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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 현대판 봉이 김선달 정부에 맞선 싸움을

지난 10월14일 환경부에서 은근슬쩍 수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 주요내용은 영리 목적의 수돗물 이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판매한다는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만든 수돗물을 국민에게 되파는 이상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그야말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정부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페트병 수돗물(현재 지자체에서 생산하고 있는 페트병 수돗물은 서울의 '아리수', 부산의 '순수', 대전의 '이츠수', 인천의 '미츠홀참물' 등이 있다.)을 판매하게 되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페트병 수돗물과 (수도)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은 전혀 다른 처리 과정을 거친다. 페트병 수돗물의 경우 정수 과정에서 냄새 제거를 위해 입상활성탄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며, 그 대부분이 경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6개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계획인데, 그 사업비가 무려 2743억 원에 달한다.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입상활성탄은 2-3년을 주기로 교체해주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수돗물은 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수돗물에 비해 생산가격이 약 80배 이상 비싸다. 서로 다른 수돗물이 다른 가격으로 공급/판매되는 것은 곧 수돗물의 등급을 나누는 것으로 수돗물을 이용하는 것에서조차 양극화를 발생시킬 것이다.
나아가 환경부의 논리와 달리 이렇게 비용을 들여 생산된 페트병 수돗물만이 먹을 수 있는 수돗물이라는 인식으로 확대될 것이다. 수돗물 불신이 불식되기는커녕 기존 관망을 통해 공급되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수돗물에도 양극화가 발생

또 다른 문제는 수돗물을 호시탐탐 노리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환경부에서 개정안을 언급할 때는 영리행위의 주체를 민간사업체까지 열어놓은 것이었다고 한다. 권선택 의원에 의하면 전경련이 수돗물의 영리행위 이용을 2007년 10월 환경부에 먼저 건의했다고 한다. 민영화를 목적으로 한 물 산업 지원법이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좌초되었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탐욕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기업에 프렌들리(friendly)한 정부는 그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환경부는 개정안에서 수돗물의 영리행위 주체를 지자체와 수자원공사로 한정하고 있기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수돗물의 민간위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수도법 개정안은 물 민영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병입 수돗물의 판매자가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위탁한 기업이 정수에서부터 관망까지 전체 관리 및 운영을 총괄하기에 그에 대한 이윤 배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페트병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1차 원료는 바로 석유, 그리고 이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막대한 에너지는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져 온난화를 심화시킨다. 온난화는 다시 물을 마르게 하니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그런데 녹색성장 운운하는 정부가 나서서 녹색파괴 정책을 내놓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또한 페트병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환경수도 연구소는 페트병 수돗물의 시간 경과에 따른 수질변화를 조사한 결과 발암의심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그 시정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으니 국민의 건강권을 정부는 외면할 생각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을 돈벌이 수단 삼는 수도법 개정 막아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수도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임시국회로 넘어갈 듯하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되려고 하는 정부에 맞서기 위한 행동이 시작되었고 계속되고 있다. 수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많은 시민들의 엽서와 이메일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더 많은 목소리와 행동이 더해져 수도법 개악을 저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돗물을 우리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위탁도 막아야 하고, 누구에게나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공급되도록 수도관을 설치/보수/개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노리는 자들로부터 지켜내어 누구나 물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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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3045" target=_balnk><IMG alt="수돗물 사유화 저지 공동행동" src="http://seoul.eduhope.net/data/seoul/sudo2.gif" height="57" width="150" border=0></A>

관련 소식이 궁금하시거나 함께 행동하고 싶은 분은 waterforall2008@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자유발언대>를 빌려 드립니다.

자유발언대는 열려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치십시오.
* 원고 마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 원고 분량: A4 용지 2매 전후
* 이메일: humanrights@sarangbang.or.kr
덧붙임

*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 이 글은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