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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치료감호 중 보호조치 결정에 당사자 진술권 보장해야"

인권위, 법무부장관에 관련규정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가 치료감호소의 징벌적 격리조치인 '보호조치' 결정에 당사자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치료감호는 사회보호법에서 규정된 보호처분 가운데 하나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을 경우 처해진다. 치료감호는 지난 6월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에도 새로 제정된 치료감호법에 따라 계속되고 있다. 보호조치란 치료감호소의 수용자가 관규를 위반할 경우 독방인 보호실에 감금하고 접견, TV시청, 사식차입, 서신수발, 근로작업, 신문열람, 운동, 전화 등을 제한하는 조치.

인권위는 공주치료감호소 수용자 박 아무개 씨가 "관규 위반으로 보호조치 30일을 받으면서 보호조치위원회에서 의견진술이 불허되어 방어권이 침해되었다"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법무부장관에게 "보호조치 대상자가 원할 경우 보호조치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피치료감호자처우규정 제110조 등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박 씨는 지난해 11월 유리창을 파손해 보호실에 수용되었고 3∼4일 뒤 보호조치 30일이 내려졌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하지만 보호조치위원회에 출석해 유리창을 깬 이유에 대해 항변하고자 했으나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주치료감호소 측은 보호조치가 "소내 규율 위반과 사건·사고 등에 대해 치료 후 응보적 형벌에 해당하는 처우"로 "교정시설의 징벌제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인의 자술서 등을 검토한 결과, 규정에 따라 진정인의 출석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조사결과 2004년 6월∼12월에 결정된 보호조치 가운데 수용자가 보호조치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며, "보호조치위원장의 판단만으로…모든 수용자에 대해 의견진술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재량범위를 일탈하고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 및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권고에 대해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일반 교도소의 징벌위원회에도 본인의 참여가 보장돼 소명하거나 선처를 호소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권고"라고 환영하면서도 "(인권위는) 수용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보호조치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호조치와 유사한 일반 교도소의 '금치' 처분의 경우, 집필·운동·신문열람 등의 금지가 수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찍부터 제기되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집필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서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며 행형법 시행령의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운동금지에 대해서도 "금치 처분을 받아 외부세계와의 교통이 단절된 채 1평 남짓한 좁은 징벌실에 수용되는 수형자에 대하여, 최장 2개월 동안 일체의 운동이 금지될 경우 수형자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현저히 높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사무국장은 "치료감호소는 형벌이 아니라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사실상 징벌인 보호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격리조치는 치료에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료효과를 높이려면 감호처분으로 가둬둘 것이 아니라 국공립정신병원 등을 활용해 지역사회 안에서 외래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며 "치료감호소의 존재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