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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차별천은 싫어요! 청계천은 행복천!

나는 청계천이에요.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에서 시작! 서울을 좌우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이랍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흘러왔어요. 한편 서울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도로를 넓히고 가게를 지을, 보다 넓은 땅이 필요해지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덮개를 덮어 내 위로 길을 트고 가게를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벌써 5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나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 덮개가 부서지기 시작한 거예요. 게다가 많은 서울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고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고요.

청계천의 모습이에요.

▲ 청계천의 모습이에요.



그래서 나는 50여 년만에 햇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내가 흐르는 물길 따라 사람들은 공원도 만들고 도로도 만들었어요. 바람도 느낄 수 있고 꽃길도 펼쳐질 거예요. 그리고 동무들도 많이 생기겠지요, 나무, 새, 사람…….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이들이 나를 보며 밝은 웃음을 짓겠지요?!


나는 어린이예요.

이제, 우리 엄마 가게 옆에 아름다운 강이 흐를 거래요. 가게 근처에 놀만한 곳도 없고 교통사고라도 날까봐, 종일 엄마 가게에서만 있었는데 이제는 달라질 거래요. 청계천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 뚜껑을 열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원도 생기고 물고기 동무도 생길 거래요. 나보다 엄마가 더 신이 났어요. 그런데 어떤 어른들이 청계천 살리기 공사가 잘 되고 있나 알아봤는데, 나들이 길하고 이어지는 위층 길은 높이가 높은데도 안전시설이 없더래요.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은 다닐 수 없게 막았다는 거예요. 또, 가파른 길(경사로)과 이어지는 나들이 길은 각이 지고 홈이 파여 우리들이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 있겠더래요. 어른들은 앉아서 쉬기에 딱 좋을지 몰라도 말이지요. 게다가 하천과 맞닿아있는데도 난간 같은 안전시설도 없다고 하던걸요. 아름다운 청계천에서 우리도 마음 편히 쉬고 뛰어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이에요.

내가 다니는 회사는 청계천 근처에 있답니다. 뿌연 매연 때문에 숨쉬기 힘들던 그곳에 강물이 흐르고 공원이 생긴다니, 상상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제 점심시간이면 나들이도 할 수 있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 난간의 높이가 너무 낮다고 하더군요. 앞을 볼 수 없어, 다리를 건널 때 난간을 잡고 건너야 하는 내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답니다. 나들이 가서도, 회사와 집을 오고갈 때도, 매번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들이 길에 깐 바닥 재료가 달라지는 곳에는 턱의 높이가 높다고 하더라고요. 바닥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낮아져 깜짝 놀라는 내 모습을 떠올리니 청계천이 아름답게 변하다고 해도 잘 다닐 수 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갓난아기를 키우는 부부랍니다.

우리는 청계천에서 밤늦도록 일을 합니다. 우리 아기는 어머니께서 키워주시지요. 그러니까 아기는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아기를 자주 보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는 아기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제 청계천의 콘크리트 덮개가 열리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원과 나들이 길이 생긴다고요? 그러면 어머니 보고 아기와 함께 나들이 나오시라고 해야겠어요. 그러면 아기와 잠깐이라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런데 청계천 보도(다니는 길)의 너비가 좁아 유모차는 다니기 힘들다더군요. 그렇다면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도 다니기 힘든 길이 될 텐데 말이지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기 쉬운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모두를 위한

우리 주위를 흐르던 강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콘크리트 덮개로 덮였던 강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기도 하고요(청계천처럼).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버려지고 죽어가던 강이 자연이 숨쉬는 곳으로 변하고 있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길들을 떠올려볼까요?

흔히 건강하다고 하는 어른들에게만 어울리지는 않나요? 난간은 낮고 계단의 높이는 높고 길은 심하게 울퉁불퉁하고……. 그렇다면 유모차에 앉은 아기들은 어떨까요?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요? 앞이 잘 안 보이거나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또 어떻고요. 그래서 어떤 어른들은 '청계천은 차별천'이라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청계천이 몇몇 어른들에게만 편하고 좋은, 차별천이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래요. 그렇다면 청계천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없을 거예요. 청계천이 말한 대로,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으려면, 두루두루 많은 이들이 편하게 오가고 쉴 수 있어야 할 거예요.

[생각해봅시다] '교통약자'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길(인도), 버스, 전철, 전철역 등은 우리 모두가 편하게 누려야 할 것들이랍니다. 그런데 몇몇에게만 편한 것이 무척 많아요. 유모차를 탄 갓난아기에게 길(인도)의 턱은, 키가 작은 어린이들에게 버스 손잡이는 너무 높아요. 전철역 계단은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너무 버겁고, 다리가 불편한 동무들에게 리프트는 너무 느리고 위험하기까지 할 때가 많아요. 이렇듯 어디에서 어디를 갈 때 이용하게 되는 탈 것 등을 교통수단이라고 하는데,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 이들을 교통약자라고 합니다. 누구나 교통약자가 될 수 있는데, 누구도 교통약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지금 여기에는, 정말 많은, 다른 이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