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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여수산단 원청사, 하청노조 무력화 공작"

건설연맹, 공장장협의회 문건 입수…사측 "문건 본 적도 없다"

여수산단의 34개 건설 원청사들이 하청사의 임단협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노조 무력화 공작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입수한 'CLUB PROJECT 경과보고'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 8월 17일 작성된 것으로 프로젝트의 목표를 'CLUB MEMBER 축소 무력화'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클럽 동향 △상반기 활동 리뷰 △하반기 중점 추진활동 △공장장협의회 건의사항 등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은 '클럽'(CLUB)이 여수지역건설노조를 지칭하며 이 문건이 공장장협의회에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원청, 조직적 부당노동행위 개입 의혹

문건의 '클럽 동향' 항목에는 여수지역건설노조의 동향뿐 아니라 울산·광양·포항지역 플랜트 건설노조의 동향까지 포함돼 있다. 또 '상반기 활동 리뷰' 항목에는 △작업자 명단확보·성향파악·대상자 선발(3월 11일) △노조원중 현장출입자 대상자 선정, D/B화 후 각사 공유(3월말) △노조축소활동(6월초) △협력업체 노무관리를 평가하는 시스템 재개발, 회사에 우호적인 인원확보 노무관리 항목 개발(5월말) 등이 명시돼 있다. 또 수시로 '노조의 집단행동(태업, 작업장 이탈, 파업) 참가 작업자 이력관리에 반영, 원칙적 공동대응, 적발자 각사 공유'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월 7일 열린 '간사공장장협의회'에서는 △휴대폰 현장반입금지 △간부및 방송차 현장출입금지 △작업자 명단확보 및 현장 출입금지 △각사 자체조직구성 운영 △협력사 사장단 교육 △대관 대언론 활동 등 6가지 중점 추진사항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작성해 조합원 현장출입 금지

문건은 노조간부와 집단행동 참가자에 대한 명단을 원청사들이 작성·공유하며 이를 근거로 해당 사업장 뿐 아니라 산단 전체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실제 출입금지를 하는 실행 명단 공유는 구두로 하는 등 보안 유지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문건의 내용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건설산업연맹의 설명이다. 지난 4월 13일 GS칼텍스 현장에서는 노조의 현장 활동을 방해하고 휴대전화 반입을 못하게 하는 사측과 충돌이 발생해 노조 간부를 비롯한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출입금지라는 형태로 해고당했다. 같은달 28일에는 하청업체가 이들에게 GS칼텍스 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근로계약을 거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10월에는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를 비롯한 3명이 출입정지라는 이름으로 해고당했다. 건설산업연맹은 노조의 전현직 간부들이 여수산단내 전체 현장에서 취업을 금지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연맹은 "노조 결성과 임단협으로 근절되고 있던 장시간 노동, 법정 수당의 미지급 등 각종 근로기준법 불법 사항이 (현장출입 금지로) 부활하고 있으며, 단체협약으로 금지시킨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청업체와 여수지역건설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에서 보장된 매월 1회의 산업안전교육에 대해 원청사들이 자기 땅이라는 이유로 장소 제공을 거부해 현장 바깥에서 방송차에 의지해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건설산업연맹은 전했다.

한편 휴대전화 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건설산업연맹은 "산재은폐와 각종 안전기준 위반, 각종 불볍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인한 즉각 신고와 해당 현장 촬영을 금지하고,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노조의 대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현장 통제수단으로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폭발 위험 때문이라고 하지만 반입금지 조치가 원청 관리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하청업체 동원, 노조 무력화

문건에 따르면 하청 협력업체에 압력을 가해 조합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협력업체의 노무 관리를 업체 평가에 반영하여 인센티브나 패널티에 대하여 원청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원청사의 노조무력화에 비협조적인 하청 협력업체 명단을 산단사가 공유해 공동 입찰 제한을 하도록 했다.

특히 문건에서 그 실행시기가 2005년 임금협상 타결 직후로 예정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임금협상에서 하청 협력업체의 노조에 대한 대응정도를 평가하여 향후 업체의 평가와 공사 수주에 직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건설노조의 임금협상의 파행의 배후에 여수산단 원청사가 도사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여수지역건설노조와 협력업체들은 2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갑자기 조합원 명단을 요구하고 노무사를 참가시켜 고의적으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 건설산업연맹의 주장이다.


노조활동 소극적인 '우수 인원' 우선 고용…조합원 탈퇴 유도

한편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른바 <우수 인원>을 선발해 명단을 관리하고 있고, 11월초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것이 노조 압박 수단과 조합원 탈퇴 유도 전략과 연계하여 되어 있음을 문건은 명시하고 있다. 또 '조합탈퇴활동'이라는 제목 아래에 비조합원·성향 우수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했다.

한편 문건은 상반기 원청의 조직적인 노조 대응 활동으로 노조가 상당히 위축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지역간 네트워크 구성' 등 공동대응 활동기반 구축을 잘된 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울산·포항·광양 등 타 지역 플랜트 건설 분야 공장장 협의회 등과의 네트워크 구성이 진행되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청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가 타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34개 원청사에 대해 △노조무력화 공작 중단 △부당노동행위 해명과 재발방지 △하청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원청사를 엄중 처벌할 것을 노동부와 검찰에 주문했다.

문건에 대해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 관계자는 "공장장협의회는 친목단체일 뿐 이런 문건을 만들 필요도 없고 만들 능력도 없다"며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공장장협의회에는 금호석유화학 등 34개 원청사가 가입되어 있고 이 가운데 한화석유화학 등 11개사가 간사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