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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행자부, 모아 놓은 '지문' 쓰고 보자

생체지문 인식기능 갖춘 주민등록 위변조 식별시스템 도입 밝혀

최근 행정자치부가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아래 식별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나서자 정보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9천9백여 만원을 들여 생체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을 개발했고 주민증 식별단말기를 전국 읍·면·동 사무소 등에 보급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14일 밝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플라스틱카드 주민등록증에 있는 지문을 통해 위변조를 식별하고, 만약 카드의 지문이 손상이 된 경우 민원인의 동의 하에 직접 지문인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주민과 윤석주 씨는 "식별시스템은 주민등록증의 위변조 여부만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문활용 어디까지?

1999년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증의 위변조를 방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등록증을 플라스틱카드로 일제히 갱신하도록 했다. 그러나 종이재질의 주민등록증보다도 위변조가 더욱 극성을 부리자 카드 제조방법을 바꾸었고, 그것도 소용이 없어지자 2003년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에 14일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성명을 통해 "식별시스템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국민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지문날인 제도의 철폐"를 요구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을 도입하려는 행정자치부의 목적은 결국 지문의 활용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모든 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정보를 국가가 모아놓다 보니 활용 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을 통해 식별시스템 도입이 알려지자 정보인권단체들도 행정편의주의와 설비를 판매하는 업체의 이윤추구 논리에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생체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주민등록증 위변조 식별시스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자기신원을 증명하는데 점점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제 생체정보까지 동원하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우려한다"며 "서류발급절차에 이용되는 지문정보, 여권발급에 필요한 생체정보 등 행정당국은 국민을 어디까지 통제하려고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 모호, 개인정보보호 원칙 어긋나

더욱이 정보인권단체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정자치부가 매우 자의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온 것에 비판을 해왔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법 19조를 근거로 대고 있다. 주민등록법 19조는 지난 3월 인터넷실명제 관련해서 주민등록사항의 진위확인을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19조 2호는 '주민등록 전산조직에 의하여 주민등록증의 진위확인이 필요한 경우'라고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장여경 씨는 "주민등록전산자료로 주민등록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19조는 개인정보보호원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집목적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OECD 개인정보보호원칙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수집은 수집 시점을 기준으로 반드시 특정하고 명확한 목적을 전제한다"고 언급한 뒤 "수집목적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그 목적을 명확하게 특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문을 수집할 당시 지금처럼 주민등록증의 위변조를 확인하기 위해 지문이 쓰이도록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보의 수집목적과 활용목적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지난 1999년 경찰이 17세 이상 국민 3600여만 명의 지문정보를 보관하며 지문목적 수집에 벗어나 범죄수사목적에 활용되는 행위와 이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지문정보를 전산 처리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장 씨는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정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지금처럼 지문정보의 수집목적에 어긋나는 활용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