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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울산사태 주범은 공안검찰"

건설플랜트노조 대검 앞 항의집회로 상경투쟁 마무리

25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위원장 박해욱)는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노조탄압과 울산 산단의 불법 하도급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5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25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23일 삼보일배 시위 도중 연행됐다 풀려난 조합원 등 7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태보고에 나선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은 "검찰과 경찰이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해 공안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집단연행은 집회해산이 목적이 아니라 노조간부에 대한 검거와 구속으로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안검찰이 파업 장기화의 주범

지난 3월 18일 파업돌입 이후 검찰은 지도부에 대해 매일 소환장을 전보로 발부한데 이어 5일만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관련기사 2792호 참조> 결국 5월 23일 현재 검찰은 조합원 200여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박 위원장 등 조합간부 11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연행자가 4월 1일 26명, 8일 825명, 28일 28명, 5월 23일 582명에 이르는 등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과 연행이 지속됐다. 한편 28명이 이미 구속됐고 지난 25일 삼보일배 당시 연행자 가운데 15명이 울산남부경찰서로 이송돼 구속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불구속 입건 199명, 구류 7명, 부상 350여명 등 단일노조의 파업으로는 유례없는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이 검찰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이 검찰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최 정책부장은 "파업 초기부터 시작된 대량구속은 노조의 파업이 격렬해진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며 "사업주들은 41개 업체가 교섭 대표단까지 꾸렸다가 검경이 초스피드 노조탄압을 하자 단체교섭을 거부했고 파업은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만악의 근원

기자회견에서는 파업의 주요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지목됐다. <원청 건설업체→하청 전문건설업체→전문건설공정 현장소장→공정별 십장→동별 팀>으로 이어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공사수행은 하지 않으면서 면허를 대여하는 중간 브로커의 개입을 낳아 중간에 공사금액이 유실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실시공을 낳을 뿐만 아니라 최종 시공단계를 저가공사로 귀결시켜 체불임금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것. 또 직접고용관계를 전제하고 있는 주차, 월차 등 근로기준법의 노동보호제도와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는 고용관계가 불명확한 다단계 하도급 체계에서 무력화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자는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제29조 1항)고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1년 이내의 영업정지나 도급금액의 3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건설업자인 수급인이 도급받은 공사의 일부를 시공참여자와 약정하고 시공에 참여하게 하는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재하도급 금지 규정을 비웃고 있다.

최 정책부장은 "불법 재하도급을 고발하면 시공참여자로 위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공사실명제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시공참여자 제도가 불법 다단게 하도급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25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전문건설업체인 제이콘, (주)대창, (주)동부, (주)일성기업, (주)국제플랜트, (주)동일산업, 일진정공 등과 원청사인 SK, 대림산업, 삼성 이엔지 등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진행하고 있다며 울산시청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한 조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정책부장은 "건설 사업주들은 공사 인허가 과정이나 시공과정에서 지자체와 수시로 접하면서 유착되어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지자체의 강력한 처벌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이 지난 199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언론보도에 나타난 뇌물사건 584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이 320건(55.3%)를 차지했고 뇌물을 받은 공직자 1074명 가운데 673명(64.3%)이 건설과 관련되어 있었다. 지난 9일 대검찰청은 '전국 특별수사부장검사 회의'에서 이 통계를 거론하며 "민간기업 부문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 "강력한 단속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정책부장은 "검찰은 건설현장의 비자금 조성의 원천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고발에 대해서는 무대책을 넘어 무지의 결과인지, 비자금 조성의 한 축을 담당해서인지 무혐의 처리를 내리기 일쑤"라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울산건설플랜트노조에 대한 대량 구속 남발 등 공안탄압 중단 △자율적인 노사교섭 보장 △구속 노동자 즉각 석방 △불법 재하도급과 비자금 조성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대책마련 촉구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항의서한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한편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를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상경투쟁을 마무리하고 울산으로 돌아갔다. 27일 오후 3시 울산역 광장에서는 '비정규 권리보장 및 건설플랜트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

대표단이 항의서한을 들고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대표단이 항의서한을 들고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