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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고문은 절대 안돼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해요

어느날 갑자기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끌려가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의 고문(*)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공포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요? 믿을 수 없겠지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경험했어요. 하지만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다행히 지난 15일 법원에서는 1983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일을 했다며 '간첩'이라는 죄를 씌워 16년 동안 감옥에 가두었던 함주명 할아버지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인정했어요. 또한 예전에 수사기관에서 밝혔던 사실도 모두 고문 때문에 나온 거짓말이라고 말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함주명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끌려갔어요. 무슨 이유로 끌려왔는지, 그리고 갇혀있는 곳은 어딘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죄를 지었다고 예상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사실을 밝혀내는 일을 하는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어요. 의심이 된다고 아무나 데리고 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법원에서 이 사람을 데리고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야 해요. 또한 수사를 할 때에도 고문을 하거나 협박을 해서는 안되며,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수사를 해야 해요. 하지만 함주명 할아버지를 수사한 사람들은 아무 것도 지키지 않았어요.

오히려 함주명 할아버지를 때리고, 며칠 동안 잠을 안 재우고, 숨을 못 쉬게 하는 고문을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간첩임을 고백하라고 강요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아픔과 두려움을 참고 아니라고 말했지만 4, 50일 동안 계속되는 고문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결국 할아버지는 수사관들이 시키는 대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법원에서도 이러한 조사관들의 말이 진실로 받아들여졌어요.

함주명 할아버지는 16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고, 남겨진 가족들도 힘겹게 생활을 해야 했어요.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난 후 함주명 할아버지는 이러한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00년 법원에 "고문 때문에 거짓으로 간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 재판해 줄 것을 요구했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려 드디어 지난 15일 법원은 함주명 할아버지가 고문을 당했고, 그때 수사관들이 내놓은 증거들도 모두 정확하지 않다며 할아버지가 간첩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함주명 할아버지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진 거래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힘없는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매질을 하고, 끔찍한 고문을 하면서 '간첩사건'을 거짓으로 만드는 일들이 과거에는 많이 있었어요. 당시 정치를 하며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시민들의 인권을 잘 보장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만이 많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라는 큰 힘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국민들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간첩사건을 만들어 냈어요.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불어넣어서 아무런 불평도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국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그 덕분에 우리 동무들도 좀더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거겠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

함주명 할아버지와 같이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 중에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괴로워서 아직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가족들이나 친구들도 피해를 당할까봐 무서워서 모두 떠나버리기도 했어요. 더욱 안타까운 일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심지어 고문을 가했던 사람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고 있어요.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지고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또다시 이러한 끔찍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가 저지른 끔찍한 고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해요.

* 고문 : 사람에게 고통과 두려움, 생명이 끊어질 듯한 공포 등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직한 행동 중에 하나예요. 고문은 무시무시한 폭력을 사용하며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두려움을 줘서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기도 해요.

[생각해봅시다] 고문을 했던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다구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다니 참 희한한 일이죠. 죄를 짓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 때문이라고 해요. 이 법은 죄를 저지른 사람이 잡혀서 감옥에서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숨어 지내는 등의 고통을 겪었으며 증거도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정형근, 이근안 씨 등과 같이 당시 고문을 했던 사람들은 국가라는 보호 속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오히려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이 억울해도 참고, 쉬쉬하면서 지내야 했던 시절이었어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미 세계적으로 국가가 저지른 죄나 끔찍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할 수 있는 기간에 상관없이 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약속하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인권단체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이와 관련한 법을 만들어서 진실을 밝히고, 고문을 가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자고 말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