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전·의경 인권침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기획] 경찰폭력 뿌리뽑기 프로젝트 ②

지난해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307 전투경찰대에서 발생한 '알몸 진급식' 사건, 2004년 서울남대문경찰서 소속 의경이 상관과 면담 중 투신자살한 사건 등 전·의경들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행위, 그로 인한 전·의경들의 복무이탈·자살 등의 사건들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전·의경은 군대와 달리 기동대, 전경대, 경찰서 등에서 생활하며 시위진압, 교통지도 단속, 방범순찰 근무 등 사회적으로 개방적이고 접촉이 빈번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인권침해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대 내 구타·가혹행위는 많이 없어졌지만 전·의경 내 구타·가혹행위는 여전하다"는 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되고 있다.


"전·의경 내 구타·가혹행위 여전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의뢰해 천안대학교 산학협력팀이 전국 전·의경 13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의경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의경 10명 가운데 1명은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타나 가혹행위는 조사대상의 12.4%가 "당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맞아본 경험이 있는 전·의경 가운데 21.9%는 "거의 매일 맞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별로는 '구타'의 경우 출동버스 속 구타, 발로 짓밟기가 많았고, '가혹행위'는 고개 숙이고 부동자세로 있기, 금품 빼앗기 등이 많았다. '가혹행위'에는 한동안 문제가 됐던 '알몸 신고식'도 포함됐다. 전·의경 간 성적 괴롭힘 문제 역시 조사대상 중 약 10%에 달하는 135명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예상을 뛰어넘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복무이탈은 2003년 222명, 2004년 7월 31일까지 138명, 자살은 2003년 11명, 2004년 7월 31일까지 4명으로 나타나 구타 및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자살 및 복무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들어 8월까지 자살한 전·의경은 모두 7명으로 2004년의 6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2005년 6월까지 발생한 군 자살자 수인 37명에 비하면 전·의경 자살자 수는 5분의 1 수준이지만 전·의경의 수가 군 인원의 10분의 1 수준인 4만7천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살률은 군인보다 2배나 높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전·의경 수도 2003년 123명에서 2004년 187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05년에는 8월까지 190명에 달하는 등 급격히 늘었다. 정신과 치료자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는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좁은 버스 안에서의 장시간 대기 및 자동차 배기가스에 장기간 노출 등 열악한 환경 뿐 아니라 구타·폭행 등 인권유린도 꼽히고 있다.


양심의 자유 침해하는 전·의경 시위진압 동원

전·의경 동원 현황을 보면 2003년 한 해 동안 연인원 471만8280명이 동원되었고 이중 90.7%에 해당하는 427만9920명이 집회·시위 진압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경 업무의 대부분이 집회·시위 진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 입대 후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출된 전경의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지원에 의해서 구성원이 된 의경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위진압에 동원되면서 심각한 양심의 갈등을 경험한다. 군 입대 후 전경부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에 전역한 류 아무개 씨는 2004년 2월 여의도공원 농민대회, 2005년 울산 건설플랜트노조 집회 등의 시위진압에 동원됐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생존권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이 갔지만 진압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따라야 해 매우 괴로웠다"며 "양심에 반하는 전·의경의 시위 진압 동원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경제도는 '강제노동'

전·의경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 '강제노동'이다. 국제노동기구 8개 기본협약 중에는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협약'이 있다. 이 협약은 전쟁 시 강제노동 등을 제외하면 병역의무 본래의 목적 외 다른 일을 금지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병역법(공익요원),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공중보건의), 전투경찰대설치법(전경) 등이 '강제노동'에 해당된다. 2005년 4월 5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노동부의 한 관계자 역시 "공익요원, 전·의경, 공중보건의 등이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 저촉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경찰청 연구 용역에서도 전·의경의 강제노동 금지협약의 위배를 우려하는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을 정도다. 2004년 전·의경의 기본 급여는 이경 25,600원, 수경 34,000원이고, 기본급여 외에 기말수당 200%와 연 4회 월 급여의 50%씩이 추가로 지급된다. 기본적으로 급여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가 전·의경은 군대와는 달리 군 사병들이 이용하는 군 면세점과 같은 곳이 없기 때문에 면세 물품을 이용할 수 없다. 또 전·의경의 근무가 사회와 상당히 밀접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지출액이 더 많다. 이러한 근무의 특성 때문에 전·의경의 상당수가 의무복무를 하고 있음에도 가족에게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용돈을 타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의경제도 해체가 인권침해의 근본적 해결방안

내무반의 열악한 환경과 '출동버스' 내에서의 고된 시간들,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구타·가혹행위, 4 5㎏의 진압복에 5㎏짜리 방패, '상황' 발생 시 거리에서 해결해야 하는 식사 시간……. 그나마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식사를 마칠 수도 없다. 이러한 현실은 분명 전·의경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만 경찰 측은 이에 대해 대책을 내오지 않고, 혹은 못하고 있다. 전·의경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시위 진압에 이용한다는 경찰 측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전·의경의 인권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전·의경제도의 일부분만을 개선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또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위법적 요소가 있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전·의경제도를 해체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다.
덧붙임

박성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경찰감시팀 자원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