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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제 경찰, 미신고시설과 유착 의혹

복지시설 탈출 수용자 호소 무시하고 시설로 인계

경찰이 미신고 복지시설에 감금되어 있다 탈출해 신변보호를 요청한 생활자들을 다시 시설로 인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시설 측은 이들을 이후 3일동안 감금방에 가두고 보복성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시설과 경찰이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27일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아래 시설공대위)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제경찰서(서장 허영범)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하 간사

▲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하 간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 아무개 씨의 증언에 따르면, 강원도 인제 소재 심신수양원에 갇혀 있던 조 씨등 4명은 지난 2월 9일 설 명절로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시설에서 탈출해 근처 가게에서 콜택시를 불러 같은날 오전 10시경 인제경찰서에 도착했다. 이들은 장 아무개 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돌아가면 원장이 우리를 죽인다, 제발 살려달라", "집에 보내달라, 아니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차비라도 달라", "가족들에 의해 시설로 보내졌으니 가족들에는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시설로부터 "4명이 도망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시설에서 도망쳤고 미납한 입소비 등 부채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냥 집으로 보낼 수는 없다"며 4명 모두를 경찰차에 태워 시설로 돌려보냈다.

원장은 경찰에 시설의 인권침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시설로 돌아온 이들을 3일동안 감금방에 가두고 폭행하며 먹을 것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 조 씨는 "경찰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며 "내가 길거리에서 죽으면 죽었지 왜 시설에 갇혀 비참하게 죽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신수양원에 갇혀 있던 수용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시설 실태를 고발했다.

▲ 심신수양원에 갇혀 있던 수용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시설 실태를 고발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8일 다른 시설에서 심신수양원으로 납치됐다며 원장을 고발한 또다른 생활자 박 아무개 씨가 춘천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던 중 시설공대위에 제보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설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인제경찰서는 이미 박 씨에 의해 심신수양원 내의 인권침해에 대해 고발접수한 바가 있기 때문에 문제시설인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인들이 당할 보복조치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설로 돌려보냈다"고 규탄했다.

지난 8일 시설공대위와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신수양원은 △현관과 복도 등에 외부에서 잠그는 4중의 잠금장치가 있고 △전화나 편지 등 외부로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며 △복통 등을 호소하는 생활자들에게 약도 주지 않으면서 방치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사망자만 4명에 이르고 △입소비 35∼40만원을 받으면서도 점심은 거의 국수나 라면으로 때우는 등 의식주 생활이 열악하다.

한편 시설공대위는 인제군이 시설을 관리 감독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하거나 형사고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정당한 이유없이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거부"했다며 김장준 인제군수를 직무유기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2003년 11월 복지부가 시군구에 하달한 관리지침을 통해 △미신고시설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고 △미신고시설이 조속히 신고시설로 전환하도록 독려하는 등 신고시설에 준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분기별로 1회 이상 시설을 방문해 불법감금·구타, 강제노역 등 인권관련 위반사항은 없는지 지도점검해 위반시 고발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제군은 심신수양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 8일 복지부가 직접 조사 후 '시설생활자 즉시 전원조치 후 시설장 형 확정 결과에 따라 시설 폐쇄 여부 결정"이라는 행정처분을 했지만 현재까지도 10여 명이 수용되어 있고 인제군은 그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복지부가 시·군·구에 △시설안전 △화장실, 세면시설의 사생활 보장 여부 △영양상태 및 청결상태 △폭행, 징벌, 성폭행 여부 △장기수용 여부 △수급자 급여 관리주체 등을 조사하도록 했으나, 인제군은 심신수양원에 대해 거의 모든 항목에 "문제없음"으로 보고했다.

게다가 인제군은 지난해 복지부가 "로또복권 기금을 이용해 미신고시설의 제도권 진입을 돕는다"며 시행한 '조건부신고시설 등 지원사업'에 인제수양원을 선정, 8천만원을 시설증축에 지원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지자 회수하는 등 시설 점검에 소흘했다. 이에 대해 시설공대위는 "좁은 지역사회 내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시군구 공무원이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은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며 복지부에 대해 생활자 1대1 면접방식의 민관합동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원장은 부인이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해 서울로 공부하러 가는 등 시설을 비울 때마다 만취한 상태로 하의를 벗고 돌아다니며 여성 수용자들을 자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14일 구속됐다. 현재 시설 운영은 원장의 부인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천주교인권위 변연식 위원장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천주교인권위 변연식 위원장

덧붙임

** 이 기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 신고가 접수되어 2013년 9월 24일 원장의 실명을 삭제하는 것으로 기사를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