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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건강한 학교밥상’이 위험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공기? 물? 따뜻한 마음? 맞아요. 그리고 편안히 쉴 집과 추위와 더위를 막아줄 옷, 그리고 힘을 주는 음식 또한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면 우리들이 늘 먹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매일 먹는 김치와 밥(쌀) 그리고 다양한 야채는 모두 농업활동을 통해 생산된 것입니다. 이러한 농산물은 먹는 것이니만큼, 신선하고 건강해야겠지요?


우리 건강을 위한 급식 조례

우리는 날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지요. 어떤 어른들은 몇 해 전부터 급식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어요. 꿈나무들인 어린이가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지요. 그래서 학교급식에서 신선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운동을 벌여 왔답니다. ‘몸과 땅은 하나다’, 그러니까 자기가 사는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자기 몸에도 잘 맞는다는 생각으로,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급식 재료를 우리 농산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자, 어느새 많은 지역에서 꿈나무들의 급식은 우리 농산물로 만들자는 법을 만들었어요. 이 법을 급식 조례라고 해요.

여러 어른들이 모여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학교밥상을 차려주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요 [출처:학교급식법제정과조례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

▲ 여러 어른들이 모여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학교밥상을 차려주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요 [출처:학교급식법제정과조례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



그런데 며칠 전 대법원에서는 전라북도 지역에서 만든 급식 조례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약속인 GATT(가트)를 어기는 일이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급식 재료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정하는 일은 ‘다른 나라 농산물과 자기 나라 농산물을 차별하지 말고 똑같이 대하라’는 GATT의 내용을 어기는 거래요. 언뜻 보기에는 ‘차별은 안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리송할 거예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욕심 많은 나라들을 위한, 우리 농산물을 사라지게 하는 나쁜 약속이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 뜻 모아 만든 조례가 결국 힘을 잃게 되었답니다.


외국 농산물과 우리 농산물

다른 나라 농산물은 오랫동안 배나 비행기를 타고 옵니다. 그리고 다양한 검사를 받느라 또 여러 날을 기다려야 하지요. 다시 냉장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 가게를 찾아갑니다. 우리 식탁에 도착하기까지 정말 많은 날이 걸립니다. 그 동안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 농산물에는 여러 가지 약품(농약과 방부제 같은 나쁜 약품)을 뿌린답니다. 보기엔 때깔이 좋아보여도 신선하지 않은 먹거리가 되는 거지요.

물론 우리 농산물도 농약과 같은 약품이 쓰일 수 있겠지만 다른 나라 농산물보다는 많이 사용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농산물은 우리 땅에서 자라, 다른 나라 농산물보다는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리 많은 날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어떤 농산물이 더 신선하고 건강할지 잘 알 수 있겠지요?!


우수 농산물 대 우리 농산물

대법원은 급식 조례에 적혀있는 ‘우리’ 농산물을 ‘우수’ 농산물로 바꾸라고 했어요. 우수하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우리 땅에서 우리 농부님들의 땀이 어린 것만큼이나 우수한 농산물이 있을까요? 쓸데없는 농약이나 방부제 같은 약품을 쓰지 않고 햇빛을 받으며 자라고, 갓 거둬들인 농산물만큼이나 우수한 것이 있을까요?

어른들은 우리들을 꿈나무라고 합니다. 나라에서는 우리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우리가 날마다 먹는 급식! 신선하고 건강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만큼 큰 노력이 없을 거예요!

<생각해 봅시다> 욕심 많은 나라들을 위한 ‘약속’

옷이나 텔레비전 같은 물건 말고도 쌀이나 과일 같은 농산물도 나라와 나라끼리 서로 사고팝니다. 이런 걸 무역이라고 하고 지금은 무역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자기네 땅에서 자기네 힘으로 만들어낸 물건들을 먼저 사고팔도록 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압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자기 나라 생산품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서 나는 곡식을 먼저 사들이거나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생산품에 높은 통과세금을 매겨 왔습니다.

하지만 넓은 들을 가지고 있거나 기술이 좋아, 적은 돈을 들여서도 엄청나게 많은 농산물이나 물건을 만들어내는 나라들은 남는 것을 내다팔 데가 어디 없나 호시탐탐 살펴왔습니다. 그리고 무역을 해야 모두 잘 살 수 있다며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바로 ‘나라간 약속’(국제협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즉, 이러한 욕심 많은 나라들은, 어느 나라에서 났든 모든 생산품은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약속을 만들었답니다. 그 바람에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몇 가지 방법들이 없어지게 되었어요.

이러한 약속 중 하나가 바로 GATT인데요, 이 약속을 맺지 않으면 나쁜 나라라면서 공연히 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어떤 나라들은 우리나라에게도 약속을 지키라며 자기네 농산물을 사라고 마구 권합니다. 우리 정부와 국회에서도 우리 공산품(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더 많이 내다팔 욕심에 대신 다른 나라 농산물을 많이 사들입니다. 그래서 농부님들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둡게 변하고 있지요.

우리 정부와 국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편리하게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욕심 많은 나라를 위한 약속에 새끼손가락을 걸어서는 안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