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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운전학원 지문인식기 철거 요구 집단진정

정보인권 활동가들, 인권위 입장표명 촉구

최근 지문정보 등 생체정보의 무분별한 수집과 오·남용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인권 활동가들이 운전학원에서 강요되고 있는 지문날인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집단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에 제출하고 조속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27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27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지난 19일 정보통신부가 서혜석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통부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3600명의 지문과 2020명의 얼굴 형상 등 모두 5천620건의 생체정보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가 지문은 3만∼4만원, 얼굴은 4만∼10만원을 지급하는 등 모두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전북지역 14개 중고등학교가 '도둑밥' 먹는 학생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8월부터 급식시설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사실이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실태조사 결과 드러나 14일 모두 철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보인권활동가모임과 지문날인반대연대는 27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문, 정맥, 홍채, 얼굴 형상, 유전자 등의 생체정보를 활용한 기술은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18세 이상 전국민의 지문정보를 강제 수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의 생체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생체정보는 개인에게 고유하며 평생토록 변하지 않는 개인정보"라며 "생체정보의 무분별한 수집과 그로 인한 정보의 유출은 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인'임을 증명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발급'과 동일시되는 이 사회에서 지문 날인은 국가에 의한 시민의 기본권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할 당연한 통과의례처럼 이해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현재의 생체정보 오·남용에 대한 정보인권침해 불감증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활동가들은 지문 뿐만 아니라 생체정보 일반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 활동가들은 지문 뿐만 아니라 생체정보 일반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국가인권위가 지문날인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준비가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국가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까지 가는데도 막지 못하고 있다"며 "지문을 포함한 생체정보 수집과 관련한 입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이들은 교통안전교육 학사관리를 명분으로 운전면허학원에 도입된 지문인식기의 즉각 철거를 주장하며 인권위에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시행규칙은 전국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된 수강생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날인을 하도록 지문인식기 도입을 의무화해 수강생의 교육이수 여부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진정인들은 "현재 시중 자동차학원에선 교통안전교육을 신청하면 지문날인을 강요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신분증이 있다며 지문날인을 거부해도 경찰청의 방침을 거론하며 계속 지문날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발했다. 집단진정에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모인 시민 43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