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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 좀 들어봐] “정말 피곤하다. 좀 쉬었으면”

공부와 잔소리에 지친 어린이들 목소리

인천 간석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동무들이 말하기․듣기․쓰기 수업 시간에 쓴 것이에요. 중간고사를 한창 앞두고 쓴 글이라 그런지 ‘요즘 가장 힘들고 답답한 점’을 글로 써보자는 제안에 많은 동무들이 쉬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냈네요.

             성현, 혜진, 범용 세 어린이가 털어놓은 마음 속 이야기

▲ 성현, 혜진, 범용 세 어린이가 털어놓은 마음 속 이야기



# 바쁜 나의 생활 - 박성현

학교 끝나고
피아노학원 가고
피아노 끝나고
영어학원 가고
영어 끝나서
집에 온다

그리고 숙제하고
공부하고
정말 생활이 똑같다
정말 피곤하다
좀 쉬었으면


# 엄마에 잔소리 - 송혜진

집에 가기 싫다.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태권도 갔다왔니"
"숙제했니"
"책가방 챙겼니"
"씽크빅 했니"
"책은 읽었니"
따발총처럼 샐 수 없이 나온다
'가끔씩은 잔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에 엄마인걸.


# 모든지 가기가 싫다 - 이범용

집에 가면 쉴 틈 없이 학원에 간다

엄마한테 오늘 하루만 안 간다 하면
엄마는 화만 낸다.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지각했다고
화를 내신다.

어쩔 수 없이 지각했는데...
엄마한테 학원 다니기 싫다 하면
엄마는 화만 낸다
단지 난 오늘만 정말 쉬고 싶다.

[끄덕끄덕 맞장구]

며칠 후면 5월 5일 어린이 날이네요. 많은 동무들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디로 놀러갈까, 무슨 선물을 받을까 다들 들떠 있겠죠. 그런데 진짜 이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어쩌면 학교도, 학원도 안 가고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날이기 때문 아닐까요?


<내 말 좀 들어봐>에 글을 보내온 동무들처럼 학교 공부를 마치고도 학원을 몇 개씩이나 다녀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개인 과외까지 받아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동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동무들이 커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시키는 것이라는 말하지요. 그래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지만 어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쉬고, 뛰어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꾹 참고 학원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물론 어른들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다니는 동무들도 있을 거예요. 또 어떤 동무들은 다른 동무들이 거의 학원에 다니니까 자기만 뒤쳐지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다니는 동무들도 있겠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볼까요? 정말 놀고 쉬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까운 시간을 버리는 것일까요? 지금처럼 매일매일 여유도 없이 지낸다면 조금씩 조금씩 피곤함이 쌓여 몸과 정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영양분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누구나 공부하고 일하는 것만큼 몸과 마음을 쉬게 해 주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답니다. 또 편안하게 쉬고, 너른 들에서 뛰어놀고,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어린이들은 동무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학교, 학원 공부가 놀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뺏을 만큼 더 중요하거나 더 많은 배움을 준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시간이 우리 동무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인 것이죠.


따라서 어른들이 정말 우리 동무들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동무들도 자기 몸을 아낀다면 쉬고 놀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해요. 어린시절은 오직 어른이 되기 위해서 쉼 없이 준비하고 견뎌야 하는 때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우리 동무들의 권리랍니다. 이제는 어른들에게도 동무들에게 쉬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해 봐요. 어린이날 하루만 마음껏 뛰어 놀고, 주인공 대접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도, 쉬고 놀 수 있는 것도 우리 동무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어린이날을 만든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거예요./ 김영원
덧붙임

박성현/송혜진/이범용 님은 인천 간석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