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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공단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게 비정상?’(1)

근로기준법 위반 심각

편집자주

민주노총은 전국 8개 지역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노동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실태조사 분석 내용을 2회에 나누어 싣습니다.


Q. 조사지역, 조사대상, 조사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 서울, 경기, 인천, 광주, 대구, 울산, 웅상, 부산 등 8개 공단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출퇴근 거리, 점심식사 식당주변에서 퇴근하거나 식사 이후 공장에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요, 1,437명의 공단노동자들이 설문에 응해 주셨습니다.
질문한 내용은 임금․근로시간 등 노동조건과 미지급임금, 연차휴가,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등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폭언․폭행, 감시․단속 등 인권실태입니다.



Q. 근로기준법 위반이 90.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A : 미지급 임금 여부에 대한 것부터 말씀드릴게요. 최저임금 위반, 각종 수당 미지급 등 4개 질문항목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비율이 58.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명 중 3명은 떼인 임금이 있다는 거예요.
2015년 법정최저임금인 5,580에 해당하는 임금조차 제대로 계산 받지 못하는 노동자비율이 무려 3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계산 받지 못해서 그런 걸로 보입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137.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런데 이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의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53.5시간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금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보다 좀 더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해보면 4646.4원 밖에 못 받고 있는 거예요. 법정최저임금에 한참 미달하는 금액을 받고 있는 거예요.



위 그래프처럼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450명)의 월평균 임금분포를 보면 36.0%가 120~15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25.6%는 150~2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거죠. 그런데요, 이들의 노동시간 분포를 보면 그야말로 경악할 수준입니다. 주 40시간 이하로 노동하는 노동자들은 15.4% 밖에 안 되고, 72.2%가 주 48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도 일한만큼의 임금을 제대로 계산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이에요.

Q. 미지급 임금 중 무료노동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함께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약정근로시간보다 일찍 출근시키거나 늦게 퇴근시키며 시간외업무를 시키고, 수당 한 푼 안 주는 관행을 ‘무료노동․무급노동’이라 하는데요, 이 비율도 36.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건(연장근로 여부, 연장근로 내용, 수당지급 여부)을 충족하지 않아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분류하지 않은 비율도 6.7% 정도 되고요.



무료노동 실태를 보면요, 조회나 교육을 한다고 일찍 출근시키고 늦게 퇴근시키는 경우가 33.6%, 마무리 작업 하고 가라고 하는 경우가 33.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잔업․당직을 시키고도 수당을 안 주는 경우가 29.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이요 일찍 출근시켜서 사전업무를 시킨다고 응답한 비율이 11.8%나 된다는 거예요. 이 질문 항목은 설문문항을 설계할 때, 객관식에 미처 넣어놓지 못한 거예요. 그런데 응답자들이 ‘기타’를 선택해 ‘주관식’으로 기입해 넣은 게 11.8% 나 된다는 겁니다.

Q. 휴업수당이 무엇입니까? 미지급 임금을 따지는데 질문항목에 포함되어 있던데요.

근로기준법에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즉 자재 수급이 불안하다던가, 물량 수급이 불안해 일시적으로 휴업을 할 경우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70% 혹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중 열흘만 일했다고 열흘치만 주면, 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이 불안정해지잖아요? 열흘 치 임금 가지고 한 달 생계를 꾸려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임금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요. 이걸 ‘휴업수당’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휴업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도 16.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안산․반월․시화 공단의 경우 30.2%가 휴업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휴업수당을 한 푼도 안 주는 경우가 51.6%이고, 부분적이나마 조금 보상해주는 비중이 32.7%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더 극악한 경우도 있는데요, 휴업기간 노동자들의 연차휴가를 강제로 소비시키는 것입니다. 휴업기간 마치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쓴 것처럼 꾸며 휴업수당도 안 주고, 연차수당도 떼먹는 거예요. 15.7%가 이런 일을 겪은 바 있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임금 떼먹는 것도 모자라 연차휴가-쉴 권리마저 빼앗아가고 있는 극악한 형태가 공단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는 거죠.

Q.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던데요, 어느 정도에요?

A.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차휴가라 하죠. 지난 1년간 고생했으니 15일 동안 유급휴가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부여한 겁니다.
또 설사 근속이 1년이 안 된 노동자들에게도 1달 개근하면 1일 유급으로 쉴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1달 열심히 일했으니 1일 유급휴일을 쓰라는 것입니다. 한 달 열심히 일하면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거고, 일 년을 열심히 일하면 15일 유급휴일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겁니다.
그런데 공단에서는 이런 노동기준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요. 61.7%, 그러니까 5명 중 3명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겁니다. 이들 중 2명, 그러니까 36.0%는 자신의 회사에는 연차가 아예 없다고 응답했고요. 19.7%, 그러니까 5명 중 1명은 연차가 있기는 한데, 명절이나 공휴일에 연차를 쓰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명절이나 공휴일에 연차 쓰라고 강요하면 그게 연차입니까?
공단 노동자들이 일주일 평균 49.7시간을 일하고 있고, 법정연장근로시간의 한계인 52시간을 넘겨가며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3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보상은커녕 기본적인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덧붙임

박준도 님은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