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획] 실습생은 일하는 기계인가 - 노동착취에다 불법파견마저 기승

'간접고용'의 덫에 걸린 실업고 현장실습 ②

간접고용 현장실습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단지 중간업체만이 아니다. 사실상의 고용주인 사용업체들도 언제든 부담없이 자를 수 있는 값싼 임시노동력으로 실습생을 사용하면서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 형식상 실습업체는 중간업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져도 언제든 중간업체에다 떠넘기면 된다. 특히 경기도에 위치한 삼립식품, ㅅ사, ㅇ사와 천안 ㄷ사의 경우는 각기 다른 인력파견업체와 거래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십 명의 실습생들을 공급받아 실습생들의 학교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돌리고 또 돌리고…

주요 업체별 노동조건

▲ 주요 업체별 노동조건



대부분 업체에서 실습생들은 '2시간 잔업이 기본'으로 잡혀있어 하루 평균 1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한다. 주야2교대 근무가 기본 근무형태인 경우, 밤을 꼬박 새며 12시간에 이르는 야간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정해진 휴일에도 강제 특근에 시달리는 실습생들도 있다. 이렇게 장시간 동안 집중적인 노동을 강요받다 보니 많은 실습생들이 몸을 혹사당하고 피곤에 절은 생활을 하고 있다. 쉬는 날에는 기숙사에서 잠을 보충하는 일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18세미만 청소년에 대한 노동시간·휴일 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노동조건이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밤에 12시간 일하고 아침 7시30분에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하고 곯아떨어져요." (B고, 이 )

"주5일이라고 하지만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거의 매번 잡히니까 휴일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실습 시작한 지 3개월 됐는데, 시험 때문에 학교 간 날이랑 아파서 결근할 날 빼고는 매일 출근한 거예요. 피곤이 쌓여서 아침에 아파서 월차 쓰겠다고 했더니 무단결근이라면서 8만원을 깠어요. 거의 3일치 월급을요." (R고, 정 )

그렇다고 일하는 중간중간에 제대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쉬는 시간이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아예 정해진 쉬는 시간이 없는 경우마저 있다. 특히 하루 12시간을 꼬박 서서 일해야 하는 삼립식품 실습생의 경우, 쉬는 시간이 간헐적으로만 주어지고 화장실도 교대로 다녀와야 한다고 말해 노동착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화장실마저 교대로 다녀와야 한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고 밥만 먹고 빨리 돌아오라고 강요당한 경우까지 있었다. 실습생들을 마치 쉴 새 없이 돌릴 수 있는 기계마냥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30분이라지만, 30분 다 주는 것도 아니고 밥만 먹고 빨리 오라고 그래요. 바쁠 때는 10분 만에 먹어야 해요. 밥 먹으로 가는데 3분 걸리니까 결국 7분 만에 밥을 먹어야 하는 거예요. 군대보다 더 심해요." (M고, 도 )

이렇게 어려운 상황 아래에서 일을 하면서도 대부분의 실습생은 최저임금에 간신히 턱걸이한 정도의 저임금의 굴레에 갇혀 있다. 몇몇 업체에서는 최저임금에서 10%를 뺀 금액으로 계산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초저임금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잔업과 특근을 빠지지 않고 뛰어봤자 손에 쥐는 건 겨우 110-120만원 정도이다.

"수당 빼고 기본급은 68만원밖에 안되고, 각종 수당 다 합치고 잔업, 특근 다 뛰어야 120만원 정도 돼요. 거기에다 기숙사비 5만원 제하면 손에 쥐는 건 115만원이요. 조퇴를 하면 만근수당, 월차수당 다 빠지구요." (N고, 민 , ㄷ사 실습생)


위험노동에 내몰린 실습생들

핸드폰이나 전자부품 조립 라인에서 앉아서 일을 하는 실습생들은 눈에 띄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다. 반면 위험한 기계나 물질을 사용하면서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체들도 여럿 있다. 자칫하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환경에서 실습생들이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야간에 쉴 새 없이 일하는 실습생은 피곤과 졸음에 겨워 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실습생의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언어폭력과 성희롱까지 이들의 '실습'과정에는 들어와 있다.

"로프는 완전 너덜너덜이에요.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한 3m, 6m 돼요. 낡은 로프에 매달려서 일하니까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 진짜 무서웠어요." (P고, 문 , 삼성반도체 실습생)

"먼지도 많고 그런데 마스크도 하나 안 줘요. 코 속으로 이물질도 들어가고 기계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귀도 멍멍해요. 속도 안 좋고 머리도 띵해요. 의자도 없으니까 12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하구요. 실습하러 갔다 골병 들 것 같았어요." (L고, 강 , 지피에스코리아 실습생)

"갑자기 야간작업을 10시까지 시키는데, 화장실도 못가고 졸다가 기계에 손이 딸려 들어갈 뻔했어요. 까딱했다가는 몸이 딸려 들어갈 정도예요." (M고, 도 )

"뒤에서 안고 입술 만지고, '내가 일찍 사고 쳤으면 너네만한 애가 있다' 그러기도 하고….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 더럽죠. 그래서 회식 자리는 될 수 있으면 안 가려고 해요. 강제로 택시 태우고 그래도 싫다고 피하고…." (O고, 방 )

이런 부당한 조건 아래에서 일하면서도 실습생들은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학교 이미지도 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올 경우 징계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집안 형편에 생활비나 대학등록금을 벌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또 항의를 했다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들의 입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실제 야간 잔업을 거부했다 그 다음날 바로 잘린 경험을 가진 실습생들도 있다.


불법파견의 도구로 전락한 현장실습

간접고용 고용형태별 현황.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접근이 가능한 67개교 취업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의뢰 가운데 인력파견업체로부터의 의뢰가 35%에 달했다. 분사, 아웃소싱, 협력업체라고 밝힌 업체들도 불법파견업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간접고용 고용형태별 현황.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접근이 가능한 67개교 취업게시판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의뢰 가운데 인력파견업체로부터의 의뢰가 35%에 달했다. 분사, 아웃소싱, 협력업체라고 밝힌 업체들도 불법파견업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용업체들은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파견을 허용하고 있지 않은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인력파견업체로부터 넘겨받은 실습생들을 투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습생들을 채용하는 일에서부터 작업배치, 업무지시, 감독 등 전 과정은 사용업체에 의해 사실상 지배당하고 있다. 인력파견업체는 다만 학교로 채용(실습)의뢰서를 보내 학생들을 모아오는 역할과 임금을 지급하는 역할 정도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불법파견'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5명이 대륙테크 통해서 삼광실업으로 갔거든요. 삼광실업 아저씨가 보자마자 곧장 조를 나눴어요. 대륙테크 사장이 작업복이랑 안전화를 나눠줬고, 작업도구는 삼광실업에서 주는 걸 써요. 일 시키는 사람도 삼광실업 직장님이구요." (ㄱ전자고, 박 )

이처럼 사용업체들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실습생을 넘겨받아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실습생의 교육과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교육당국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