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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차별받는 노동자 현실에 눈감은 국가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회사 내에서 차별과 노동권 침해로 고통받고 있던 KT 전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했다. 국가인권위가 진정인 이모 씨와 김모 씨의 부당 전보와 관련한 진정을 기각했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진정인들의 기업카드 미지급, 보고서 작성, 감시, 정신적 고통 등은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를 결정했다.

IMF 경제위기과 함께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민영화 정책은 노동자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야기한 노동유연화는 대대적인 고용불안과 각종 복지의 후퇴를 초래했다. KT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과정에 퇴사를 강요하기 위한 퇴출프로그램으로 상품판매팀 구성이 있었다. 그동안 KT 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상판팀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 현실을 백방으로 알려왔다. 이는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 현실이 비단 한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해 10월 KT 노동자에 대한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국가인권위는 기각과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차별과 인권침해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던 노동자들의 현실에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국가인권위가 인권의 기본 개념인 '차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는 국가인권위 1기 활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기 국가인권위가 결정한 국가기관에 의한 비정규직 차별은 5건이 있었지만 기업에 의한 비정규직 차별에 관한 결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전사회적인 문제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결정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조 활동 탄압과 관련된 진정에 대해서 인권침해로 인정한 사례 역시 전혀 없었다. 2기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는 여러 차례 '사회권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현재 보이는 모습은 과거 1기의 오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사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는 조사할 수 없도록 한다든가 1년 미만의 사건만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가인권위법은 분명 한계적이다.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에 발맞추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역시 이러한 한계에 스스로 머물 것이 아니라 한계 외부에 있는 인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인권위의 '사회권 강화 정책'은 선언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