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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무교육 배제된 장애아동

취학유예 사유 중 18.5%가 '장애'

의무교육 연령에 도달하고도 장애를 이유로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아동이 전체의 1/5에 달하는 등 장애아동이 의무교육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8일 장애인교육권연대(아래 교육권연대)와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이 공동으로 발표한 '취학유예 장애아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취학유예 아동 42285명 가운데 장애로 인해 취학유예된 아동이 7822명(18.5%)에 달해 취학유예 사유 가운데 장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질병(12.03%), 발육부진(58.53%) 등 다른 취학유예 사유도 실제로는 장애일 것으로 추정돼 취학유예 아동의 대부분이 장애아동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


취학유예 사유 대부분이 '장애'

장애유형별로 보면 학습장애 2246명(28.8%), 정서장애 1529명(19.61%), 정신지체장애 1425명(18.27%) 순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대구(26.70%), 경기(22.03%), 강원도(23.83%) 순으로 장애가 취학유예의 주된 사유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만 6세가 6,034명(77.38%), 만 7세가 1,276명(16.36%), 만 8세가 488명(6.26%)으로 드러났다.

취학유예란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4조에 따라 의무교육 대상 아동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취학이 불가능한" 경우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초중학교장이 취학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으로 같은법 시행령 제28조는 취학유예 사유를 "교육감이 정하는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가 취학유예 사유로 공공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

조사결과에 대해 교육권연대는 "초중등교육법에서도 명시되지 않은 조치가 일선 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엄격히 말해 불법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조기에 교육받을 수 있는 공교육기관은 아예 전무하고, 공교육으로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공공연하게 취학유예제도가 만연"해 "장애학생의 경우 교육적 시기를 놓치거나 이후 취학 면제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문턱조차도 밟지 못하는 결과로 연계되어 장애인의 교육권 침해를 고착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교육 배제가 장애인 교육권 침해 고착화

한편 취학유예된 아동이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및 치료 등 특별한 지원이 전무한 점도 지적됐다. 취학유예된 아동이 취학면제 판정을 받거나, 만10세가 넘어 더 이상 취학통지서도 받지 못하게 되면 의무교육의 기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 이에 대해 교육권연대는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학부모들에게 전문적인 상담과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지원센터 설립을 요구했다.

취학유예 결정 과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는 취학통지서를 받은 학부모가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해당 학교의 교사에 의해 취학유예 판별이 이뤄져 취학유예 신청은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권연대는 "취학 판별 여부가 장애인 교육 전문가 등의 객관적 심의 과정이 생략된 채, 교사와 학부모 등이 주도하여 결정"된다며 "공신력 있는 심의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취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차 파악 못한 교육부

한편 이번 조사에서 취합된 취학유예 아동의 수가 지난해 교육부가 낸 <특수교육연차보고서>보다 훨씬 많아 교육부가 그동안 제대로된 통계조차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교육부 보고서는 취학유예자 21525명 가운데 장애아동을 4559명으로 집계해 조사시점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 게다가 교육부 자료는 취학유예 아동 중 장애아동의 비율이 경기 10.6%, 서울 58.5%, 전남 100% 등 시도별로 지나치게 큰 편차를 보여 자료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이다. 취학유예 아동의 수도 경기 7083명, 서울 2572명에 비해 충남 46명, 전남 17명으로 조사돼 인구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보이고 있어 제대로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것. 이에 더해 교육권연대는 "취학유예된 장애아동이 이후에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지, 실제로 취학면제되어 의무교육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어떠한 실태조사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실의 이원영 보좌관은 "정부는 모든 장애인 아동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 부모들은 나아지는 것을 못 느끼고 있다"며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문제삼지 않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하고 (가칭)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찍 유아교육을 통해 치료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최 의원실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전국 초등학교로 일괄 배포한 현황조사표를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를 통해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전체 5623개 초등학교 가운데 조사에 응답한 학교는 3879개교에 불과해 장애를 이유로 취학유예된 아동은 조사결과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