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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신나라 사장과 왕피곤 아줌마

할미가 이상한 별나라 얘기 하나 들려줄까?

할미가 얘기 하나 들려줄까? 자, 그럼 고개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렴. 어느 별나라 이야기란다.


자는 동안에도 돈이 불어나는 신나라 사장은...

어느 별나라에 신나라 사장이 살았단다. 신나라 사장은 하루를 헬스장에서 시작한단다. 건강이 최고니까. 이 헬스장에는 최신 운동기구들이 엄청 많은데, 글쎄 회원이 되려면 무려 2천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미리 내야 된대요. 그런데도 서로 회원이 되겠다고 난리인 사람들이 많단다. 신나라 사장은 운동이 끝나면 신선한 유기농 채소로 아침을 먹고, 집으로 찾아온 회사간부들로부터 간단한 업무보고를 듣지. 그걸로 신나라 사장의 하루 일은 끝난단다.

열두시가 되면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 점심을 먹고 오후엔 달콤한 낮잠을 즐기지. 이렇게 한두 시간 늘어지게 자고나면 재산을 관리해주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지. 투자한 돈이 오늘 얼마나 이득을 남겼는지, 또 앞으로 어디에 투자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의논한단다. 해가 서쪽하늘로 넘어갈 쯤 신나라 사장은 가족과 함께 우아한 옷으로 갈아입고 해외에서 온 유명한 공연을 보러간단다. 공연이 끝나면 한약재를 먹여 키운 한우 고기를 먹으면서 오늘 본 공연소감을 나눈단다. 밤이 되면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놀러갈 것인지 고민하다 푹신한 침대에서 스르륵 잠이 들지. 이렇게 잠을 자는 사이에도 신나라 사장 통장의 돈은 계속 불어났단다. 참, 신나는 별나라지?


낙타처럼 등이 굽은 왕피곤 아줌마는..

같은 별나라 한 귀퉁이에 왕피곤 아줌마가 살았어요. 아줌마는 신나라 사장이 운영하는 대형할인마트에서 일한단다. 대형할인마트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대고, 아줌마는 계산대에 하루 종일 서서 정신없이 많은 손님을 상대하지. 2시간쯤 지나면 다리가 저려오고 4시간쯤 지나면 발은 퉁퉁 붓지만 손님들이 계속 밀려와 잠시도 쉴 틈이 없단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교대해줄 사람이 없어 매번 참다보니 지금은 늘 배가 아파 고생이란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어떤 손님은 아줌마가 웃지 않는다며 불친절하다고 항의하기도 하지. 그렇게 10시간씩 쉬지 않고 일하고 나면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씬욱씬 쑤신단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40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단다. 왜 버스를 안타냐고? 버스비라도 아껴 애들 학원에 보내려고 그러지. 집에 들어오면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깜깜한 오밤중이야. 왕피곤 아줌마는 콩나물을 다듬다가 벽에 콩콩 머리를 찧으면서 존단다. 그러다 쓰러지듯 잠이 들지. 아저씨는 뭐하냐고?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집에 누워 있단다. 그러니 아줌마가 돈을 벌지 않으면 가족이 먹고살 수가 없지.

다음날 아침. 자명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이야. 단 하루만이라도, 아니 한 시간만이라도 푹 자면 소원이 없겠다 싶다가도, 늦었다고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지. 눈썹이 휘날리게 밥하고 애들 학교 보내고는 달음박질로 달려가 출근카드를 찍는 거지. 이런 생활이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자 왕피곤 아줌마의 등은 낙타처럼 점점 굽어갔단다.

시간이 흐를수록 왕피곤 아줌마의 등은 낙타 혹처럼 굽어만 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신나라 사장의 통장은 동그라미가 늘어갔지.


갑자기 일을 그만두래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왕피곤 아줌마한테 계약이 끝났다며 집에서 영원히 쉬라는 거야. 아줌마처럼 갑작스레 잘린 사람들이 수백 명에 달했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지. 아이들과 병으로 누워있는 남편 얼굴이 눈앞을 스쳐갔어. 아줌마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함께 울면서 일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 갑작스럽게 이유도 없이 쫓겨날 순 없다고 말이야. 아무리 사장 맘대로라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단다. 함부로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법에도 쓰여 있으니까 법이, 나라가 도와줄 줄 알았어. 하지만 경찰과 무서운 남자 직원들은 남의 장사 방해하지 말라며 아줌마들을 밖으로 끌어냈단다. 아줌마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단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큰 마트에선 왕피곤 아줌마 같은 이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났어.

▲ 이랜드가 운영하는 큰 마트에선 왕피곤 아줌마 같은 이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났어.



애들아,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보렴. 왕피곤 아줌마와 이웃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니?


저 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란다

이 이야기는 저 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란다. 슬프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다. 주변을 잘 둘러보렴. 가까운 마트에 가면 왕피곤 아줌마와 같이 물건을 팔고 계산하는 아줌마들이 많이 보이지? 이분들은 대개 하루든 1년이든 회사가 부르는 기간 동안만 일할 수 있단다. 그 기간이 끝나면 계속 일할지 잘릴지는 회사 맘에 달려있어. 그만큼 일자리를 잃을까 늘 불안하겠지? 이런 분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부르는데, 여성들이 정말 많단다. 그중에는 강피곤 아줌마처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가장들도 많아.


통장이 불어나는 비밀의 열쇠는...

신나라 사장 통장이 불어나는 비법이 바로 요기에 있단다. 사람을 필요한 만큼 쓰고 맘대로 자를 수 있는 힘이야말로 비밀의 열쇠지. 왕피곤 아줌마처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한텐 적은 돈을 줘도 일자리를 잃을까 찍소리도 못한다고 생각하지. 항의를 하는 사람은 바로 나가라고 하면 그만이야.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나중에 나이들 때를 대비해서 사장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도 피할 수 있단다. 그런데도 이 별나라에는 왕피곤 아줌마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고 신 사장의 횡포를 꾸짖는 법이 없단다. 세상이 이런 법이 어디 있다니?

이상한 별나라의 불공평한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어. 이 그림은 왕피곤 아줌마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인권단체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란다.

▲ 이상한 별나라의 불공평한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어. 이 그림은 왕피곤 아줌마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인권단체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란다.



이랜드라는 큰 회사 이름 들어봤을 거야. 마트와 옷을 판매하는 가게를 수백 개 갖고 있는 회사란다. 얼마 전 이랜드가 운영하는 ‘홈에버’라는 가게에선 5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왕피곤 아줌마 같은 일을 당해야 했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단다. 땀흘려 일하고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세상이 이리 불공평할 땐 어떻게 해야 하누? 왕피곤 아줌마 같은 이들이 일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잘못된 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