운영이 좋아지리라는 기대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추락하는 정권은 불신을 극복해보려는 반전 시나리오를 기획한 것일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영'방송으로 변질되고 있는 KBS에 정부 정책을 홍보할 요량으로 '버라이어티 쇼'를 편성, 이름하여 '아이디어 왕! 세상을 바꾼다(가제)'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별안간 부인과 함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워낭소리>를 보러 영화관까지 행차하였다. 또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자기들 입으로 '좌파' 운운하며 비난했던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한 '언론법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에 참여해서 '병든 언론'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는데 일조하겠다고 한다. 특별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로 '나 괜찮은 사람이야' 매번 떠들어봐야 국민들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다음 1년은 감성에 호소하여 국정 쇄신을 꾀해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게 정권의 '쇼'에 동참하는 일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영화<워낭소리>의 한 장면 (출처:워낭소리 공식홈페이지)

▲ 영화<워낭소리>의 한 장면 (출처:워낭소리 공식홈페이지)


독립영화의 성과와 한독협의 위기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영화<워낭소리>를 관람하는데 한독협 중앙운영위원회가 참가한 일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의견의 축은 이렇다. 한편에서는 영화의 인기를 기회로 이명박 정권에서의 독립영화의 위기와 가치를 대사회적으로 알리고 위태로워진 독립영화의 국가재정 지원을 안정화 시키는 등 조직의 성과나 실리를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독립영화의 정체성과 운동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악행을 저지른 이명박 대통령과는 악수라는 전술적인 제스처도 용인할 수 없고 그런 조직차원의 정치적인 행보가 있기 전에는 조직 내부에서 좀 더 신중한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는 의견이다. 물론 실리를 찾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독립영화의 운동 원칙을 부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몇몇 감독들과 활동가들은 조직의 성과를 내겠다는, 혹은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벌어진 한독협의 정치적 행보에 실망한 나머지 깊은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괴로워했다. 지금 한독협 조직 안팎에서 독립영화의 정체성이나 운동의 원칙을 언급하니 진지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답을 구하고 싶은 것은 독립영화가 어떤 이유로 '성과'나 '실리'를 최우선으로 섬기냐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홈런을 치는 홈런타자가 홈런을 치는 법이다"라며 홈런 타자들의 차기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유인촌 장관의 조언을 강조했다. 지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고집했고 '성과'를 중시했다. 한독협의 '성과'와 무엇이 다른 걸까? 영진위가 기대하는 홈런타자와 달리 이번 흥행 사례는 독립피디가 독립영화감독로 데뷔(대타?)하여 독립영화 그라운드에서 만루 홈런을 친 대역전승의 쾌거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고 독립영화의 가치를 전국에 알렸으며, 독립영화에 대한 국가지원정책의 수정보완까지 약속받았다. 성과라면 성과다. 그래서 이 기회에 독립영화의 활주로(?)를 꿈꾸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한독협은 내부 갈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애정을 갖고 있는 주변인들이 집중하는 대목이다. 한독협이 영화 독립성과 문화다양성을 중시한다고 말하더라도 조직의 '성과'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그 조직의 소수 의견을 무시하거나 무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직의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조직 내의 이견과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이 '성과'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독립영화의 진정한 성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장단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이명박 1년은 잃을 것과 지킬 것을 점치는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빼앗길 것이 있는 사람들은 가진 것마저 놓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실리를 따져야 했다. 그것도 참 힘든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을 따진다. 그것이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 초에 보여 주었듯이 이명박 정권은 올해 내내 감성 통치를 시도할지 모른다. MB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라디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나름 거쳐 갔으니 봄이 오면 말랑말랑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캐릭터와 조우할 수도 있다. 가족의 계절 5월에 서울 광장에서 대국민 '쇼'를 기획한다면? 아마 26년 만에 TV로 돌아온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둘리'를 공략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만약이라 하더라도 둘리에게 미안하다) 불량 만화에서 국민 캐릭터로 부상한 둘리의 이미지를 자신의 탈로 덮어 쓸 수도 있다. 둘리를 자기 옆에 세우고 '나도 원래는 만화를 좋아했는데'라고 과거 타령하며 '외로운 둘리'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귀여운 내 친구'라며 엉덩이를 흔드는 율동을 하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두자. 같이 엉덩이를 흔들지 않겠다고. 그 장단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느닷없는 만남에서 해야 할 대사를 준비하자. "2MB OUT(뜻)을 아십니까?"
덧붙임

김일숙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