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8일-19일 열린 제19회 전국인권활동가대회 기획단에 함께 했다. 매회 사랑방에서 돌아가면서 기획단에 결합해왔는데, 세 번째로 이번 대회 준비를 함께 하게 됐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회여서였을까, 매번 기대되는 바들이 다르거나 더 커져서일까, 조금은 막막한 상태로 뛰어들게 된 것 같다. 계엄 사태로 연기된 활동가대회 준비를 위해 다시 모인 첫 회의에서 이번 대회의 슬로건을 정했다. “함께 풀자! 다시 잇자!” 앞서 박근혜 탄핵 광장과 문재인 정부를 겪어온 만큼, 이번 퇴진광장과 조기대선을 지나 모이는 인권활동가 저마다 쌓인 게 많을 텐데 그걸 함께 풀어가보자는 바람이 담겼다. 인권활동가들의 소식 공유방에 올라오는 여러 사건과 요청을 미처 다 챙겨보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일들이 있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해도 우리의 공유지반을 같이 확인하고 만들면서, 다시 인권운동을 이어가보자는 제안을 담았다. 폭염을 걱정했는데 폭우가 쏟아지던 중에 대회가 열렸다. 그래도 전국 각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8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소감을 나누는데,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동료를 만나는 자리”였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2019년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를 했던 게 떠올랐다. 조사 결과로 활동비로 대표되는 ‘열악한’ 처우가 주로 주목되었지만, 이를 넘어 지속가능을 위한 조건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동료관계’가 가장 많이 꼽혔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인권운동을 함께 해나가는 우리로,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 중에 이번 대회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벅찬 마음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
이번 여름, 인권운동사랑방의 새로운 동료를 구하는 입방절차를 진행했다. 사랑방에서 함께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문을 두드려준 이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어떤 기대인지 이야기를 접하면서 내게 쌓인 세월만큼 소중함은 점점 희미해져 온 사랑방이라는 장소, 동료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입방절차를 갈무리할 즈음이기도 했던 8월의 첫날, 미류의 사랑방 활동 20년을 축하해주는 잔치를 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운동덕후’로 한결같이 살아온 미류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는데, 내 삶도 다른 동료들의 삶도 겹쳐진다. 당연한 건 없는데 익숙함을 핑계 삼아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보지 못하거나 안 보려고 했던 것이 내 삶에 뗄 수 없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임을 기억하면서 잘 돌보고 살피고 챙기고 싶어졌다. 얼마 전 정치철학 강의를 듣다가 ‘역량의 합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졸던 와중에 들어서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민주주의의 기반인 인민주권을 둘러싼 개념에 대한 설명이었던 듯하다. 스피노자 그리고 발리바르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인민’ 또는 ‘다중’이 이를 구성하는 한 명 한 명의 존재들을 합한 것 이상이라는 것으로 들었다, ‘우리’가 구축되는 역동으로 민주주의를 고민해보게 된 시간이었는데, 다 아우를 역량이 없는 내가 단순하게 이해한 것은 이렇다. 관계의 조건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서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 역량의 총합은 어떤 관계를 구축해 가는가로 달라진다는 납작한 말로밖에 정리하지 못하지만, 서로가 가진 역량을 더 촉진하면서 ‘우리’가 되는 가능성의 이야기로 내게 남았다. 그게 사랑방에서 내가 보내온 시간이기도 하며, 동료들과의 관계가 그러한 역동을 만들며 가능성을 키우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9월부터 새로운 사랑방 동료로 2명을 맞이하기로 한 결정은 여러 조건을 따지면 무모할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한데, 걱정보다는 기대로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하고 싶다. 역동의 이야기를 함께 써가고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어떤 ‘우리’의 시간을 쌓아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만화 원피스 대사 중 “내 동료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