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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 일 연대회의

첫날 제1회의 발표중 한국관련부분 요약발췌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와 현황>
(설동훈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1.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유입 실태

법무부는 92년 6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주를 대상으로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였다. 이 기간 중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신고한 업주는 10,796명이었으며, 외국인은 6만여 명에 달했다.

법무부의 "불법취업 외국인 적발 현황"을 통해 외국인의 직업을 살펴보면, 88년 이전까지의 불법취업은 주로 기업체 직원이나 학원의 강사, 또는 연예인들이 다수를 이루었으나 89년 이후에는 단순노무자의 수가 급증하였다. 이들은 기계류 등 생산업체, 섬유류 등 가공업체, 철판 등 도금업체, 가정부 등 종업원으로 취업하였다. 이들이 주로 취업했던 직업은 제조업의 섬유 플라스틱 전자 철강 금속 제지 전기 화공 유리 등으로 단순작업을 요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공해산업 및 작업환경이 열악한 산업,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여 일손이 부족한 부문에 취업하고 있는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 등에 시달리고 있다.


2.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취업현황

1)제조업 : 대표적인 산업은 섬유 봉제 피혁 염색업, 주물 화학 철강 전자 등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의 임금보다 높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계속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기업주는 이들에게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경우 저임금에다 노동통제가 용이하다는 점은 기업주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2)건설업 : 한국의 경우 인력난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업종이다. 외국인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가 아니다. 92년의 한 신문에 의하면 중국인 2만여 명, 필리핀 파키스탄 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2만 5천여 명 등 4만 5천여 명의 외국인들이 건설현장의 시멘트 벽돌쌓기 콘크리트 비비는 일등 막일에 종사하고 있다.

3)농업 수산업 원양어업 : 외국인 노동력은 한국의 농촌에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중국 교포들이 추수기에 농촌 노동력으로 동원되었거나, 양계장에서 잡역부를 하는 사례도 있다. 연근해 어업과 양식업은 대표적으로 일손이 많이 가는 업종이다.

4)서비스업 : 서비스업은 최근에 내국인의 취업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서비스업 중에서도 가정부나 유흥업소 종업원은 내국인들의 취업기피 직종이 된지 오래다. 이러한 직종은 노동력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형태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들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일하고 돈벌 수 있는 업종을 추구한다. 중국 교포 여성들의 경우 행상 판매업이나 가정부, 음식점, 유흥업소 종업원을 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고, 필리핀 여성은 가정부로 취업을 많이 한다.


3. 외국인 노동자의 직업생활 분석

1) 임금과 노동시장 :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위한 모임이 92년에 조사한 바로는 외국인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310,500원 및 335,500원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930원-1,100원 정도이다. 상여금은 2.7개월마다 32,5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 취업실태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노동자의 평균초임이 320,120원인데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335,470원으로 오히려 약간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과 내국인의 임금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외국이 노동자의 임금이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한 직종에 내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취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들이 취업하기를 기피하는 업종자체가 임금수준이 매우 낮으므로 그 내부에서 임금격차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준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격차는 현저히 크다.

2)노동시간 작업환경 및 노동과정 노동통제 :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이 가진 약점 때문에 업주들로부터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자양동과 구로공단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하루평균 노동시간은 각각 11시간 24분 및 10시간 5분으로 나타났다. 철야작업도 잦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잔업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일은 먼지와 소음이 가득한 제조업체와 공사장의 일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재해를 당하거나 직업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산업재해를 당하더라도 영세규모의 회사로부터 치료비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고, 불법취업이라는 이유로 국내 노동관계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3) 노동력 재생산 : 노동력 재생산과 관련된 문제는 주거, 음식, 휴일, 여가활용에 대한 것이다. 구리노동상담소(0346-67-3010)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식을 직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88.7%, 외국인 노동자 자신들이 알아서 한다가 7.5% 등으로 드러났다. 숙식은 대체로 회사에서 제공하는데 밀집 집단 주거가 대부분이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여가시간이나 휴일에는 경찰이나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있고, 그나마 작업시간이 너무 길어 여가시간이 많지 않다.

4)노사관계 : 업주는 통제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의 취업을 환영하지만 내국인 노동자는 국내노동자의 고용지위를 약화시키고 교섭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국내 노동조합과의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업주가 이들을 출국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5)외국인 노동자의 희망사항 : 제1우선 순위는 당연히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사증을 얻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 다음은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